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가격 10배 뛰자 애플도 백기…반도체 랠리 둘러싼 4가지 질문[삼전닉스 신드롬]

김영은 2026. 5. 4.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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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간 640% 뛴 하이닉스
310% 뛴 삼성전자, 낙관론과 신중론 둘러싼 질문
애플, 웃돈 주고 삼성과 반도체 계약
전문가 "2029년까지 공급부족 이어져"

[커버스토리=삼전닉스 신드롬]


반도체가 한국 경제의 한복판에 섰다. 수출과 증시, 부동산은 물론 노동 시장과 입시 시장, 결혼 시장이 반도체 초호황의 영향을 받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영업이익 전망치는 500조원에 육박한다. 

반도체 수요가 급등하면서 1분기 삼성전자(65.7%)와 SK하이닉스(72%) 영업이익률은 미국 엔비디아(65.0%)와 대만 TSMC (58.1%)마저 압도했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전인미답의 이익 고지에 올라선 것이다. 주가 상승률도 경이롭다. 삼성전자는 1년 전과 비교해 310% 뛰었고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640%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도 반도체 산업이 구조적으로 변화하면서 새로운 슈퍼사이클이 도래했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주가 향방을 두고 시선이 엇갈린다.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이 이어지며 상승세가 내년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있는 반면, 증시가 이미 실적보다 성장률 둔화 여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피크아웃’ 논쟁을 피하기 어렵다는 신중론도 맞서고 있다. 반도체주를 둘러싼 낙관론과 신중론을 판단할 수 있는 질문 4가지를 짚었다. 

Q .공급자 우위 시장 이어질까?
A. ‘갑’ 애플도 웃돈 줬다…메모리 권력 이어져


시장에서 ‘갑 중의 갑’으로 통하는 애플이 태세를 전환했다. 지난 10년간 메모리 반도체를 ‘최저가’로 구매했던 애플이 이번엔 스마트폰용 D램 구매 가격을 높여 물량을 선점하는 방향으로 틀었다. 원가절감과 공급망관리를 최우선으로 여기던 애플이 전략을 바꾼 것이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애플과 스마트폰용 D램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9월 공개가 예상되는 아이폰 18 시리즈에 쓰이는 12기가바이트(GB) 고속·저전력 D램(LPDDR5X)의 가격과 초기 공급량을 정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기존 대비 가격을 3배가량 올려 제시했음에도 애플이 이를 수용했다는 후문이 나온다. 12GB LPDDR5X의 개당 가격이 작년 초 25달러대에서 올해 초 70달러(약 10만원) 수준으로 올랐는데 애플이 이런 가격 인상을 받아들인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4월 29일 JP모간 보고서를 인용해 아이폰 제조 원가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현재 약 10% 수준에서 2027년 최대 45%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증권가에서는 과거 협상력 우위에 있던 애플이 유리한 구매 조건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반면, 최근에는 공급 물량 확보를 위해 경쟁에 나서야 하는 상황으로 전환됐다고 분석한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모바일 기기에 주로 탑재되던 LPDDR이 AI 서버까지 수요가 확산되며 아이폰과 갤럭시 모두 물량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스마트폰 제품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들이 교체주기를 늘리면서 스마트폰이 점차 냉장고나 세탁기처럼 내구재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AI 인프라 수요 급증이 주요 배경으로 지목된다.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저전력 D램인 LPDDR이 서버용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엔비디아의 차세대 플랫폼 ‘베라 루빈’을 비롯한 주요 AI 시스템에 LPDDR이 탑재되며 기존 스마트폰 중심이던 수요 축이 데이터센터로 학대되는 양상이다. 베라 루빈에는 1개의 중앙처리장치(CPU)와 2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통합되고 여기에 다수의 LPDDR과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가 함께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AI 반도체 수요는 차량 영역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테슬라의 차세대 AI5 칩에는 12개의 LPDDR이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향후 로보택시와 휴머노이드 로봇 등 다양한 응용처에서 수요가 확대될 전망이다. 

Q. 설비투자, 공급의 저주 신호탄일까? 
A. 설비투자, 공급 안정까진 3년 걸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공사현장에서 분주하게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뉴스1


그렇다고 지금처럼 압도적인 공급자 우위 시장을 평생 가지고 갈 수는 없다. 한국 D램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구하기 어려워질수록 미국이나 대만, 중국 등 경쟁국으로 수요가 향하기 때문이다. 경쟁국이 투자를 늘리고 고객사를 확보할수록 한국 기업과의 기술 격차 역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최태원 SK 회장은 최근 설비투자와 관련해 “만나는 사람마다 메모리를 달라고 한다”며 “하지만 영원히 가능한 상황은 아니라 최대한 공급을 늘려 줘야 한다”고 말했다. 가격이 비싸지면 메모리를 안 쓸 수 있는 모든 연구를 하게 되고 결국 메모리를 덜 쓰게 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수요에 대비해 생산 확대를 서두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평택 캠퍼스 4공장(P4) D램 라인을 늘리고 신규 5공장(P5) 핵심 설비 공사에도 착수했다.

올 한 해 HBM용 10나노급 6세대(1c) D램을 월 10만~12만 장 생산할 수 있는 신규 라인을 확보할 예정이다. 올해 연간 투자도 늘릴 계획이다. 삼성전자 측은 “AI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전년 대비 상당한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청주 M15X의 두 번째 클린룸 개방과 장비 반입 일정을 당초 5월보다 2개월가량 앞당겼다. M15X는 SK하이닉스가 약 20조원을 투자해 기존 M15 공장을 확장한 신규 D램 생산기지다. 아울러 경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 클린룸의 문 여는 시점도 2027년 5월에서 2월로 3개월 앞당기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공급 확대를 두고 긴장하는 투자자들도 있다. 한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협상에서 우위를 점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AI 인프라 확대를 위해 빅테크 투자가 늘고 AI 칩 수요와 범용 반도체 수요까지 폭증하면서 가격 결정권이 메모리 공급자에게 주어졌다. AI 시대가 도래하기 전 메모리 기업은 경기 호황과 불황에 따라 2~3년마다 가격이 폭등·폭락했다. 스마트폰과 가전 수요의 영향을 받았고 대량 생산으로 원가를 절감해 시장을 장악하는 전략이 곧 성공방정식이었다. 

2018년에도 고사양 모바일 기기 보급이 맞물리고 클라우드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폭증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설비투자를 쏟아부으며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꺾였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지면서 2019년 D램 가격이 반토막 났기 때문이다. 

‘공급의 역설’을 겪었던 투자자들은 증설이 곧 공급 완화의 신호탄이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하지만 학계와 증권가에서는 메모리 공급에는 시차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김 애널리스트는 “선두 업체들은 2023년 설비투자를 최대치로 올렸다가 2024~2025년엔 오히려 줄였기 때문에 지금 갑자기 물량이 늘어날 구조가 아니다”며 “수량(Q) 늘리기보다 가격(P) 올리기로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보수적 전략이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4분기부터 분기당 최대 80% 급등한 서버 D램 가격이 앞으로도 두 자릿수 성장률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최신 공정 제품은 HBM과 모바일 D램으로 우선 투입되고 있어 서버 D램 생산 증가는 올해 말에나 가능하다”며 “일부 클라우드 업체들은 내년 서버 D램 수요 증가율을 60~70%로 보고 있지만 공급 증가는 기껏해야 20~25%에 그칠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2029년까지 공급부족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인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석학교수는 “AI붐이 본격화된 시점은 지난해 6월인데 공급을 아무리 서두른다 해도 클린룸 확보에만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장비를 주문해서 설치하는 데도 2년이 소요된다”며 “3년 뒤에도 지금의 폭발적인 성장 기울기가 누그러지는 것이지 역성장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서버용 D램을 이어받을 또 다른 모멘텀이 등장하는 것도 호재다. 박 교수는 “로봇에 AI 가속기가 본격 탑재되는 ‘피지컬 AI ’시대가 열리면 메모리 수요는 다시 한번 폭발적으로 늘어난다”며 “공장 하나를 짓는 데 30조~40조원이 들고 5년 상각 기준으로 1년을 쉬면 7조~8조원의 손실이 나는 만큼 공급업체가 선제 투자를 결정하긴 어렵기 때문에 공급부족은 또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Q. 반도체로 돈 흘러가는 속도 줄었다?
A. 실적 강세는 확실, 수급에는 의견 갈려


내년까지 기록적인 반도체 실적이 예고됐지만 증권가에서는 주가 증가세가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경수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보고서에서 “최근 반도체 실적 상향 속도가 실적발표 직후 일시적 소강상태에 진입했고 국내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 설정액이 감소세를 보이는 등 수급 에너지가 약화되고 있다”며 “5월부터는 기존의 하향 계절성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통계적으로 반도체 업종의 언더퍼폼(시장 수익률 하회)을 유발했던 시장 환경으로 △개인 거래비중 증가 △공매도 거래대금 급증 △국내 이익 모멘텀 둔화 △금리 하락 △코스피지수 하락 또는 탄력 둔화 △외국인 순매도 등을 꼽았다. 이 애널리스트는 이 중 현재 △개인(금투 포함) 거래비중 증가 △이익 모멘텀 둔화 △외국인 순매도 등 3가지 요건이 충족된 상태라고 분석했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투자 의견을 낮췄다. 실적 부진이 아닌 하반기 모멘텀 둔화가 이유였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을 65조 1000억원으로 전망하고 범용 메모리 가격도 D램 45%, 낸드 50% 상승을 예상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는 2분기 호실적 기대와 메모리 업황의 다운사이클 진입 우려가 맞물리며 주가의 기간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고 봤다. 

시장에서 하나둘 신중론이 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낙관론이 우세한 편이다. 증권사가 내건 삼성전자의 목표주가 평균치는 29만3200원으로 여전히 30.7%의 상승 여력이 있고 SK하이닉스의 평균 목표주가는 171만6000원으로 지금보다 31.6%의 상승 여력이 있다. 

Q. 기술혁신, HBM 대체 가능할까?
A. 추론 시장 확대가 곧 HBM 시장 확대


HBM 수요를 흔들 수 있는 변수는 공급 증가만이 아니다. AI 연산의 병목현상을 해결할 새로운 메모리 최적화 기술의 등장도 시장을 긴장시켰다.

데이터 압축 기술인 ‘구글 터보퀀트’가 대표적이다. 그동안 AI 연산을 위해 더 많은 HBM을 탑재해왔다면 이제는 소프트웨어와 새로운 칩 설계를 통해 메모리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AI 성능 발전과 추론을 위해 HBM을 대체할 메모리 반도체가 없다고 말한다. 박재근 교수는 “기술을 아는 사람이라면 HBM 시장이 끝난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터보퀀트 같은 메모리 압축 기술이나 새로운 칩 설계는 역설적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메모리 압축 기술이 발전할수록 AI 추론 비즈니스가 더 빠르고 넓게 확장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추론 수요가 늘어날수록 데이터 저장량도 함께 증가하고 결국 메모리 수요와 수요처는 더 넓어진다”며 “산업용 메모리를 모두 합쳐도 추론 산업의 확장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운 상황에서 차세대 첨단 메모리로 불리는 SOCAMM(소캠), CXL 등 역시 HBM의 대체재라기보다 각기 다른 애플리케이션에 최적화된 보완재에 가깝다”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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