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로드] 조폭이면 조폭이지 'MZ 조폭'은 또 뭐야?

최경진 2024. 9. 28.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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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조폭, 전통조폭과 형태·수익구조·구성 달라
늘어나는 폭력 조직 인원, 젊은 층 유입 주 원인
전문가 "분별력 없는 청소년, 꾐 빠질까 우려"
▲ ‘MZ 조폭’ 야유회 단체사진 [서울경찰청 제공·연합뉴스]

지난 7월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조직의 대포 계정 3600여 개를 팔아넘긴 20대 남성 A씨가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지난해 2월부터 올해 3월까지 대전의 한 오피스텔에서 각종 피싱 조직에 대포 계정을 팔아 약 4억원의 범죄 수익금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수사 과정에서 A씨가 전북 전주시 폭력 조직 출신인 것이 확인됐다.

같은 달 술집에서 손님과 직원에게 행패를 부리고 출동한 경찰관을 폭행한 20대 남성 B씨가 검찰에 송치됐다.

B씨는 한 유흥주점에서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룸 안으로 불러들인 종업원에게 소주병을 던지고, 상의를 벗고 문신을 과시하며 로비에 있는 직원에게 “나 ○○파”라며 소리를 지른 혐의를 받는다.

체포 과정에서 B씨는 “징역 살아봐서 잘 아는데 절대 체포 못 한다”며 경찰관을 향해 욕설하고 폭력을 행사했는데, 조사 과정에서 B씨는 실제로 조직 폭력 단체에 소속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사건을 다루는 기사에 공통으로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MZ 조폭’이다.

▲ MZ조폭 조직원 단합대회 모습 [경기남부경찰청 제공·연합뉴스]

■ MZ 조폭은 누구일까?

조폭이면 조폭이지, ‘MZ 조폭’은 또 누구인가.

단지 나이가 MZ세대에 속한다는 이유만으로 MZ 조폭이라고 불린다고 생각했다면 오해다.

검찰과 경찰은 MZ 조폭들은 수익을 내는 방법이나 형태, 인력 구성 등 전통 조폭과는 다른 전형을 보인다고 설명한다.

전통 조폭들이 단일 조직으로 활동했다면, 이들은 서로 다른 조직에 속한 20~30대 주축의 또래 조폭들끼리 만든 변종 폭력 모임이다.

SNS를 통해 이합집산해 범죄를 저지르는 ‘점조직’ 형태를 보여 수사기관도 규모나 범죄 활동 상황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경찰이 조직원 명단을 만들어 관리하는 기존 전통 조직과 달리, MZ 조폭들은 기존 폭력 조직에 가입하지 않는 이상 경찰 관리 명단에 포함되지 않는다.

또 ‘두목’이라는 대신 ‘회장’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며, 위계관계로 결속력을 유지했던 과거와 달리 여러 사업을 비교적 수평적인 관계로 연대하면서 상호 ‘윈윈’(win-win) 효과를 얻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MZ 조폭들은 자신의 행적을 숨기기는커녕 오히려 SNS를 통해 과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전국 또래 조폭들이 모여 단합하는 모습이나 전국 폭력 조직 이름이 담긴 사진 등을 인스타그램 등에 게재한다.

재력을 과시하는 사진이나 영상을 올린 뒤 “DM(다이렉트 메시지)을 달라”고 글을 쓰기도 하는데, 여기에 현혹된 청소년이 연락을 해오면 포섭해 세를 불린다.

MZ 조폭의 수익원 또한 온라인 중심이다.

이들은 가상화폐 및 주식 리딩방, 온라인 도박, 보이스 피싱 등을 활용해 수익을 낸다.

▲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고 차량 운전자가 차에서 내리는 모습(왼쪽)과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조사받는 도중 밖에 나와 전화 통화를 하는 모습. [유튜브 채널 ‘카라큘라 탐정사무소’ 캡처]

■ 늘어나는 MZ 조폭에 시민 불안

지난해 12월 조선일보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인용해 4개월간 검거된 조직 폭력배 가운데 75%가 30대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MZ 조폭 범죄 유형으로는 기업형·지능형 불법행위가 396명(38.8%)으로 가장 많았다. 가상화폐나 주식 리딩방 사기, 온라인 불법 도박 등이 해당한다.

이어서 폭력 조직 가입·활동 246명(27.7%), 폭력·갈취 등 서민 대상 불법행위 189명(21.3%), 기타 범죄 56명(6.3%) 순으로 조사됐다.

또 연합뉴스에 따르면 2020년 136명이었던 폭력 조직 신규 가입 인원은 2021년 203명으로 늘었고 2022년에는 244명에 달했는데 젊은 층의 유입이 주요 원인으로 파악됐다.

특히 10대 조직 폭력배의 증가 추세가 우려할 수준이다. 경찰에 따르면 10대 조직 폭력배 검거 인원은 2020년 154명, 2021년 98명이었지만 2022년 210명으로 크게 늘었다.

늘어난 인원수만큼 MZ 조폭들이 일으키는 사건·사고 또한 갈수록 잦아진다.

마약류 약물에 취한 채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고 보행자를 치어 뇌사 상태에 빠트린 사건으로 알려진 일명 ‘롤스로이스남’ 신모(27)씨도 전신 문신을 하고 동갑내기 8명으로 구성된 ‘MT5’라는 범죄 사조직에서 활동했다고 알려졌다.

부산에서는 올해 들어 집단 폭력 사건이 잇따르며 시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올해 4월 해운대구 유흥가 일대에서 일명 MZ 조폭 12명이 눈싸움을 하다가 집단 난투를 벌인 사건이 있었다.

올해 5월에는 부산진구 유흥가에서 조직 폭력배 등 2명이 40대 시민 2명을 마구 폭행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로 인해 7월 해운대 주점에서 20대 남성 10여 명의 패싸움이 벌어지자 MZ 조폭의 다툼으로 잘못 알려지기도 했다.

▲ 영화 범죄도시3에서 초롱이를 연기한 배우 고규필씨 인스타그램 캡처

■ 전문가들이 보는 MZ 조폭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YTN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MZ 조폭에 대해 “‘범죄도시3’에 나오는 초롱이. 딱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배우 고규필이 연기하는 ‘초롱이’는 영화에서 전직 조폭 출신의 중고차 딜러로, 형사 마석도(배우 마동석)에게 허세를 부리다 얻어맞는 인물로 그려진다.

이레즈미 문신이 가득한 양팔에 금목걸이와 꽉 끼는 명품 티셔츠를 착용하고, 클러치백을 든 채 거들먹거리는 게 외형적인 특징이다. 온라인상에서는 이런 모습을 통틀어 ‘문신 돼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배 프로파일러는 MZ 조폭의 특징을 “아주 어리고 돈보다는 일종의 겉멋. 소위 ‘가오를 잡는다(무게를 잡는다는 의미)’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소셜미디어를 통해 집단 MT를 하고 전국 모임을 주도하는 등 위세를 과시한다”며 “치기 어린 것 같은데 자기들에게는 되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을 맡았던 당시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의 신준호 부장검사(현 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청 차장검사)는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MZ 조폭에 대해 “트렌드가 많이 바뀌어서 디지털 포렌식 같은 (수사) 방식에 치중하고 있다. 전화나 메신저 내용이나, 압수수색만 잘하면 그 안에 자료가 풍부하게 남아 있어서 오히려 수사하기 수월한 면도 있다”며 “(SNS를 통한 세력 과시는) 일종의 자기 과시다. 내면이 허약한 친구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법무부 승재현 인권국장은 과거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시절 인터뷰를 통해 “분별력이 떨어지는 청소년들은 유튜브, SNS 등에서 무용담을 과시하는 MZ 조폭을 연예인이나 인기 유튜버처럼 여기고 거부감 없이 이들의 꾐에 빠져 범죄에 발을 들일 수 있다”고 경각심을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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