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밀리터리] 보라매로 출격하는 KF-21, 국익 이끌 기대주 되려면

“한국의 새로운 전투기인 KF-21은 F-35보다 중국의 영향력에 더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다"(South Korea’s New KF-21 Fighter Is More An Alternative To Chinese Influence Than To The F-35)

미국의 대표적인 경제 전문 매체인 ‘포브스(Forbes)’가 대한민국의 KF-21을 두고 보도한 기사의 첫 문장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국산 초음속 전투기인 KF-21이 최근 구설수에 올랐다. KF-21을 개발하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KF-21에 탑재하는 인공지능 파일럿 때문에 막대한 로열티를 해외에 지불할 수 있다는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이에 대한 근거로 KAI측 내부 관련 부서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KAI는 인공지능 파일럿 소프트웨어가 KF-21에 적용되지도 않으며, 자체 개발 중인 무인기에 탑재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게다가 로열티를 지불하는 인공지능 파일럿은 유사 파일럿을 비교하는데 활용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며 진화에 나섰다.

KF-21 시제기. / 방위사업청

KF-21은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사업(KF-X)의 결과물이다. 대한민국의 영공은 한때 1960년대에 도입한 F-4D/E 팬텀과 F-5A/B에 의지했던 적이 있다. 지금은 F-4 팬텀이 55년간의 작전을 종료하며 지난해 대한민국의 하늘을 떠났고, F-5 역시 KF-21의 개발이 순항하면서 퇴역 수순을 밟고 있다.

KF-21은 이러한 노후 전투기를 대체하고자 자주국방의 기치를 내걸고 우리의 기술에 의해 탄생했다. 2001년 3월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은 “늦어도 2015년까지 최신예 국산 전투기를 개발할 것”이라 선포했다.

약 9조 3000억 원에 달하는 KF-X 사업은 이렇게 시작됐다. 2002년 신규 소요로 결정되고 사업타당성 조사만도 7차례나 거친 끝에 2015년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앞자리 ‘KF’는 Korea와 Fighter(전투기)를, 뒤의 숫자는 ‘21세기’를 의미한다. KF-21은 고유명칭이다. ‘21세기 한반도를 수호할 국산 전투기’라는 뜻을 담고 있다. 별칭 또는 애칭이라 할 수 있는 통상명칭도 있다. ‘보라매’라는 이름으로, 국민 공모를 통해 선정됐다.

이를 공식화한 건 2021년 4월 경남 사천의 KAI 생산공장에서 열린 시제 1호기 출고식 행사였다. 공군의 상징도, 공군사관생도도 모두 보라매라 불리는 것을 보면 공군과 이보다 궁합(?)이 맞는 이름도 없을 것이다.

KF-21은 2022년 초도 비행에 성공하면서 하늘을 나는 진짜 보라매로 거듭났다.

우리 공군의 미래 전장을 이끌 한국형 다목적 전투기인 KF-21 보라매. / 방위사업청

4세대 전투기가 고성능 레이더와 항공전자장비를 탑재했다면 스텔스 기능을 더한 것이 5세대 전투기이다.

KF-21은 세계에서 8번째로 개발 중인 4.5세대 이상의 전투기로 분류된다. 유사 기종의 개발국이 미국·러시아·중국·프랑스·일본 등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 기술력을 가늠해볼 수 있다.

비행 최고 속도는 미국의 F-35를 능가하는 마하 1.8을 돌파했다. 견줄 수는 없겠지만 KTX의 시속 300km 주행속도보다 7배나 빠른 속도로, 서울과 부산간 약 11분만에 주파가 가능하다. 4.5세대 전투기 기종 중 최고의 성능을 갖췄다는 평도 받는다.

대당 1000억 원 정도로 가격 대비 우수한 성능을 보유한 KF-21은 해외 시장에서도 뜨겁다. 각종 해외 방산 전시회에서는 현지의 공군 관계자들이 우선 찾는다. K9 자주포 마냥 하늘의 글로벌 베스트 셀러 조짐이 보이고 있는 것이다.

방사청과 KAI는 지난해 6월 양산 계약을 체결했다. 2026년 하반기 납품을 시작하면 공군력의 본격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질 전망이다. 양산의 본격화는 10만 개의 일자리와 5조 9000억 원에 이르는 부가가치도 창출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경남 사천 KAI 공장의 KF-21 생산 라인. / KAI

20여 년 만에 빛을 보고 K-방산을 견인할 기대주로 꼽히는 상황에서 KAI의 사내 목소리가 여과 없이 흘러나오는 게 사실이라면 심히 우려된다.

방산업체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은 기술력 뿐만 아니라 보안도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관계자들의 노력으로 이제 막 정상궤도에 오른 KF-21을 우리 스스로 발목 잡히게 하는 건 아닌가 걱정스럽다.

국산 전투기 200여 대가 지금 이 시간에도 세계의 하늘에서 평화를 지키고 있다. KF-21 보라매 역시 그들과 함께하려면 어떤 것이 우선되어야 하는지를 되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