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대북송금’ 이재명 “재판부 바꿔달라”... 재판장 “어렵다”

수원/김수언 기자 2024. 10. 8.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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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통상적인 사건에서 보기 힘든 특혜 요구하는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관련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등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불법 쌍방울 대북송금’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재판부 재배당’을 요청한 가운데, 담당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신진우)는 8일 오전 이 대표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김성태 전 쌍방울 그룹 회장의 특정범죄 가중 처벌법상 제3자 뇌물, 외국환거래법 위반,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에 대한 2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본 재판에 앞서 범죄 혐의와 사건 기록 등에 대해 피고인들의 의견을 확인하고 향후 일정을 정리하는 절차다. 피고인은 출석할 의무가 없어, 이날 이 대표 등 피고인들은 모두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이날 재판부는 “(이재명 피고인 측에서)재배당 요청이 있었는데, 의견을 간단하게 설명해달라”고 했다. 이 대표 변호를 맡은 법무 법인 에스는 지난달 30일 법원에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해 달라’는 의견서를 냈다. 신진우 부장판사가 재판장으로 있는 수원지법 형사11부는 이 전 부지사의 대북 송금 사건 1심을 20개월간 심리하고, 지난 6월 7일 이 전 부지사에게 징역 9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재명 측 변호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일단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꾸벅 고개를 숙였다. 변호인은 “현 재판부가 이 전 부지사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사건을 검토하고, 1심 판결을 했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이 사건의 수사기록을 사전에 검토하고 이재명 피고인을 대면하는 셈이 됐다”며 “이 사건을 맡는 건 무죄추정의 원칙에 비춰(볼 때)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이어 “현 재판부가 검토한 수사기록에는 이재명 피고인이 증거로 동의하지 않을 증거도 포함돼 있을 거고, 공정한 재판 의지를 가지더라도 사건에 대한 예단과 편견을 가지지 않는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일반인의 시각에서 볼 때도 공정할 거란 확신이 들기 힘들고, 이제 1심 심리를 앞두고 있는 변호인 입장에서 본다면, 아무런 사전 지식도 없는 백지상태에서 사건을 심리해야 공정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검찰에선 “재배당 요청 자체가 통상적인 사건에서 보기 힘든 특혜를 요구하는 것”이라며 “기각 돼야 한다”고 했다. 검찰은 “형사소송법상 (재판부)기피사유는 ‘불공정한 재판을 진행할 경우’라는 객관적인 사정이 있어야 한다”며 “이 사건은 재배당 요건에 해당한다고 보일 만한 사유가 없고, 기피의 목적으로 재배당 요청을 해 재판을 지연시키기 위한 주장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했다.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뉴스1

이에 재판부는 “종전 판단에 구속돼 불분명한 판단을 할 우려가 있다고 (변호인이)주장할 수 있지만, 대법원 예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볼 때 이런 경우에 대한 명확한 법률 문헌이 없어 재배당 요청을 받아들이면 또 다른 위험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저희 재판부도 (재배당 요청을)무겁게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재판부에서 형사소송법에서 정한 바에 따라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피고인 인권을 보호하는 형태에서 (재판을) 진행해야 하는 것이고, 재배당은 어려울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이에 변호인은 또 “특혜를 요구하는 게 아니다”라며 “혹시나 법원과 검사가 ‘이재명 죽이기에 나섰다’라는 사법부 신뢰를 저해시키는 음모론이 생길까봐 (그런 것)”이라고 했다. 또 “재판부 신상을 공격하고 그런 점들이 우려된다. 깊이 헤아려달라”고 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12일 공판준비기일을 한 차례 더 갖기로 했다. 변호인 측의 사건 기록에 대한 열람·복사가 늦어져서다. 이 사건과 관련한 사건기록은 증거목록 등을 포함해 A4용지 약 4만쪽, 책으로 76권 분량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기소된 시점에서 4개월이 지났다. 방대한 기록 때문에 사건 파악이 늦어질 수는 있지만, 다른 사건과 달리 시간을 많이 드릴 수 없다”며 “현재 단계에선 지지부진한 측면이 있다”며 신속한 사건기록 검토를 요구했다.

한편,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였던 2019년 당시 쌍방울 그룹의 대북 사업을 돕는 대가로, 경기도가 북한 측에 냈어야 할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와 자신의 방북비 300만 달러 등 모두 800만 달러를 김 전 회장에게 대신 내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 전 대표가 대북사업과 방북 성사 등을 통한 정치적 이익을 얻기 위해 사실상 쌍방울로부터 800만 달러에 달하는 뇌물을 받았다고 보고, 지난 6월 12일 그를 불구속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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