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EV6 GT, 잘 달리고 잘 멈추는 '조용한 괴물'(영상)

김태환 2022. 10. 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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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5마력, 최고 속도 260km/h, 제로백 3.5초, 최대 토크 75.5kgf·m
전자제어 서스펜션 효과 '톡톡' 안전성 '극대화'

지난 6일 태안군에 위치한 현대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 기아 EV6 GT가 드리프트 주행을 하고 있다. /김태환 기자

[더팩트 | 김태환 기자] 기아가 자사 순수 전기차 'EV6'의 고성능 모델 버전 'EV6 GT'를 내놨다. 지난 6일 충남 태안군에 있는 현대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 EV GT의 운전대에 올라 차량의 성능을 직접 살펴봤다.

우선 고성능 모델을 암시하는 'GT'라는 꼬리표 때문일지는 몰라도 새 모델의 첫인상은 먹잇감을 노리며 기회를 엿보는 '조용한 맹수'와 같았다. 3.5초라는 제로백(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실제 주행해보니 3.4초 수준까지도 나왔고, 260km에 이르는 최고속은 운전자에게 짜릿한 중력가속도를 선사했다. 공도에서는 충돌방지 시스템 등이 포함된 첨단 운전자 보조시스템(ADAS)로 편안하고 안락한 주행을 제공했다.

EV6 GT를 타고 공도를 먼저 주행했다. 현대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 간월도 선착장에 이르는 11km의 코스다. 운전석에 오르기 전 눈에 띈 부분은 차량의 '몸집'이다. 생각보다 차체가 높고, 예상보다 차량 크기가 컸다. 같은 전기차 플랫폼 'E-GMP'로 만들어진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6'는 전고(차량높이)가 1495mm인 반면 EV6 GT는 전고가 1550mm다. 차량이 높은만큼 시야가 확보될 수 있을것 같았지만, 실제 눈으로 보이는 개방감은 기대와 사뭇 달랐다. 스포츠카 콘셉트의 버킷시트가 낮게 세팅이 돼 있고, 왼쪽 A필러가 시야에서 거슬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사람마다 체형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신장 174cm 남성 기준으로 시트를 최대한 높여야 안정적인 시야 확보가 가능했다.

개방감 부분에서의 아쉬운 부분은 첨단 운전자 보조(ADAS) 시스템이 온전히 채웠다. 전방 충돌방지 보조 시스템과 차로 이탈방지 보조는 긴급상황에서 능동적으로 운전에 적극 개입했다.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도 문제 없이 작동했으며, 차선을 변경할 때도 사이드 미러에서 경고등으로 사각지대 차량의 위치를 알려줬다.

이후 마른노면 서킷 주행을 진행했다. 각각 에코, 노말, 스포츠모드의 주행모드를 변경해가며 코너 구간에서의 감속, 탈출시 가속 성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헤어핀(U자) 코너를 시속 80km로 돌았는데도 차량이 회전반경 바깥으로 넘어가는 '언더스티어'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전문 인스트럭터(강사)가 함께한 마른노면 서킷 EV6 GT 택시에서는 극한의 중력가속도를 체험했다. 버킷시트에 몸을 파묻고 있음에도 온몸이 좌우로 흔들렸다. 시속 180km까지 가속했다가 코너 직전에 80km로 100km 가까운 속도를 순식간에 감속해고, 다시 그만큼 가속하기를 반복했다.

인스트럭터는 EV6 GT의 브레이크 성능이 특히 강력하다고 귀띔해줬다. 특히 GT 모드에서는 회생제동 사용을 극대화하는 RBM(Regenerative Braking Maximization) 기능이 적용됐다. 이 기능은 역동적인 주행에서 감속 시 회생제동량을 극대화해 경쟁차 대비 추가적인 주행거리를 확보하고, 일반 브레이크의 사용량을 줄여준다. 실제 EV6 GT 체험행사를 위해 3일간 서킷 주행을 실시했음에도 브레이크 패드가 10% 가량만 닳았다고 인스트럭터는 말했다. 그만큼 직접적인 브레이크 사용량이 내연기관차보다 적다는 설명이다.

기아 EV6 GT의 전면, 후면, 측면 모습. /김태환 기자

고속주회로에서는 EV6 GT의 가속성능과 고속에서의 안정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페이스를 올려 시속 200km까지 가속했는데 전혀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없었다. 일반적으로 전기차가 저속영역에서 힘이 좋고, 고속에서는 다소 힘이 적다는 편견이 완전히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풍절음도 거의 들리지 않았으며, 하부소음도 적절히 차단이 잘 됐다. 타이어를 미쉐린사의 GT 전용 퍼포먼스 타이어를 적용했는데, 흡음재를 두텁게 넣어 정숙성을 극대화했다.

특이했던 점은 사운드 설정을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e-ASD)를 활용해 가장 스포츠 주행에 어울리도록 '다이나믹'으로 바꾸자, 가속 페달을 세게 밟을때 '쉬익' 하는 소리가 났다. 내연기관 스포츠카 중 '터보차저(과급기)'가 장착됐을 때 나는 소리인데, 기존 스포츠카의 감성을 구현하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드래그레이스에서는 정말 제로백 3.5초가 가능한지 검증하는 시간을 가졌다. 3개의 기본 주행모드에 더해 'GT 모드'까지 직접 사용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가속력을 선보였다.

말 그대로 '풀악셀'을 밟게 되는데, 버킷 시트에 머리와 몸이 완전히 밀착되면서 순식간에 앞으로 쏘아나갔다. 공항에서 민항기가 이륙할 때 가해지는 중력가속도보다 약간 더 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스포츠모드로 풀악셀을 밟았을 때는 3.6초가 나왔는데, GT모드로 가속하자 3.51초가 나왔다. 제원상의 성능인 제로백 3.5초를 구현해낸 것이다. 같은 조에 함께한 기자가 3.47초를 기록하면서 제원상 성능을 뛰어넘기도 했다.

짐카나 코스에서는 각각의 주행모드들과 GT모드를 활용해 급격한 핸들 조작에서도 얼마나 차량이 안정성을 유지하는지를 확인했다. 좌우 지그재그로 주행하고 긴급회피 코스를 통과하는 등의 일련의 과정에서도 EV6 GT는 각 바퀴마다 전자 제어 시스템이 차체를 안정적으로 잡아주면서 크게 휘청하거나 코스를 이탈하지 않았다.

지난 6일 태안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 기아 EV6 GT가 드리프트 주행을 선보이고 있다. /김태환 기자

하이라이트는 드리프트 체험이었다. 드리프트 모드를 활성화시키자 곧바로 차체자세제어장치(VDC)가 꺼졌다. 원을 그리며 돌다가 가속페달을 조금 더 깊게 밟자마자 순식간에 차의 뒷편이 미끌리는 '오버스티어' 현상이 나타났다. 여기서 핸들을 반대편으로 움직이는 '카운터 스티어' 기술을 이용해야 드리프트를 완성할 수 있는데, 예상보다 쉽지 않았다. 제대로 차체를 제어하지 못하고 빙글 한바퀴 돌고 멈추기를 반복했다.

마치, 로데오 경기에서 말이나 소 위에 탄 기수가 우왕좌왕하는 느낌을 받았다. 차는 제멋대로 휙휙 돌았고, 통제되지 않은 핸들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전문 인스트럭터가 직접 드리프트를 체험해주는 택시에서는 간접적으로 드리프트의 짜릿함을 느낄 수 있었다. 평범하게 원을 돌다 급격히 차량이 바깥으로 밀리더니, 다시 반대편으로 미끄러지듯 밀려나갔다. 바닥에서는 나는 타이어의 마찰음이 고막에 전달되고, 마찰로 인해 고무 타는 냄새개 조금식 올라오기 시작했다.

한 가지 주의사항(?)이 있다면, 혹시라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드리프트를 체험할 기회가 생길 경우 뒷좌석이 아닌 조수석에 앉을 것을 추천한다. 트리프트 특성상 뒤쪽에 하중이 더 많이 집중돼 쏠림 현상이 더 심해진다. 안전벨트가 몸을 간신히 잡아줬지만, 가까스로 잡은 균형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실제 이날 촬영용 카메라를 들고 탔는데, 중간에 놓치는 바람에 사진을 한 번도 찍지 못한 채 뒷좌석 레그룸에서 굴러다녔다.

차량 자체 소음 부분에서는 전기차 특유의 정숙함이 돋보였다. 경우에 따라 너무 소음이 없어 어색할 만큼 조용하다. 사운드 모드를 '다이나믹'에 놓았음에도 우렁찬 엔진소리가 없다보니 로데오 경기를 음소거 해놓고 '무성영화'로 관람하는 느낌이었다.

강렬한 주행으로 인해 EV6 GT 배터리는 급속도로 소진됐다. 처음 체험을 진행할 때 80% 수준이던 배터리 용량은 체험이 종료됐을 때 29%의 잔량을 기록했다. 다만, 내연기관차 역시 서킷에서 극한의 주행을 반나절 동안 하면 똑같이 연료가 바닥을 낸다. EV6 GT의 단점으로 배터리 소진을 지적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태안군에 위치한 현대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에 전시된 기아 EV6 GT와 EV6 Line의 모습. /김태환 기자

체험을 마치고 나니 한가지 아쉬움이 남았다. 기아가 '고성능'을 강조한 최초의 순수 전기차이지만, 정작 일반 소비자들이 차량의 성능을 완전히 체험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국내 도로 환경이나 교통 법규를 고려하면, 사실상 EV6 GT의 성능은 '오버스펙'이다. 결국 서킷으로 차량을 가져가야 하는데, 용인, 태안, 인제, 영암 등 수도권과 도심에서 먼 곳에 위치해 있고, 이용 가격도 만만치 않다.

한편, 기아는 태안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 드리프트 택시 서비스에 기존 스팅어를 대체해 EV6 GT 모델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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