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투표와 개표가 동시에 이뤄지고 가운데 비트코인 가격이 7만1000달러를 돌파하며 강세를 보이고 있다. 개표 초반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앞서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자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5일(현지시간) 글로벌코인 시황 중계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미 동부시간 기준) 비트코인은 24시간 전 대비 4.63% 오른 7만1193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경제전문 매체 CNBC는 “이번 대선은 가상자산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선거로 꼽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많은 사람들이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당선을 가상자산에 대한 위협으로 보고 있다. 해리스는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 강화 움직임을 보인 조 바이든 행정부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는 자신을 ‘가상자산 대통령’이라고 부르며 관련 규제 완화를 약속해서 업계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에 베팅하는 투자활동인 ‘트럼프 트레이드’가 탄력을 받으며 비트코인도 마땅한 호재 없이 7만3000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에 가까워졌다.
번스타인의 가우탐 추가니 애널리스트는 이번 선거에서 누가 승리하든 비트코인이 살아남아 번창할 것으로 전망했다.
추가니는 “비트코인은 선거 결과에 가장 강한 저항력을 보이는 가상자산”이라며 “비트코인의 주요 동력은 미국 재정의 무절제함, 기록적인 수준의 부채, 통화 확장 등으로 이는 금과 비트코인과 같은 실물 자산에 대한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2024회계연도에 미국 재정 적자는 전년 대비 8% 증가한 1조8000억달러에 달했다.
추가니는 비트코인이 글로벌 자산의 0.1% 미만이어서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에 20만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그는 해리스가 승리할 경우에는 향후 몇 주 동안 5만달러로 떨어질 수 있고 트럼프가 승리할 경우 단기적으로 올해 안에 9만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비트와이즈자산관리의 라이언 라스무센 연구책임자는 “트럼프가 승리하면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해리스가 승리하면 단기적으로 매도세가 나타나고 회복하는 데 한두 달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하지만 결국에는 어느 쪽이든 상승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추가니는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로 자금이 계속해서 유입돼서 가상자산 산업 성장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비트코인 ETF에 올해 들어 230억달러 이상의 자금이 유입돼서 규모는 670억달러에 달한다.
라스무센은 “이번 선거는 가상자산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확실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앞으로 며칠 동안 비트코인과 더 넓게 가상자산 시장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아브라의 보한 장 장외옵션거래책임자는 시장이 불확실성에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비트코인에 최악의 결과는 선거 결과 발표가 지연되는 경우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 시나리오에서 최종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위험자산 매도세가 지속되고 변동성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과거 2012년, 2016년과 2020년 대선 이후 90일 동안 비트코인은 각각 87%, 44%과 145% 올랐다. 대선이 있었던 해가 비트코인 반감기와 겹쳐서 공급량이 감소했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전환 영향도 받았다. 시장은 연준이 대선 직후 있는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경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