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큰돈을 벌어 놓고도 자신을 위해서는 쓰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조선 후기 제주에는 번 재산을 굶는 이웃에게 풀어 임금의 이름을 얻은 여인이 있었다. 거상 김만덕이다.
그녀가 이름을 남긴 것은 얼마나 벌었느냐가 아니라, 번 것을 어디에 썼느냐 때문이었다.
바다 건너 곡식을 사 와 장사를 일군 여인
김만덕은 배를 이용해 제주와 육지 사이에서 곡식 무역을 하며 큰 재산을 모은 거상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제주는 바다를 건너는 일이 쉽지 않은 섬이었고, 흉년이 이어지면 곡식이 모자라 굶는 사람이 생기기 쉬웠다.
흉년이 이어지자 곳간을 열었다
1790년대 제주에는 몇 해 동안 흉년이 이어져 굶주림이 깊어졌다. 조정에서 구호 곡식을 보냈지만 이를 실은 배가 바다에서 사고를 당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이때 김만덕은 재산을 들여 육지에서 곡식을 사 와 굶주린 사람들에게 내놓았다. 규모는 쌀 오백여 석으로 전해지며, 이 중 일부는 친족을 살리는 데 쓰고 나머지 대부분을 관아에 보내 백성을 구하게 했다고 한다. 정확한 양은 자료마다 차이가 있다.
임금이 소원을 묻자 청한 것은 금강산이었다
이 이야기는 1796년 정조 20년 실록에 기록되어 있다. 제주목사가 김만덕이 재물을 풀어 굶주린 백성을 살렸다고 보고하자, 정조가 소원을 물었다. 그녀는 한양에 올라 임금이 계신 곳을 바라보고 금강산을 구경하고 싶다고 청했다. 당시 제주 사람은 허가 없이 섬 밖으로 나갈 수 없었는데, 조정은 이 소원을 받아들였다. 정조는 그녀에게 의녀라는 명예 직책을 내려 한양에 머물게 하고, 금강산 유람도 돕게 했다고 전해진다.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쓸 곳을 아는 사람이 이름을 남긴다. 전 재산을 내놓고도 그녀가 바란 것은 상이 아니라 평생 보고 싶던 산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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