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누가 되든 美中 패권 경쟁 확전될 것"
"미중 반도체 경쟁 결과는 3가지 길 중 하나가 될 것"
[아이뉴스24 권용삼 기자]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미·중 패권 경쟁은 반도체를 넘어 인공지능(AI)·양자컴퓨터 등으로 확전될 것입니다."
'반도체 삼국지'의 저자로 유명한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가 23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공회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 4회 한미 산업협력 컨퍼런스'에서 이같이 말했다.
권 교수는 특히 미중 반도체 경쟁과 관련해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미중이 강대강으로 부닥치면서 글로벌로 2개 이상의 밸류 체인이 생길 가능성과 신사협정이 맺어질 가능성, 그리고 중국의 정부 주도 사업이 힘을 잃을 가능성 등이 그것.
권석준 교수 이날 '美 대선이 반도체 산업에 미치는 영향과 한미협력 방안'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첨단산업 기술 경쟁은 한국에 당연히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중국 반도체 산업의 변동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이 범용 아닌 첨단 AI 반도체, 전력·통신 반도체 등에서도 생산 비중이 확대될 수 있다"며 "이 기조를 따라간다면 10년 이내 중국이 전방 반도체를 포함한 반도체 영역에서 높은 생산 비중을 확보한 국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대 중국 제재 조치는 처음에는 특정 회사에 대한 특정 기술에 대한 접근을 막는 방식으로 시작됐지만 현재는 다양한 공정 장비와 부품, 소재, 완제품 수출에 이르기까지 거의 전 영역에 걸쳐서 확장이 되고 있다"며 "대선 이후에도 미국의 대외 정책은 중국의 빠른 확장력과 산업의 랜드 스케일 변동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권 교수는 향후 전개될 미·중 반도체 경쟁의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권 교수는 "첫 번째는 미·중이 강대강 구조를 이루게 돼 각 클러스터가 형성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라며 "이는 글로벌 반도체 밸류체인이 적어도 2개 이상의 다자간 기구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번째는 미·일이 1980년대 맺었던 반도체 협정처럼 신사 협정을 할 가능성"이라며 "이렇게 될 경우 중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한계가 생기게 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세 번째는 중국 국가 주도의 산업 정책이 더 이상 담보되지 못하는 경우"라며 "이 경우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아온 회사들은 경쟁력을 잃는 수순을 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권 교수는 미·중 기술 패권의 정점은 AI 반도체를 비롯한 AI 전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AI 산업은 앞으로 국가 간 기술 패권 전쟁의 핵심 영역이 될 수 밖에 없는 분야"라며 "이미 미국과 중국 사이에 AI 전쟁은 확전 양상을 보이고 있고, 현재는 미국의 엔비디아와 팹리스 회사들이 세계 시장을 이끌고 있지만 내년 상반기 혹은 하반기 정도에는 중국산 그래픽저장장치(GPU)들이 어느 정도 기술 격차를 줄이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특히 AI 반도체는 국가대항전에 더해 엔비디아 연합 대 미국 IT·첨단기업 위주로 형성된 반(反)엔비디아 연합(UA링크)간 대결 구도로 발전할 것이기 때문에 국내 기업들의 전략적 판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행사에서 권 교수는 미국이 반도체 산업에 대한 대외 정책을 어떻게 유지할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반도체 패권을 위한 미국 민주당의 대외정책이 동맹국 클러스터 중심인 반면 공화당은 자국 중심으로 크게 다르다"며 "만일 트럼프 2기 정부가 구성될 경우 트럼프 1기처럼 '아메리칸 퍼스트' 정책을 펼칠 것이라며, 이 경우 바이든 정부에서 발효가 됐던 칩스법은 현재 예정이 되어 있는 2027년까지의 유효 기간 이후에 연장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는 없다"고 전망했다.
이어 "반면 해리스가 당선되면 동맹국과 함께 COCOM 2.0 같은 첨단기술 수출 통제 기구를 결성해 중국을 압박하고 칩스법 개정을 통해 자국 내 투자 인센티브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기존 정책을 모두 승계하지는 않고 AI·6G·군사 등 영역으로 지원법이 확장·응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권 교수는 "해리스 당선 시 대만의 TSMC를 비롯해 동아시아의 첨단 반도체 제조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을 구체화할 것"이라며 "반면 트럼프의 경우 대만 등 동아시아 지정학적 리스크 대응이 바이든 정부 때보다는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권 교수는 공급망 혼란에 따른 경기 둔화, 경제 역성장 시나리오를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그는 "고성능 AI 전용 메모리칩과 선행기술, 표준 및 로드맵 설정 등 제반 분야에서 미국의 대체 불가능한 핵심 파트너 위치를 점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국내 메가 클러스터 생태계 확충, 차세대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인력 투자 등 중장기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다른 전문가들도 미국 리더십이 바뀐다고 하더라도 큰 틀에선 반도체 총론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집권당에 따라 각론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신창환 고려대 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미국의 반도체 투자 및 R&D 정책은 어느 후보가 당선되든 국가 안보와 경제력 향상이라는 큰 틀에서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트럼프는 고용창출 중심의 반도체 기술에, 해리스는 첨단기술 확보를 위한 반도체 기술에 중점을 두고 지원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이어 "누가 되든 미국의 초격차 반도체 개발을 위해 한국, 대만, 일본, 네덜란드 등 동맹국과의 연합을 유지·강화시켜나가겠지만, 특정 분야에 있어 뜻밖에 중국과 화해하는 시나리오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특히 칩셋 기술을 중심으로 미·중 간 기술교류 및 공동 표준 개발 등 선별적 협력 체제가 구축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내다봤다.
이 밖에 이날 행사에선 국내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와 국회의 지원을 강조하는 발언도 나왔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향후 반도체 첨단장비의 중국 내 반입이 어려워지고, 트럼프 당선 시 반도체 투자 지원이 자국 기업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어 국내 기업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모니터링과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국내 반도체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주요국처럼 직접 보조금이 필요하고 반도체 특별법 등 관련 법안들이 국회 내에서 신속히 검토돼 통과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로 4회차를 맡는 '한미 산업협력 컨퍼런스'에는 최중경 한미협회 회장, 이형희 서울상의 부회장(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회 위원장), 박성택 산업부 제1차관, 제임스 킴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 등과 국내외 첨단산업 전문가 및 연구원, 기업인 등 120여명이 참석했다.
/권용삼 기자(dragonbuy@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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