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Monthly] 2025 더그아웃 이색 어워드

바람이 날카로움을 더하며, 잎이 떨어지는 연말이다. 야구팬에게는 참으로 공허한 계절, 여러분의 그리움을 조금이나마 나누기 위해 ‘더그아웃 어워드’가 2년 만에 돌아왔다. 지난해 역사상 처음으로 연간 천만 관중을 돌파한 데 이어 KBO리그는 올해도 1,231만 명의 관중과 함께 전례 없는 호황을 누렸다. 넘치는 이야깃거리와 함께 진한 여운을 남겼던 2025시즌. 변함없이 야구팬들에게 고자극의 희로애락을 선사한 이번 시즌을 색다르게 갈무리해 보고자 <더그아웃 매거진>에서 익살스럽고 유쾌한 이색 시상식을 준비해 봤다. 어디서도 보기 힘든 이번 시상식이, 부디 여러분의 2025시즌이 다채롭게 기억되는 데 도움이 되기를! (11월 25일 작성)

에디터 박대은 사진 LG 트윈스, SSG 랜더스, KT 위즈, 키움 히어로즈

#상대 가슴에 치명상 - LG 트윈스 박해민

‘잠실야구장’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적어도 2025년부터는 ‘도미노피자’가 거론되지 않을 수 없다.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가 시즌 내내 치열한 선두 경쟁을 이어 갔을 때, 두 팀 간의 맞대결에서 ‘게임 체인저’는 언제나 박해민의 차지였다. 잠실야구장 센터 부근 담장에는 도미노피자의 광고판이 있는데, 다른 구장이었다면 홈런이 됐을 타구를 ‘트중박’ 박해민이 자비 없이 처리해 버렸고, 이는 소문난 한화 팬 매직박이 절규하는 명장면의 토대가 됐기 때문. 의도치 않은 광고 효과에 도미노피자에서도 LG 트윈스에 피자 60판을 보내 주는 훈훈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실제로 두 팀 간의 맞대결에서 박해민의 맹활약으로 LG가 승리를 거두는 경기가 다수 있었는데, 해당 경기의 결과가 뒤틀렸다면 2025시즌의 주인공은 달라질 수도 있었다. 이러한 공헌을 인정받아 2025 KBO리그 중견수 부문 수비상을 받은 박해민. 잠실의 중원을 지배했던 LG의 주장, 박해민의 존재는 상대의 가슴에 치명상을 남기고 있다.

#팬들과 항상 - 한화 이글스 하주석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한화 팬들에게는 하주석이 그런 존재였다. 201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특급 유망주. 하지만 잠재력에 걸맞지 않은 성적, 경기장 내에서 지나치게 감정적인 모습과 불거져서는 안 됐던 논란은 팬들의 실망을 키웠고, 본인의 경력에도 제동을 걸었다. FA를 신청했으나 1년 1억 1천만 원이라는 굴욕적인 계약을 맺으며 시작했던 2025시즌. 그러나 절치부심한 하주석은 익숙한 자리인 유격수가 아닌 2루수로서 새로운 도전을 알렸다. 그리고 새 자리에서 더욱 뛰어난 수비를 보여 준 것은 물론, 0.297의 타율로 타격에서도 커리어 하이를 경신했다. 여기에 포스트 시즌에도 0.333이라는 뛰어난 타율과 함께 한화를 한국시리즈로 이끈 주역이 됐다.

한층 성숙해진 하주석의 모습은 경기장 밖에서도 이어졌다. 하주석은 2023년부터 노숙인 재활 시설인 ‘안나의 집’에서 식사 배식과 설거지, 기부와 같은 자발적인 선행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2024년 7월에는 봉사 활동과 함께 삼계탕 550인분을 기부했으며, 지난 11월에는 500인분의 떡을 기증했다. 앞으로도 꾸준하게 봉사를 하며 사회에 공헌할 방법을 찾겠다는 ‘새신랑’ 하주석의 전성기가, 비로소 팬들과 함께 다시 찾아오려고 한다. 이에 앞으로도 팬들과 항상 같은 마음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상을 주고 싶다.

#행복한 상상 - SSG 랜더스 이율예 & 현원회

모든 야구팬에게는 비시즌 루틴이 존재하니, 바로 다가올 시즌의 청사진을 그리며 행복 회로를 돌리는 것이다. “누군가의 붐은 온다”라며 새로운 얼굴들이 나타나길 바라는 행복한 상상의 시간. 그리고 아마 SSG 랜더스의 팬들의 머릿속에는 후술할 두 선수의 이름이 떠오를 듯하다. 2025시즌 정규 시즌 최종전에서 승리 확률 0.6%를 뒤집으며 극적인 역전승을 합작한 이율예와 현원회다.

2025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8번으로 SSG에 입단한 이율예. 그는 수비에서는 1군 주전으로도 손색없다는 평을 받았으나, 타격에서는 성장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곤 했다. 하지만 10대라고 믿기지 않는 당찬 멘탈과 함께 타격에서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 주며 퓨처스리그를 접수했다. 그렇게 얻어낸 1군에서의 기회. 이율예는 자신이 기록한 안타 3개를 모두 홈런으로 장식하면서 남다른 잠재력을 입증했다. 급기야는 한화와의 정규 시즌 최종전에서 승부를 뒤집는 끝내기 홈런을 날리며 숱한 야구팬들의 뇌리에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이미 주전 포수를 넘어 국가대표로까지 거듭난 조형우를 보유한 랜더스이기에, 이율예가 보여 준 가능성은 SSG 팬들에게 ‘포수 왕국’이라는 꿈을 꾸게 만든다. 상무 피닉스 야구단에서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돌아올지 함께 기다려 보자.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율예 이전에 현원회가 있었다는 점이다. 현원회는 대구고 시절 고교 최고의 포수라는 평을 들으며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 입단했으나, 안방마님으로서는 기량을 만개하지 못하며 올해부터 1루수로 포지션을 변경한 미완의 대기였다. 그리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1군에서 얼굴을 비추기 시작한 현원회는 0.305라는 고타율을 남기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1루수로서는 장타력이 아쉽다는 지적을 받았으나, 선술한 이율예의 끝내기 홈런이 나오기 직전 프로 데뷔 첫 홈런을 추격의 투런포로 장식하며 드라마의 프롤로그를 쓴 바 있다. 그가 없었다면 이율예의 극적인 끝내기도 없었을 터. 기존 주전 1루수 고명준이 내년부터 3루수를 병행할 것으로 밝힌 만큼, 현원회가 새로운 주전 1루수로서 잠재력을 폭발시킨다는 행복한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본다.

#가을의 비상 - 삼성 라이온즈 최원태 & 김영웅

올 시즌의 대미는 LG가 장식했지만, 가장 오래 가을을 즐겼던 팀은 ‘4위’ 삼성 라이온즈였다. 포스트 시즌에서만 11경기를 치르며 유쾌한 반란을 일으킨 그들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NC 다이노스의 추격을 따돌리더니 준플레이오프에서 SSG를 격파하며 업셋에 성공했다. 한화를 상대한 플레이오프에서도 5차전까지 가는 근성을 보여 주며 가을을 푸른빛으로 물들였다.

포스트 시즌에서의 반란을 위해선 필수적으로 따라오는 전제가 있다. ‘누군가는 미쳐야 한다는 것’. 그리고 2025년 가을, 사자 군단에서 가장 ‘미친 활약’을 선보인 인물을 뽑아 보자면 단연 최원태와 김영웅의 이름을 말할 수 있겠다.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삼성과 FA 계약을 맺으며 대구에 입성한 최원태. 2019년 준플레이오프 이후로 다년간의 포스트 시즌 경험을 쌓은 그였지만, 유독 최원태에게 가을은 악몽의 연속이었다. 2022년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허용한 걸 비롯해 포스트 시즌에서 자주 잔혹한 결과를 감내해야 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번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도 부진하며 끝내 가을의 벽을 넘지 못하는 듯싶었으나, SSG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6이닝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되며 반전이 시작됐다. 최원태는 한화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도 7이닝 1실점을 기록하며 그야말로 ‘각성’했고, 2025년 포스트 시즌에서 16.1이닝 ERA 2.20 14탈삼진이라는 호성적을 남기며 ‘코디 폰태’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한편, 타선에서는 김영웅이 삼성의 가을을 빛냈다. 0.625의 타율과 2.089의 OPS로 설명할 수 있는 그의 활약은 가을의 동의어를 ‘영웅’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특히 연타석 3점 홈런을 작렬시키며 탈락 위기에 몰렸던 팀을 구해낸 플레이오프 4차전의 퍼포먼스는 그야말로 백미. 비슷한 시기 LA 다저스의 타선을 이끌었던 오타니 쇼헤이가 겹쳐 보였을 정도로 강렬한 활약이었다. 이제 막 23세가 된 김영웅이 지금까지 가을에 때려 낸 홈런은 총 8개로, 삼성 소속으로 그보다 더 많은 홈런을 기록한 선수는 이승엽(14개)밖에 없다. 자신의 이름처럼 큰 무대에서 기꺼이 영웅으로 도약한 그가 있었기에, 삼성의 지난가을은 더욱 찬란하게 빛날 수 있었다.

#맛있는 밥상 - NC 다이노스 박민우

야구를 볼 때 가장 속이 터지는 순간은 언제일까? 응원하는 팀이 잔루만 잔뜩 남기고 저조한 득점을 기록할 때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아무리 부단히 ‘8첩 반상’을 차려도, 맛있게 먹어 치우지 못한다면 도리어 지켜보는 팬들이 체하는 불상사를 일으키기 십상.

다행히도, NC는 박민우라는 ‘개비스콘’을 가졌다. 시즌 중반까지 무려 5할에 가까운 득점권 타율로 리그 최고의 클러치 히터 면모를 보여 줬기 때문. 시즌 종료 후 박민우가 기록한 최종 득점권 타율은 0.432로, 이 부문 독보적인 리그 1위였다. 그는 맛있는 밥상이 차려지면, 결코 끼니를 거르지 않고 성실하게 타점 먹방을 해냈다. 특히 7월 26일 창원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는 데뷔 첫 끝내기 홈런을 날리기도 했다.

2024시즌 NC는 9위를 기록했고, 자칫하면 암흑기로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에 휩싸였다. 2025시즌을 앞두고도 다수의 전문가가 NC를 최하위권에 위치할 것으로 예측했으며, 시즌 초 벌어진 불의의 사고는 구단의 근간을 뒤흔들 정도의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이때 팀의 주장으로서 박민우가 보여 준 리더십과 클러치 능력은, 팀이 더 흔들리지 않고 가을의 기적을 끌어내는 뿌리가 됐다. 밥상을 먹어 치우는 것에 능했던 박민우는, 어쩌면 NC 구단의 현재와 미래를 위한 맛있는 밥상을 직접 차리기도 했던 진정한 리더가 아니었을까.

#왕이 될 상 - KT 위즈 안현민

2025시즌이 개막하기 전, 안현민이라는 선수의 존재를 알았던 야구팬이 몇이나 됐을까? 퓨처스리그에서 가공할 장타력을 보여 줬기에 1군 무대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치는 존재했지만, 그뿐이었다. 그러나 스프링캠프마저 완주하지 못했던 ‘취사병 출신 유망주’가 리그 최고의 타자로 발돋움하기까지는 단 몇 개월의 시간이면 충분했다.

안현민은 4월 초부터 1군에서 기회를 엿보기 시작했으나, 일주일이 넘도록 단 한 타석의 기회도 부여받지 못하며 다시 2군행을 통보받아야 했다. 그럼에도 끄떡없이 2군을 폭격했던 안현민은 4월 말에 다시 1군에 돌아왔는데, 이때부터였다. KBO리그에 ‘안현민 신드롬’이 시작되는 순간이.

5월 1일, 잠실에서 두산 베어스 마무리 김택연을 상대로 동점 투런을 작렬시킨 것이 시작이었다. 시즌이 종료된 이후, 안현민은 22개의 홈런과 함께 출루율 1위(0.448), 타율 2위(0.334), OPS 2위(1.018), 장타율 3위(0.448)라는 괴물 같은 성적을 남겼다. 당연하게도 KBO리그 신인상은 안현민의 차지였다. 무엇보다 안현민의 등장은 KT를 넘어, WBC를 앞둔 대한민국 대표팀에게도 마른 가뭄에 단비와도 같은 소식이었다. 장타력을 지닌 오른손 타자 외야수가 한 손에 꼽을 만큼 부족했기 때문이다.

삼진(72개)보다 더 많은 4사구(84개)를 얻어내며 뛰어난 선구안을 자랑했다는 점은 안현민이 반짝스타로 소멸하는 것이 아닌 KBO리그의 진정한 ‘왕이 될 상’이라는 것을 방증한다. 특히 ‘2025 K-BASEBALL SERIES’에서 일본을 상대로 연이틀 도쿄돔을 넘기는 괴력을 보여 주면서 자신의 잠재력이 국제무대에서도 통한다는 걸 증명했다. 첫 풀타임 시즌부터 신인왕과 골든 글러브를 동시에 석권한 안현민. 그리고 그의 다음 행선지는 분명히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곳에 있을 거라 믿는다.

#내년에 떡상 - 롯데 자이언츠 이민석

단언컨대 롯데 자이언츠는 2025년의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시즌이 반환점을 돌 시점에서도 롯데는 LG, 한화와 함께 3강 체제를 형성했지만, 8월 12연패와 함께 동력을 완전히 잃어버리며 ‘용두사미’의 표본을 보여 줬기 때문이다. 충격적인 후반기 부진의 여파가 내년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과 시장에서 투자하지 못한 현실로 인해 팬들의 한숨은 연말까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진흙 속에서도 꽃은 핀다고 했던가. 롯데 마운드에도 이민석이라는 신성이 등장하며 팬들의 기대를 한껏 높였다. 본래 롯데의 선발 구상에 이민석은 존재하지 않았지만, 김진욱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남기며 이민석은 5월부터 기회를 얻는다. 어린이날 SSG를 상대로 한 첫 선발 등판에서는 5이닝 6자책으로 패전을 기록했으나, 다음 등판이었던 5월 12일 수원 KT전에서 6이닝 1자책으로 프로 데뷔 첫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그 이후로도 이민석은 경기를 거듭하며 완숙해졌고, 6월과 7월에 걸쳐 국내 선발 투수 중 평균자책점 1위, 리그 전체 5위라는 잭팟을 터트린다.

물론 체력 저하로 인해 이민석의 상승세가 시즌 말미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그럼에도 17번의 선발 등판과 처음으로 성인 국가대표에 승선한 경험은, 내년에 롯데에서 가장 크게 ‘떡상’할 선수로 이민석을 예상하는 충분한 근거다. 롯데의 마지막 1차 지명자가, 자이언츠 팬들의 한풀이를 위해 고개를 든다.

#충분한 보상 - KIA 타이거즈 김호령

세상 사는 일이 사람 마음대로 될 리가 없지만, KIA 타이거즈 팬들에게는 2025년이 유독 잔혹했다. 하지만 디펜딩 챔피언의 처절한 몰락 속에서도 오랜 부침을 털어내고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낸 김호령의 존재가 있었기에, KIA 팬들의 마음은 조금이나마 위로받을 수 있었다.

2024년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지켜봐야만 했던 김호령은 연봉마저 삭감된 상태로 2025시즌을 출발했다. 올해도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한다면 미래가 불투명할 수도 있던 상황이었으나, 절박함이라는 무기를 장착한 김호령은 타율 0.283과 OPS 0.793을 기록하며 KIA의 주전 중견수 자리를 꿰차는 데 성공했다. 본래 최대 강점으로 꼽혔던 최상급 수비력에, 일발 장타까지 갖춘 호타준족 외야수로 거듭난 것이다.

김호령은 데뷔 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억대 연봉 돌파를 앞두고 있다. 2026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획득한다는 것까지 고려한다면, 이번 겨울 KIA의 팀 내 연봉 최다 인상의 주인공으로도 유력할 거라는 전망이다. 오랜 기간 묵묵히 본인의 시간을 기다려 온 김호령에게, 겨울을 따뜻하게 만들어 줄 충분한 보상이 기다리고 있다.

#노력이 가상 - 두산 베어스 안재석

2021시즌, 안재석은 역대 고졸 1년 차 유격수 중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스탯티즈 기준) 2위에 오르며 두산 내야진의 샛별로 떠올랐다. 하지만 점차 1군의 벽을 체감하기 시작하더니, 2022년 5월 18일 잠실 SSG전에서는 본 헤드 플레이를 저질러 팀의 끝내기 승리를 지워 버렸다. 그 이후로 깊은 늪에 빠져 버린 안재석은 2023시즌을 마친 후 현역 입대를 결정하며 잠시 야구와 멀어지는 시간을 가졌다.

2025년 7월 7일 전역과 함께 두산에 복귀한 안재석은 구단 스태프마저 놀랄 정도로 몰라보게 달라진 모습으로 나타났다. 군대에서 밥과 닭가슴살만 먹으며 무려 15kg을 증량하고 나타났기 때문이다. 상무도 아닌 현역으로 군 생활을 마친 후 시즌 중반에 돌아온 안재석이 복귀 후 35경기에서 기록한 타율은 0.319, OPS는 0.911이었다. 돌아온 안재석의 맹타는 시즌 내내 하위권을 맴돌던 두산 팬들을 열광시키는 촉매제가 됐다. 특히 8월 15일 잠실 KIA전에서는 데뷔 첫 끝내기 홈런을 기록하며 입대 전과는 차원이 다른 장타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갓 20대에 들어선 어린 선수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자진 입대를 선택했을 정도로 심한 마음고생을 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속상한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안재석은 주눅 들기보다는 독하게 성장하는 걸 택했고, 훨씬 강하게 돌아왔다. 그리고 이제, 안재석은 박찬호와 함께 두산 내야진의 중심으로서 두산을 ‘영광의 2010년대’로 회귀시킬 것이다.

#올해를 버틴 건 사실상 - 키움 히어로즈 송성문

키움 히어로즈에게 2025시즌은 고독했고, 그늘졌다. 리그 유일의 3할대 승률 속 3시즌 연속 꼴찌라는 씁쓸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은 물론이고, 후반기엔 안우진의 황당한 부상으로 장기간 팀을 이탈할 거란 소식까지 겹치며 키움 팬들에게 올해는 참으로 고통스러운 1년이었다. 그들에게는 아픔을 치료해 줄 진통제가 필요했고, 팀의 주장 송성문이 기꺼이 그 역할을 해냈다.

송성문은 2025시즌 전 경기를 소화하는 동안 타율 0.315 26홈런 90타점 103득점 25도루 OPS 0.917의 성적으로 자타공인 리그 최고의 타자로 거듭났다. 2024시즌 신드롬에 가까운 활약을 펼치며 MVP를 수상했던 KIA 김도영의 WAR이 8.59였는데, 2025시즌 송성문의 WAR이 8.58이었으니 그의 활약이 얼마나 뜨거웠는지 알 만하다. 키움 팬이 올해를 버틴 건 사실상 ‘최후의 히어로’였던 송성문의 존재 덕분이 아니었을까.

야속하게도 송성문마저 더 큰 무대로 나아가기 위해 메이저리그 포스팅을 신청한 상태다. 최후의 히어로마저 바다를 건너게 된다면, 키움의 미래가 더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영웅은 언제나 난세에 등장하는 법. 위기에 빠진 키움을 구원해 줄 새로운 히어로가 출현하기를 고대한다.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6년 177호 (1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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