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2’ 류승완 감독은 왜 ‘상업영화 감독’이란 말에 발끈했을까 [인터뷰]

최하나 기자 2024. 9. 18. 09: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베테랑2 류승완 감독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류승완 감독이 상업영화와 대중영화를 나눴다. 그러면서 본인을 상업영화 감독이라고 표현하는 것을 지양한다고 했다. 영화 ‘베테랑’ ‘밀수’ ‘모가디슈’ ‘부당거래’ 등 수많은 상업영화를 성공시킨 류승완 감독은 왜 상업영화 감독이란 말에 발끈한 걸까.

앞서 류승완 감독은 영화 ‘베테랑2’(감독 류승완) 개봉 전 진행된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상업영화라는 표현을 지양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신의 목표는 박스오피스 성적이 아니라 영화를 보러 온 관객의 마음을 사는 것이라고 했다.

해당 발언을 두고 의문이 들었다. 류승완 감독의 말이 언뜻 수백억 원이 넘는 제작비로 영화를 만들면서 그에 대한 책임은 부족해 보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이야기는 인터뷰에서 보다 깊이 있게 오갔다.

인터뷰에서 류승완 감독에게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된 상업영화를 만드는 감독으로서 해당 발언은 조금 부적절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했다. 질문을 받은 류승완 감독은 ‘상업영화’라는 표현에 “저는 제가 상업영화를 만든다고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발끈하는 모습을 보였다.

류승완 감독의 말은 이거다. 자신의 대상은 돈이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에 자신의 영화는 상업영화가 아닌 대중영화라는 것이다. 자신이 영화를 만드는 목적이 돈을 벌기 위함이었으면 ‘베테랑2’를 예로 들면 강력범죄수사대 세트 하나 지어놓고 서도철과 팀원들의 소동을 담아내기만 해도 됐을 거란다.

돈이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베테랑2’가 나오기까지 9년이라는 시간 동안 어떻게 하면 대중과 영화로 소통할 수 있을지 치열하게 고민했고, 대중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화려한 스턴트 장면과 많은 사람들이 동원되는 몹 신을 넣어 연출에 힘을 쓴 것이다.

그러면서 류승완 감독은 “그럼 ‘밀수’는 어업 영화이고, ‘오펜하이머’는 공업 영화이고, ‘리틀 포레스트’는 농업 영화냐. 음악은 상업음악이라는 표현을 안 쓰지 않나”라고 했다. 류승완 감독의 말을 들으니 왜 스스로를 ‘상업영화’가 아닌 ‘대중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강조, 또 강조하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그러나 제작비에 대한 책임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상업영화의 논리를 펼쳤다. 류승완 감독은 “자본에 대한 책임은 필요하다. 남의 돈으로 영화를 만들지 않나. 우리가 시나리오를 쓸 때 분량이 100페이지에서 120페이지 정도 된다. 그러면 시나리오 한 장당 1억이다. 세상 어떤 산업도 A4 100페이지 정도의 분량으로 100억의 투자를 받는 산업은 없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각본 작업을 할 때나 시나리오 검토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게 시나리오에 오타와 비문이 없는지, 띄어쓰기가 잘 돼 있는지다. 왜냐하면 종이에 적히는 활자도 통제를 못하면서 현장에서 무슨 통제를 할 수 있겠느냐”라고 했다.

이어 류승완 감독은 “저희 연출부 제작부한테 지금 당장 전철역에 가서 지나가는 사람들 지갑에서 15000원 가져올 수 있느냐고 물어보는데 못 가져올 거 아닌가. 우리는 그렇게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지불하게 하고 영화를 보여주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한다. 개개인의 재능이 부족할 수 있어도 자본에 대한 무게감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라고 말했다.

류승완 감독의 말인즉슨 영화를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대중이 지불하는 티켓값만큼의 값어치를 하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제작비에 대한 류승완 감독의 책임감에 대해 듣고 나니 되려 그가 상업영화라는 말에 왜 불쾌해했는지는 더욱 아리송했다. 자신의 후배들에게는 제작비에 대한 책임, 티켓값에 대한 무게감에 대해 즉 상업영화는 만드는 사람으로서의 책임감에 대해 강조하면서 왜 정작 본인은 상업영화 감독이라는 표현에 유독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건지 궁금하다.

상업영화는 많은 대중을 상대로 하는 영화다. 사실 상업영화와 대중영화의 차이점은 없다. 상업영화도 대중영화도 대중이 티켓값을 지불하고 보는 모든 영화를 통칭한다. 대중을 상대로 하는 것 자체가 상업영화의 출발점이다. 그래서 상업영화의 성공 기준을 관객수를 보는 것이다. 관객수가 많이 들었다는 것 자체가 많은 대중의 마음을 샀다는 것과 같은 뜻이기 때문이다. 

흔히들 신인 감독과 배우들에게 상업영화 입봉 혹은 데뷔라는 타이틀이 붙는다. 그들 스스로도 상업영화에 입봉 혹은 데뷔했다고 말한다. 류승완 감독의 논리라면 그들은 돈을 벌려고 영화를 만들고 출연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마음으로 영화인이 되기를 꿈꾸는 사람은 없다. 상업영화를 그저 돈을 벌려고 만드는 영화라고 폄하하는 건 오히려 자신이 아닌지 류승완 감독 스스로가 생각해 봐야 할 터다. 아니면 우리는 모르고, 류승완 감독만이 아는 상업영화와 대중영화의 차이점이 있는 걸까.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CJ ENM]

베테랑2



[ Copyright ⓒ * 세계속에 新한류를 * 연예전문 온라인미디어 티브이데일리 (www.tvdaily.co.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Copyright © 티브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