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金여사 활동 자제해야”

김준일 기자 2024. 10. 10.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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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부부 순방중에 공개적 첫 요구
공천 개입 의혹 명태균 문제에도
“관련된 분들 솔직하게 설명해야”
野 “특검 수사에 명씨 포함시켜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김건희 여사가 공개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고 대통령실에 공개적으로 처음 요구했다. 또 김 여사 공천 개입 의혹 핵심 당사자인 명태균 씨 문제에 대해서도 “관련됐다고 생각하신 분들은 당당하게 솔직하게 설명해야 한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김 여사를 사실상 겨냥했다. 대통령실은 이로 인해 순방 성과가 묻히게 생겼다며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의 귀국을 전후해 윤-한 갈등이 다시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동훈, 사흘 만에 금정 찾아 지원 유세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오른쪽)가 9일 부산 금정구 부산대 앞에서 윤일현 금정구청장 후보(왼쪽)의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이달 5∼6일에 이어 사흘 만에 부산을 다시 찾은 한 대표는 지역 숙원사업인 침례병원 정상화를 “반드시 해내겠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부산=뉴스1
한 대표는 9일 10·16 재·보궐선거 지원을 위해 찾은 윤일현 부산 금정구청장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친한(친한동훈)계에서 김 여사가 활동을 자제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발언한다’는 질문에 “저도 그렇게 생각한다”며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김 여사의 공개 활동에 대해 입장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친한계에선 김 여사가 의혹이 정리될 때까지 아예 대외활동을 잠정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월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서울 마포대교를 순찰하는 등 공개 활동 빈도를 늘려 온 김 여사는 이번 윤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에 동행해 5박 6일간 필리핀과 싱가포르, 라오스 등 3개국을 방문 중이다.

한 대표는 또 윤 대통령 부부와 만난 것으로 확인된 명 씨 문제에 대해서도 “다수 유력 정치인이 정치 브로커에게 휘둘리는 것처럼 보이는 걸 국민들이 한심하게 생각할 것 같다”며 “엄정하고 신속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의 이런 발언들은 최근 원외 당협위원장들과의 비공개 질의응답에서 “행동해야 할 때, 결정해야 할 때 민심에 맞춰 결정하겠다”고 발언한 지 이틀 만에 나왔다. 친한계 핵심 의원은 “지금 돌아가는 여론을 보면 국민들이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건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친윤(친윤석열) 진영에서는 한 대표의 행보에 대해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친윤 핵심 의원은 “무슨 이유로 본인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냐”며 “자꾸 분란을 키우고 본인을 고립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권의 자중지란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명 씨를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해야 한다”, “특검 수사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며 공세를 강화했다.

韓, 명태균 논란에 “정치 브로커에 휘둘려… 국민에겐 한심할 것”

尹과 정면충돌 피하지 않을 태세
친한 “金여사 활동 잠정 중단해야”
용산 “굳이 尹순방중 이래야 하나”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9일 김건희 여사의 공개 활동 문제뿐 아니라 김 여사가 연루된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명태균 씨 논란을 정면으로 건드리면서 윤-한 갈등이 일촉즉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의 역린으로 치부되는 김 여사 문제에 대해 기존에도 응하지 않던 사과 요구를 넘어 더 센 조치를 요구한 건 윤 대통령과의 충돌을 피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명 씨 문제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향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당사자 설명을 촉구한 것 역시 용산과의 차별화를 분명히 하는 동시에 리스크가 여당 지도부에 전이되는 걸 사전에 막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 대표 측은 “국민들의 피로감이 극대화한 데다 김 여사의 사과만으로는 이미 타이밍도 늦어서 다음 스텝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 尹 해외 순방 동행 중 金에 활동 자제 촉구

한 대표의 ‘김 여사 공개 활동 자제’ 발언은 세 규합 성격의 6일 친한(친한동훈) 그룹 만찬, 7일 원외 당협위원당 연수가 있은 지 이틀 만에 나왔다. 한 대표는 두 자리에서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민심에 따를 것”, “행동해야 할 때, 결정해야 할 때 민심에 맞춰 결정하겠다”, “내가 물러나지 않겠다. 나를 따라 달라” 등의 당부를 하며 윤 대통령과 충돌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 대표의 이날 발언은 최근 김 여사가 활동 빈도를 늘리는 시점에서 나왔다. 친한계는 김 여사가 의혹이 해결되기 전까지 아예 대외활동을 잠정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여사는 최근 추석 연휴 기간 서울 마포대교, 장애아동 거주 시설 등을 방문하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친한 진영은 검찰의 디올백 수수 의혹 무혐의 처분, 명 씨 논란, 공천 개입 의혹 등 악재가 계속 쏟아지는데도 김 여사가 사과 없이 오히려 행보를 늘려 여론이 더욱 악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친한계 의원은 “지금 국민들이 ‘김 여사가 공적인 영역을 침범한다’는 불쾌감을 느끼고 있지 않느냐”며 “사과는 이미 타이밍이 늦었다. 특별감찰관 임명, 제2부속실 설치와 함께 김 여사가 국민들에게 약속한 대로 조용한 내조 등 입장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이날 명 씨 논란과 관련해 “다수 유력 정치인이 정치 브로커에게 휘둘리는 것처럼 보이는 것에 대해 국민들께서 한심하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관련됐다고 생각하신 분들은 당당하게 솔직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말한 것 역시 김 여사를 겨냥하는 동시에, 이번 문제와 당을 분리시키려는 취지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친한 의원은 “어디까지가 진짜고 허황된 건지 아직 가늠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조건 방탄만 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한 대표가 대통령실의 불투명한 의사결정 구조를 문제 삼은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 용산·친윤 “尹 순방 성과 묻혀” 불쾌

대통령실과 친윤 진영은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순방 성과는 묻히고 윤-한 갈등만 부각되게 생겼다”며 “굳이 이 타이밍에 김 여사 공개 행보 자제 등 발언을 했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김 여사를 둘러싸고 ‘카더라’만 많은 것 아니냐”며 “(한 대표가 하는) 그런 얘기에 대해서는 우리는 지켜볼 뿐”이라고 말했다. 여당 내 한 친윤 의원도 “지금은 여사를 말할 때가 아니라 야당 공격의 본질을 봐야 한다”며 “싸움의 대상이 왜 거기로 가느냐. 우리는 소수 여당”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은 명 씨와 김 여사가 도대체 어디까지 국정에 개입하고 농단한 것인지 묻고 있다”며 “더 늦기 전 모두 자백하라. 민주당은 윤 대통령 부부가 벌인 전횡의 전모를 밝히고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직격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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