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헐적 명장, 달 감독에 대한 아쉬움

사진 제공 = OSEN

중계석의 대화

스코어 4-3이다. 겨우 1점 차이다. 앞선 홈 팀의 뒤가 따갑다. 결국 마지막 9회 초가 심상치 않다. (9월 7일 대구 라이온즈 파크, 한화 이글스 – 삼성 라이온즈)

4번 노시환의 스윙에 한동안 정적이 흐른다. 까마득히 솟은 타구가 왼쪽 담장 근처로 간다. 넘어가면 동점이다. 하지만 두어 걸음 앞에서 잡힌다.

투 아웃에 주자는 없다. 이글스의 승리 확률은 4.2%로 줄어든다.

그런데 끝이 아니다. 여기부터 일이 생긴다. 채은성 사구→김태연 좌전 안타로 주자가 모인다. 더 큰 일은 다음 타자다. 손아섭에게 연결된 것이다. 관중석이 금세 끓어오른다.

스트라이크 다음에 연달아 볼 3개가 꽂힌다. 카운트는 3-1로 타자 편이다. 이때 중계석의 대화가 흥미롭다. SBS Sports가 실황을 전했다. 정우영 캐스터와 이순철 해설이다.

우영 “쓰리 볼, 원 스트라이크!”

순철 “(포수에게) 볼을 받으면서, 웨이팅 서클에 있는 (다음 타자) 허인서 선수를 한 번 쳐다본 (투수) 김재윤 선수예요.”

우영 “…”

순철 “그러면 바깥쪽으로 다시 투구를 해서, 걸려도 할 수 없다. 이렇게 들어갈 것 같은데요.”

(카메라는 삼성 덕아웃의 박진만 감독과 최일언 투수 코치를 잡는다.)

아니나 다를까. 해설자의 관찰은 정확했다. 아예 빠진 공으로 볼넷을 내준다. 2사 1, 2루는 2사 만루로 깊어진다.

우영 “거의 자동 고의 4구에 가까운 상황으로 허인서를 선택했습니다.”

결과는 아시는 대로다. 반전은 없었다. 허인서는 27번째 아웃의 희생양이 됐다.

사진 제공 = OSEN

“대타를 왜 안 쓰냐” 시끌시끌

경기 직후다.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가 시끌시끌하다.

‘벤치에 대타 자원이 있을 텐데, 왜 안 썼냐’는 질타가 쏟아진다. 2군에서 4연타석 홈런도 쳤던 허인서에게는 미안한 얘기다. 하지만 아직 1군 경력이 많지 않다. 그래서 팬들의 신뢰가 두텁지는 않은 것 같다.

영 틀린 말도 아니다. 대기자 명단에는 하주석이 남아 있었다. 최근 타격감이 무척 괜찮은 편이다. 또 이진영도 나올 수 있는 상태다.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변론도 등장한다. ‘(대타를 쓰면) 만약 동점이나 역전이 되면 포수가 없다. 김서현이 나올 텐데, 그 공을 아무나 받을 수 있겠나.’ 그런 반론도 나온다.

그러나 바로 진압된다. ‘그건 나중 일이고, 일단 패배는 막아야지.’ 하는 댓글이 우세하다.

사실 경기 전부터 부글거렸다. 이날 출전 명단이 예사롭지 않은 탓이다.

일단 선발이 황준서다. 라이언 와이스가 계속 밀린다. 8월 30일 이후 일주일 넘게 등판이 없다. 김경문 감독은 이렇게 설명한다.

“그동안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부산 원정(9~10일)에서 등판할 예정이다.” 이런 말도 덧붙인다. “코디 폰세와 와이스 모두 등판 간격을 조금씩 늘려 준비시키고 있다. 한승혁의 엔트리 말소도 휴식 차원이다.”

사진 제공 = OSEN

출전 명단에서 나타난 변화

야수들도 몇 명 조정됐다. 손아섭과 하주석이 스타팅에서 빠졌다. 대신 황영묵과 안치홍, 심우준이 출전했다.

기자들에게는 이렇게 브리핑한다.

“그동안 안 뛴 선수들을 먼저 내보냈다. 지금 심우준도 계속 뛰다가 하주석이 감이 좋으니까, 몇 경기를 못 나갔다. 이런 기회를 줘야 서로 컨디션 조절이 가능하다.” 김 감독의 말은 이런 취지다.

심지어 문현빈의 출전도 고민했다고 얘기한다. 역시 휴식과 다른 선수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는 뜻으로 이해된다.

물론 선수 기용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다. 팀 사정을 가장 잘 알고, 전반적인 전략을 수립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날 멤버 구성을 보면 그런 생각을 지울 수 없다. ‘1위 추격은 이제 포기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 말이다.

이해는 간다. 충분히 현실적인 판단이다. 트윈스와 게임차는 계속 5게임 정도로 유지된다. 그 안쪽으로 좁히기 쉽지 않다. 남은 경기수를 봐도 확률이 낮다.

계속 쫓는 것은 무리다. 그러다가 괜히 피로만 쌓인다. 꿩도 닭도 다 놓치게 된다. 차라리 안정적인 운영으로 훗날을 도모하는 게 낫다. 그게 실리적인 계산일 수 있다.

하지만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과연 이 시점에, 그게 맞냐? 하는 반문이다.

사진 제공 = OSEN

꼬박 4시간 한화 경기 시청한 염경엽

며칠 전이다. 흥미로운 기사가 있었다. 트윈스 염경엽 감독에 대한 얘기다. 요약하면 이런 내용이다.

“LG는 경기가 없던 날이다(3일). 집에서 한화-NC전을 유심히 봤다. 우천 중단까지 포함하면 4시간이 넘는데, 끝까지 시청했다. 무승부가 되는가 했는데, 한화가 이기더라. 본래 다른 팀 경기는 잘 안 본다. 그런데 100경기가 넘어가면 신경이 쓰인다. 그래서 보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이런 희망 사항도 덧붙인다.

“9월 말 대전에서 3연전이 있다. 그때 폰세가 안 나왔으면 좋겠다.” 그전에 트윈스가 1위를 확정 지으면 나올 일이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남들은 대부분 그렇게 말한다. 1, 2위는 사실상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당사자는 다르다. 특히 앞선 쪽은 뒤가 따갑다. 한참 멀리 있지만, 그래도 안심이 안 된다. 계속 뒤를 돌아보게 된다. 그게 승부의 세계다.

물론 현실은 중요하다. 괜한 무모함은 실패와 직결된다.

철저하게 전략적이어야 한다. 실리적이고, 실전적이고, 냉정해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놓지 말아야 할 딱 하나가 있다. 치열함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따라붙는 끈끈함이다.

어제(7일) 패배 이후다. TJB 대전방송은 이런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팬들은 포기 안 했는데 감독만 포기?’ 필승조 투수도 안 내고, 타격감 좋은 타자들을 선발에서 제외시킨 사실에 대한 비판이다.

사진 제공 = OSEN

달 감독은 명장이다. 그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역사에 길이 남을 일이다. 올림픽 금메달을 안겨준 사령탑이다. 통산 1000승 이상을 거뒀다. 선이 굵고, 결이 곧은 야구를 추구한다. 그래서 신망과 존경을 받는 야구인이다.

만년 하위 팀 이글스를 1~2위까지 끌어올린 점만 봐도 그렇다. 그 리더십에 대한 이견은 있을 리 없다.

다만, 아쉬움은 있다. 그의 야구에서 종종 사라지는 지점이 있기 때문이다. 절실함, 치열함, 그런 정서다.

승리의 과정은 아름다울 수 없다. 평화로울 수도 없다. 처절하고, 까마득하고, 고통이 가득한 길이다.

현실적인 감안, 향후에 대한 고려. 그런 것들이 팀을 헐겁게 만든다. 딱 한 발이다. 그걸 물러서는 순간, 경쟁에서 영원히 밀려난다. 그런 실패 사례는 이제까지 너무나 많았다.

부디 그런 가을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사진 제공 = OS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