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왜곡죄 ‘5800명 피고발, 송치 0건’…재판소원은 ‘빅 로펌·전관’ 독식

이혜영·김임수 기자 2026. 5. 2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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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해봐라” 묻지마 고소·고발 현실화…수사·재판 위축 부작용 
허들 높인 재판소원은 ‘쩐의 전쟁’…“전관 희소가치 더 커질 것”

(시사저널=이혜영·김임수 기자)

"왜 나를 송치하나. 법왜곡죄로 고소하겠다. 당신도 고통을 당해야 한다."

"피해자 입장에서 고소한 건이 무혐의 처분됐다. 받아들일 수 없다. 법왜곡죄로 대응하겠다."

3월12일 법왜곡죄가 공포 시행된 후 전국의 수사 현장과 재판을 담당하는 사법부가 마주하고 있는 장면이다. 법 시행 불과 70일 만에 '법왜곡죄(형법 123조의2) 혐의로 처벌해 달라'는 내용의 고소·고발장이 쇄도하고 있다. 고소·고발된 인원은 무려 6000명에 육박한다. 같은 날 시행된 재판소원제도는 '빅 로펌'과 헌법재판소 출신 '전관'들이 대리하는 사건들이 나란히 사전심사를 통과하면서 '국민의 기본권 구제'라는 입법 취지에서 멀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ChatGPT 생성 이미지

"가만 안 둬" 불복 도구로 전락하는 법왜곡죄

경찰청에 따르면, 5월6일 기준 5805명(사건 수 기준 327건)이 법왜곡죄 혐의로 피소됐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도 50건 안팎의 사건이 접수 또는 이첩됐다. 경찰청은 5805명 중 40.1%인 2341명만 혐의 성립 여부와 상관없이 법 적용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나머지 3464명에 대한 수사 요구는 법왜곡죄로 다룰 수 없는 일반 행정직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한 사건이다. 그만큼 민원인들의 '묻지마 고소·고발'이 많다는 의미다. 법왜곡죄는 '형사 사건의 재판에 관여하는 법관, 공소를 제기하거나 유지하는 검사 또는 범죄 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자가 타인에게 위법 또는 부당하게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할 목적으로 재판 또는 수사 중인 형사 사건에 관하여 위법행위를 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과 10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현재까지 고소·고발 대상이 인정된 사건 중 '처벌 요구'가 가장 많았던 것은 경찰(1566명)로 전체의 27.0%를 차지한다. 그 외에 검사 376명(6.5%), 판사 242명(4.2%), 검찰수사관 및 특별사법경찰관 157명(2.7%)이다. 5명 중 1명이 경찰인 것은 형사 사건의 경우 전체의 90% 상당을 처리하고 있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이 법왜곡죄 입법을 강행한 가장 강력한 근거로 내세웠던 검사나 판사의 수사·재판 견제보다 실제 현장에서는 사법경찰을 겨냥한 수사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것이다. 경찰청은 법왜곡죄 처리 난도와 추가 고소·고발에 대한 현장 우려를 감안해 관련 사건을 시도 경찰청에서 처리토록 하는 등의 지침을 내려놓은 상태다.

법왜곡죄 고발 건을 검토하고 있는 수도권 지역의 한 경찰 관계자는 "뚜렷한 증거나 정황 없이 수사나 재판 결과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처벌을 원한다거나 '가만두지 않겠다'는 취지의 화풀이성 소장이 상당히 많다"며 "사건을 무혐의 종결하면 법왜곡죄를 수사한 당사자를 상대로 또 고소·고발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무한 소송전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5월21일 기준 법왜곡죄 혐의로 송치된 사건은 '0'으로 전무하다. 법왜곡죄 법안의 실효성은 계속 제기돼온 문제다. 혐의를 규명하려면 고도의 법리 판단과 고의로 법을 왜곡했다는 것을 객관적인 증거로 밝혀내야 한다. 강제수사 없이는 직접적인 물증 확보가 어렵고, 녹취록이나 메시지 같은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면 부당한 목적을 가진 '내심의 의도'를 객관적으로 증명해 내는 데 한계가 있다. 오히려 사법경찰과 검사의 수사 활동과 판사들의 새로운 법리 적용을 포함한 독립적인 형사재판 진행을 위축시키는 역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수사와 기소가 이뤄진다 하더라도 법왜곡죄 사건의 최종 판단 역시 판사가 하기 때문에 유죄 확정 사례가 나올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전직 경찰 출신 한 변호사는 "가뜩이나 수사부서 기피가 심각하고 민생수사 지연이 만성화된 상황인데 법왜곡죄까지 도입돼 '수사과 탈출은 지능 순'이라는 말까지 나온다"며 "지휘부 입장에서는 조직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도구로 볼지 모르지만 일선에선 한숨만 커지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공소 취소 특검 노리는 與에 오히려 자충수"

법왜곡죄 '1호 사건'인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고발 건은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에서 사건 기록 검토와 법리 분석을 진행 중이다. 대법원장 관련 사건인 데다 기존 수사나 판례를 참고할 수 없기 때문에 경찰에서도 법 적용과 해석을 비롯해 수사 전반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대법원장에 대한 법왜곡 혐의 고발 사건은 공수처에서도 진행 중인데, 법안 처리 강행 과정에서의 '입법 미비'로 현장 혼란이 가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공수처 사건사무 규칙에는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의 고위공직자 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하도록 하고 있다. 검사가 법왜곡죄로 고소·고발된 경우 경찰은 공수처로 사건을 이첩해야 하지만, 판사의 경우 이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 때문에 경찰과 공수처가 동시에 조 대법원장의 동일한 법왜곡죄 사건을 다루는 상황이 벌어졌다.

경찰은 공수처로 사건을 보낼 이유가 없고, 공수처 역시 이첩을 요구할 근거가 없다. 경찰과 공수처 모두 사법부의 판단과 선고 과정을 수사해야 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부담과 동시에 기관 간 수사 주도권에 대한 눈치싸움도 읽힌다. 조 대법원장을 양쪽 기관에 모두 고발한 이병철 변호사는 "경찰이나 공수처 모두 조 대법원장 관련 수사가 의미 있게 진척되고 있는 것 같지 않다"며 "6·3 지방선거가 있어서 그 전에 사건 진행이나 마무리를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에서 법리를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재판 절차를 위반한 혐의로 고발당했다. 민주당이 위헌 논란에도 법왜곡죄를 강행 처리한 배경도 이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와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조 대법원장이 고발된 후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 결정을 내렸던 지귀연 부장판사, 징계 절차로 직무정지 중인 박상용 인천지검 부부장검사,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 당시 헌법재판소를 이끌었던 문형배 전 헌재소장대행까지 굵직한 사건의 수사·재판·탄핵심판 관여자가 줄줄이 수사선상에 올랐다.

경찰과 검찰, 공수처,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는 태스크포스(TF)나 대응팀을 별도로 구성해 법률 지원이나 수사·재판 프로세스 정비에 착수했다. 법왜곡죄 도입에 강력한 우려를 표명했던 사법부는 법원행정처 내부에 재판 독립을 위한 종합적 지원 기구인 직무소송 지원센터를 설치하고 관련 내규를 전면 개정했다. 변호인 선임 비용 한도도 기존 500만원에서 기소 이전 1000만원(항고·재정신청 등 불복 절차별), 기소 이후 2000만원(심급별)까지 늘어난다. 수사 단계부터 3심까지 7000만원을 지원하되 해당 법관이 유죄 확정 판결을 받으면 지원비를 모두 회수한다는 방침이다.

대법원은 "법관에 대한 무분별한 고소·고발, 근거 없는 인신공격 등 부당한 외부적 부담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고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하는 사법의 본질적 기능이 위축될 우려가 증가했다"며 고질적인 형사재판부 기피 현상과 형사재판 법관들의 부담을 감경하는 방식의 제도 운영을 이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사법부의 한 관계자는 "법관 보호를 위해 필요한 제도이긴 하나 결국은 전부 혈세가 투입되는 것"이라며 "누구를 위한 입법이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일각에서는 법왜곡죄 도입이 민주당에 오히려 자충수가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6·3 지방선거 이후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이 대통령 사건의 검찰 수사·재판을 다시 들여다보게 될 '공소 취소 특검'의 출범 여부다.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분리로 인력 이탈이 가시화되고 사건 적체가 심각한 검찰 내부에서는 '법왜곡죄가 공소 취소 특검 차출을 막아줄 가장 강력한 방패가 됐다'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온다. 수도권 지청에 근무하는 현직 검사는 "대통령에 대한 공소 취소를 추진할 수 있는 특검에 합류하면 결과와 상관없이 어떤 식으로든 법왜곡죄 수사 대상이 될 것"이라며 "검사 1명당 수백 개의 사건을 떠안고 있는 상황에서 특검 차출 자체가 어불성설이지만 법왜곡죄로 인해 운신의 폭이 더 좁아진 게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든다"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오른쪽)와 한병도 원내대표가 2월25일 국회 본회의 도중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하고 있다. 이날 민주당은 '법왜곡죄' 개정안을 처리하려 했지만 강경파는 수정안 상정에 강하게 반발했다. ⓒ연합뉴스

"수천억 시장 열렸다" 로펌만 웃는 재판소원

법왜곡죄와 동시 시행된 재판소원 제도는 법률시장에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법원의 확정판결에 대해 헌법재판소에서 다시 판단을 구할 수 있도록 한 재판소원 제도는 '국민의 기본권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명분으로 도입됐다. 제도 시행에 따른 오남용을 막기 위해 변호사 강제주의를 채택하고, 전원재판부 회부 여부를 결정하는 '사전 심사'를 통해 허들을 높였다. 그 결과 5월15일 기준, 총 679건 중 헌재 전원재판부 회부가 결정된 건은 5건에 불과하다. 법원행정처가 우려했던 '소송 지옥'은 기우에 불과했던 셈이다.

다만 전원재판부 회부라는 '좁은 문'을 통과한 사건은 예외 없이 대형 로펌이나 헌법 전문 변호사가 대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4월28일 '1호 사건'으로 지정된 녹십자 입찰담합 과징금 사건은 법무법인 율촌이, 5월12일 주택재건축조합 부당이득반환 사건은 법무법인 광장이 각각 대리하고 있다. 이예람 특검 압수수색 영장 사건의 경우 법무법인 대륜 소속 김영수 변호사가 청구인인 사건이다. 5월15일 추가 회부된 항소이유서 제출 기간 경과 관련 2건 역시 법무법인 린과 헌법연구관을 지낸 이명웅 변호사가 각각 대리했다. 차장검사 출신인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재판소원은 법원 확정판결의 위헌이나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는 일인 만큼 인력과 전문성을 갖춘 대형 로펌이나 법률 단체 중심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제도 시행 전부터 이른바 '6대 로펌'은 "돈이 안 되던 헌법 소송이 블루오션이 됐다"며 발빠르게 움직였다. 김앤장은 헌법재판관 출신 목영준·강일원 변호사를 전면 배치한 '헌법소송팀'을 구성했고, 법무법인 광장은 헌재 사무처장을 지낸 김정원 변호사를 영입해 '헌법재판팀'을 출범시켰다. 법무법인 태평양 역시 30여 명 규모의 TF를 꾸리며 전직 대법관 2명을 배치했고, 세종은 민일영 전 대법관을 필두로 한 헌법소송팀을 가동 중이다. '1호 사건' 타이틀을 거머쥔 율촌은 헌법연구부장 출신 윤용섭 고문을 중심으로 10여 명 규모 TF를 꾸렸고, 화우는 이인복 전 대법관을 TF 수장으로 세웠다.

로펌 업계는 재판소원 제도로 인해 연간 '1000억원대+α' 시장이 새롭게 생긴 것으로 내다본다. 재판소원 접수 건수가 연간 1만 건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사건 착수금으로 최소 500만~1000만원은 필요하다는 계산에 따른 것이다. 헌재에서 인용 결정을 얻어 다시 재판이 재개되고, 이에 따른 송무 비용까지 생각하면 수천억원대 시장이 활짝 열린 셈이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재판소원이 기존에 없던 새로운 법률 서비스 시장이 된 것은 분명하다"며 "'헌법재판'에 특화한 변호사 수가 상대적으로 적어 헌재 출신 전관의 희소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재판소원이 비단 법률시장만 달궈놓은 것은 아니다. 제도 시행 이후 헌재와 대법원 사이의 긴장감도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양 기관의 자존심 싸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수면 위로 드러나는 경우는 사실 많지 않았다. 그러나 재판소원 도입으로 헌재가 언제든 대법원 확정판결에 대해 취소할 권한을 갖게 되면서 양상이 달라졌다는 것이 법조계의 공통된 진단이다. 재판소원 심리에 따른 재판기록 공유 범위와 방식, 비실명화 주체 등을 둘러싼 실무적 마찰도 수면 아래에서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헌재가 재판소원 1호 사건으로 심리불속행 기각 문제를 선택한 것이 '선전포고'라는 해석도 나온다. 심리불속행 제도는 형사 사건을 제외한 소송에서 2심 판결에 중대한 법령 위반이 없으면 심리를 속행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다. 대법원의 업무 부담을 덜고 신속한 재판을 위해 마련된 제도지만, 법조계에서는 상고심 상당수가 심리 한 번 없이 종결되는 것에 불만이 쌓여왔다. 이런 상황에서 헌재가 심리불속행 기각 기준을 재정의하겠다고 나서면서 법원 일각에서는 '사법 독립성 침해' '월권'이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재경지법 한 부장판사는 "대법관 1명이 맡는 상고심이 연간 3000건 이상이다. 모든 사건에 심리를 진행해야 한다면, 상고심 지연이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며 "이런 현실을 헌재도 모르진 않을 것이다. 헌재가 너무 나가면 갈등이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4심제는 이미 현실…대법, 재판의 질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법원 내부에서는 헌재 결정으로 대법원이 다시 재판을 열어야 하는 상황 자체가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도 적지 않다. 실제 재판 취소 시 대법원이 직접 재심을 맡을지, 파기환송한 뒤 하급심부터 다시 시작할지, 언제까지 결론을 낼지 등도 여전히 안갯속이다. 국회는 헌법재판소법을 개정하면서 헌재가 재판을 취소한 경우 '법원은 결정 취지에 따라 다시 재판해야 한다'고만 했을 뿐, 구체적인 재심 절차를 별도로 마련하지는 않았다. 이에 법왜곡죄와 재판소원을 번갈아가며 재판을 무한정 반복하는 일도 얼마든지 가능한 상황이다. 법원행정처는 판결 취소에 따른 절차와 관련해서는 "내부 검토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헌법학자들은 법왜곡죄나 재판소원 모두 형사사법 제도 불신에 따라 만들어진 만큼 기관들이 긴밀하게 협의해 부작용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제언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제도 시행 초반인 만큼 접수 자체에 의미를 두는 경우가 많은 상황인 것이고, 법왜곡이나 기본권 침해 여부는 엄격하게 따질 필요가 있는 만큼 로펌 중심, 변호사 강제주의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우리보다 먼저 재판소원을 도입한 독일도 인용률은 1~2%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현재까지 회부된 사건들을 보면, 재판소원을 엄격하게 따져 인정하겠다는 것으로 실제 판결 취소는 많지 않을 것"이라며 "4심제는 이미 현실이 됐다. 대법원 스스로 재판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지, 헌재와 계급 경쟁을 하고 예전과 같은 권위만 내세워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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