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 문승원이 몰래 주고 간 선물..후배들은 감동 메시지

이재국 기자 2022. 7. 14.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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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SG 투수 문승원이 배명고 후배들에게 방망이 수십 자루를 선물했다. 감동한 배명고 후배들이 단체사진을 찍어 문승원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배명고 제공

- 배명고 후배들을 위해 방망이 수십 자루 깜짝 선물

- 2018년부터는 형편 어려운 후배에 남몰래 장학금

- 누군가를 돕는 게 목표였던 선수…꿈을 이루는 과정

[스포티비뉴스=이재국 전문위원] 오랜 재활 끝에 마운드로 돌아온 SSG 투수 문승원(33)이 남몰래 고교 후배들을 위해 값진 선물을 해 후배들이 감동했다. 최근 부정적 이슈가 많던 야구계도 이런 훈훈한 미담에 모처럼 미소를 짓고 있다.

문승원은 최근 모교인 배명고 후배들을 위해 방망이 수십 자루를 선물했다. 후배들 앞에서 생색을 내며 전달한 것도 아니라 업체를 통해 방망이가 배달됐다.

문승원은 2008년 배명고를 졸업했다. 고려대로 진학한 뒤 201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전체 8순위) 지명을 받고 SSG의 전신 SK에 입단해 주력 투수로 성장했다.

고교를 졸업한 뒤 14년. 여전히 후배들을 잊지 않고 음으로 양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지난 2018년부터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배명고 야구선수 후배를 위해 졸업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장학금을 주며 후원을 했다. 어머니까지 편찮아 힘겹게 선수 생활을 이어가던 그 선수는 문승원의 도움 속에 무탈하게 졸업을 한 뒤 프로 팀 불펜포수로 들어갔다.

당시 배명고 김경섭 감독은 이 같은 사실을 널리 알리고 싶어 했지만, 문승원이 원하지 않자 마음을 받아들이면서 “학교와 동문 선배님 정도는 아셔야 한다”면서 그 정도 선에서 소식을 알렸다.

그런데 이번에 제77회 청룡기전국고교야구대회를 앞두고 깜짝 선물을 받자 김경섭 감독은 또 다시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문승원은 김 감독에게 “이제는 개인이 아닌 팀 선수들 전체를 위해 작은 도움이라도 주고 싶다”면서 “올 겨울에도 장비지원을 하면서 지속적으로 도와드리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이번엔 타자들을 위해 방망이를 선물했지만, 겨울엔 2학년에서 3학년으로 올라가는 투수들을 위해 글러브를 선물하겠다고 약속했다.

▲ SSG 투수 문승원이 배명고 후배들에게 선물한 방망이. ⓒ배명고 제공

문승원은 이번에도 역시 자신의 기부가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러나 김 감독은 “이런 미담은 좀 널리 알려지면 좋겠다”면서 기자에게 소식을 전했다.

김 감독은 “문승원은 나에겐 제자이자 야구 후배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스승인 내가 가르침을 얻는다”면서 “본인도 수술 후에 힘든 시간을 보냈을 텐데 기특하고 자랑스럽다. 물질적인 부분보다 타인에 대한 배려심과 어려운 환경에 놓인 후배들에 대한 관심이 고마웠다”고 소개했다.

배명고 후배들도 문승원이 주고 간 선물에 감동했다.

‘문·승·원·선·배·님·고·맙·습·니·다♥’ 라고 A4 용지 한 장, 한 장에 한 글자씩을 새겨 넣어 단체사진을 찍은 뒤 문승원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전했다.

김경섭 감독은 “자랑스러운 선배로 인해 후배들이 많이 감동했다. 선수들이 아주 즐거워한다. 사기가 많이 올라갔다”며 기뻐했다.

소식을 들은 기자가 문승원에게 전화를 하자 “알리고 싶지 않았는데 감독님께서 알리셨나 보다”라며 웃더니 “어릴 때부터 누군가를 돕는 게 목표이자 꿈이었다”고 말했다.

문승원은 우선 억대 연봉을 받으면 꼭 누군가를 돕겠다는 1차 목표를 세웠다고 한다. 그러면서 2018년부터 형편이 어려웠던 배명고 후배를 위해 졸업할 때까지 장학금을 주며 도움의 손길을 보냈던 것이었다.

문승원은 지난해 6월 팔꿈치 인대 재건 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고 1년간 재활훈련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난겨울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SSG 구단에서 비FA 다년계약을 제시한 것. 5년 총액 55억 원의 조건이었다.

SSG가 문승원에게 파격적인 제안을 한 것은 투수로서 기량도 기량이지만, 평소 건실한 태도와 책임감, 남을 배려하는 마음 등 인간적인 자세를 눈여겨봤기 때문이다.

문승원은 장기계약을 하자마자 “많은 돈을 벌면 남에게 더 도움을 주고 싶다”던 평소의 꿈을 펼치기 시작했다. 자신이 받은 선물을 타인에게 선물로 베풀겠다는 뜻이었다. 지금은 그 목표와 꿈을 이루는 과정이다.

▲ SSG 투수 문승원은 지난 10일 대구 삼성전을 통해 팔꿈치 인대 재건 수술 후 1년여 만에 1군 마운드 복귀 신고식을 했다. ⓒ곽혜미 기자

그 스스로는 지난 10일 대구 삼성전을 통해 406일 만에 1군 마운드에 돌아왔다. 7-2로 앞선 8회말 2사 후 김택형을 구원해 1.1이닝 동안 4타자를 상대하며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공 9개로 완벽한 복귀 신고식을 했다. 주로 선발로 활약하던 그가 불펜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것은 1016일 만이었다. 오랜 기다림 끝의 등판. 최고 구속 152㎞를 찍으며 건재를 과시했다. SSG 선수단과 팬들에게 준 선물었다.

문승원은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낸 뒤 그동안 기다려준 SSG 팬들을 향해 모자를 벗고 크게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는 “경기 전에 정말 많이 떨렸다”면서도 “마운드에 서니 1군에서 야구를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감사하더라. 내가 살아있다는 게 느껴졌다. 역시 야구선수는 야구를 해야 한다”며 웃었다.

▲ 문승원(왼쪽에서 두 번째)이 2018년 모교 배명고를 방문했을 때다. 당시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에게 졸업할 때까지 장학금을 주겠다는 뜻을 전한 뒤 김경섭 감독, 당시 교장선생님, 야구부장(왼쪽부터)이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배명고 제공

청룡기 대회에 나서는 후배들에게도 격려의 메시지를 보냈다. 배명고는 14일 강원고와 1회전을 치른다.

문승원은 “배명고가 이번 청룡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좋겠다. 승리도 중요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선수들이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을 시기다. 앞으로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들을 계속 찾아보겠다. 비시즌 때는 직접 찾아가 만나보겠다”며 다시 한 번 후배들을 응원했다.

SSG에게는 천군만마, 배명고 후배들에게는 천사 같은 존재. 돌아온 문승원의 이야기가 다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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