비농민 농업법인 허용…“부작용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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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비농민도 농업법인 설립과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기로 하면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그 후속 조치로 최근 발표한 규제 혁신 과제 40개에 농업법인 설립·경영에 비농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농식품부는 이렇게 비농민이 농업법인 설립·경영에 참여할 기회를 확대하면 농업계에 외부 자본과 기술력 유입을 촉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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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경영 참여 기회 확대땐
돈안되는 농산물 외면 가능
식량안보 강화에 도움 안돼
‘농지 투기’ 증가 우려 목소리
농식품부 “철저한 실태조사”
정부가 비농민도 농업법인 설립과 경영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기로 하면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월 ‘2023년 업무보고’에서 장기적으로 식량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비농업부문의 기술과 자본을 활용해 농업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 후속 조치로 최근 발표한 규제 혁신 과제 40개에 농업법인 설립·경영에 비농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농어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농업회사법인은 농민이나 농업생산자단체만 설립 발기인이 될 수 있다. 농식품부는 이를 농민 또는 농업생산자단체 1인 이상 참여하면 설립이 가능하도록 개정할 방침이다. 비농민도 농민·농업생산자단체와 함께 설립 발기인이 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영농조합법인은 조합원과 비농민 준조합원 가운데에서 임원을 선출하는 규정을 새로 만들고 농업법인 정관례(고시)를 개정할 계획이다. 현행법상 비농민 준조합원은 임원이 될 수 없다. 규정이 바뀌면 준조합원으로 법인에 출자하고 그에 따른 이익배당만 받던 비농민도 의결권을 갖게 된다.
농식품부는 이렇게 비농민이 농업법인 설립·경영에 참여할 기회를 확대하면 농업계에 외부 자본과 기술력 유입을 촉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농산물 가공·유통 등 농업 외 사업에 전문성을 갖춘 비농민이 농업법인 설립과 경영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농업계에선 우려하는 시각이 짙다. 1990년 농업 공동경영을 통해 농업경쟁력을 강화하고자 도입된 농업법인의 관련 법 규정과 설립 요건이 나날이 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영농조합법인의 준조합원 자격요건에서 영농 종사 조건이 폐지되는가 하면, 농업회사법인의 비농민 출자 한도는 1994년 33.3%에서 2011년 90%까지 확대됐다. 이런 상황에서 비농민에게 농업법인 설립·경영까지 맡기면 취지를 잃은 농업법인이 비농민에게 잠식당할 수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김호 단국대학교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는 “농민이나 농업생산자단체가 주체가 되던 영농조합법인의 의결권을 자본이 있는 비농민에게 주면 경영권까지 넘어갈 수 있다”며 “비농민이 주도적으로 이끄는 농업법인은 돈이 안되는 농산물 출하·유통·가공·판매보다 정부가 주목하는 농업 전후방 산업에 주력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결국 식량안보를 확보하기 위해 비농업부문의 기술과 자본을 활용하겠다는 정부 방침과도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비농민이 농업법인의 혜택을 악용하는 사례가 증가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특히 영농 목적이 아닌 시세차익을 위한 농업회사법인들의 부동산 매입과 투기 행위는 줄곧 도마 위에 오르는 문제다. 현재 농업회사법인은 임원의 3분의 1 이상이 농민이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 영농조합법인은 이런 조건 없이 농지 소유가 가능하다.
한 농업계 관계자는 “2011년 농업회사법인의 비농민 출자 한도를 크게 늘리면서 농업회사법인 설립이 급증했고 농지 투기도 늘었다”며 “여전히 농지뿐 아니라 농업법인의 세제 감면 혜택이나 보조금 등을 눈독 들이고 있는 업체가 많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비농민의 농업법인 설립·경영 참여 내용을 담은 법 개정안을 마련 중이다. 곧 정부 또는 국회 발의를 통해 올해 안에 법안이 처리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비농민의 농업법인 참여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고려해 영농조합법인 임원의 반 이상을 농민으로 하거나 농민만 대표이사를 맡을 수 있는 규정 등을 개정안에 넣을 계획”이라며 “지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를 계기로 ‘농지법’을 개정하면서 도입된 농업법인 사전신고제도와 강화된 실태조사를 통해 농지 투기를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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