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9 구매할 껄..." 프랑스 자주포에 속은 체코, K9으로 급선회?

무기 도입은 때로 연애와 비슷합니다.

처음엔 달콤한 약속으로 시작하지만, 막상 함께 살아보니 현실이 다른 경우가 있죠. 체코가 바로 그런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한국의 K9 자주포 대신 프랑스의 세자르(Caesar) 자주포를 선택했던 체코가 지금 심각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입니다.

성능은 기대에 못 미치고, 납품은 지연되고, 호환성 문제까지 터져 나오면서 4억5천만 달러짜리 계약이 위기에 처했습니다.

과연 체코는 다시 한국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요?

달콤했던 약속, 쓰디쓴 현실


2021년 체코가 프랑스 KNDS와 세자르 8×8 자주포 62문 도입 계약을 체결했을 때만 해도 모든 것이 순조로워 보였습니다.

8억5천만 코루나(약 3억3500만 유로) 규모의 이 계약은 체코의 40년 된 노후 다나(DANA) 자주포를 대체하는 야심찬 프로젝트였죠.

첫 4문은 프랑스에서 제조하고 나머지 48문은 체코에서 조립한다는 계획도 체코 정부에게는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2025년 7월, 체코 국방부 무기조달청장 루보르 쿠델카가 세자르 자주포 제조사인 프랑스 KNDS에 보낸 경고 서한이 모든 것을 드러냈습니다.

"계약업체가 계약 조건을 이행하지 않고 군사시험을 위한 무기 준비를 하지 않는 한 올해 합의된 비용 지급을 중단할 것"이라는 강력한 경고였죠.

체코는 이미 70억 코루나(약 3억 1500만 달러)를 선급금으로 지급한 상황에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성능 시험에서 낙제점을 받은 세자르


가장 심각한 문제는 성능이었습니다.

올해 체코군이 실시한 평가에서 첫 두 대의 세자르 시험 차량이 핵심 성능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사거리 증대, 사격 효율성 개선, 탄약 상호 호환성 등 여러 중요한 매개변수에서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죠.

더욱 당황스러운 것은 프랑스가 필수적인 화력통제표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이 데이터 없이는 체코군이 세자르 시스템이 NATO 기준을 충족하는지조차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체코군 관계자는 "이 데이터 없이는 자주포가 상호 운용 가능한지, NATO 기준을 충족하는지 불분명하다"고 토로했습니다.

특히 아이러니한 것은 우크라이나에서는 세자르 자주포가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크라이나군이 보유한 19대의 세자르가 2023년 중반 이후 4만 발 이상을 발사하며 실전에서 검증되고 있는데, 왜 체코 버전에서는 문제가 발생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호환성 문제로 추가 비용 부담까지


설상가상으로 호환성 문제도 터져 나왔습니다.

체코용 세자르 8×8에 장착된 독일제 Adler III 화력통제시스템이 체코에서 생산한 155mm 탄약과 호환되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진 것입니다.

체코는 이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이미 3억1천만 코루나(약 1260만 유로)를 별도로 지출한 상황이었죠.

이는 단순한 기술적 문제를 넘어 체코의 방산 전략에 심각한 타격을 주는 상황입니다.

체코는 자국 방산업체들과의 산업 협력을 통해 약 40%의 현지 생산 비율을 달성하려 했는데, 핵심 구성품들이 서로 호환되지 않는다면 이 모든 계획이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K9 자주포가 보여준 대조적 성과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K9 자주포가 보여준 성과는 더욱 눈에 띕니다.

폴란드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K9 자주포를 차질 없이 납품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약 1,700여 문이 실전 배치되어 세계 자주포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K9 자주포의 강점은 검증된 성능과 합리적인 가격에 있습니다.

문당 약 50억 원 수준인 K9에 비해 세자르는 약 8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사거리 40km, 분당 6-8발의 발사 속도, 자동 장전 시스템 등 K9의 사양은 이미 수많은 국가에서 검증받았습니다.

특히 K9은 혹독한 환경에서도 뛰어난 성능을 보여왔습니다.

노르웨이와 핀란드 같은 한랭지에서의 성공적인 운용 경험은 중부 유럽의 다양한 기후 조건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입증했습니다.

인도, 이집트 등 고온 환경에서도 문제없이 운용되고 있어 환경 적응성 면에서도 우수한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죠.

정치적 고려사항과 딜레마


하지만 체코가 K9으로 급선회하기에는 여러 정치적 고려사항이 있습니다. 우선 이미 지불한 70억 코루나의 선급금 문제가 있습니다.

계약을 일방적으로 취소할 경우 이 돈을 회수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죠.

또한 체코 방산업체들과의 산업 협력 계획도 무산될 위험이 있습니다.

Excalibur Army, Retia, Tatra 등 체코 업체들이 세자르 프로젝트를 통해 얻으려 했던 기술 이전과 일자리 창출 효과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정치적으로도 미묘한 상황입니다. 현 체코 정부는 이 계약이 이전 정부에서 체결된 것임을 강조하며 거리를 두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야나 체르노호바 국방장관은 "이 4억5천만 달러 프로그램이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으며, 이는 납품 지연이나 심지어 계약 취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습니다.

현실적인 선택을 해야하는 체코


체코가 처한 상황은 결코 간단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군사적 필요성을 고려하면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48문의 노후한 다나 자주포를 시급히 교체해야 하는 상황에서, 성능 문제와 납품 지연에 시달리는 세자르를 계속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죠.

다나 자주포

K9 자주포로의 전환은 체코에게 여러 장점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검증된 성능, 합리적인 가격, 신속한 납품 가능성 등이 그것입니다.

한국은 이미 폴란드와 3조 원 규모의 대규모 수출 계약을 성사시키며 중부 유럽 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지고 있기도 합니다.

물론 체코 정부는 아직 공식적으로 계약 취소나 대안 검토를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당분간은 KNDS에 압력을 가해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체코는 결국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K9 자주포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관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