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달력에 동그라미를 쳐 두셨길래.." 이유를 알고 말을 잃은 날

본가 부엌 벽에 걸린 달력에 동그라미가 여러 개 그려져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병원 예약일인가 싶었습니다.어머니께 여쭙자 잠시 머뭇거리셨습니다. 이유를 듣고 나서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습니다.

달력에 그려진 표시

부엌에 걸린 달력은 해마다 같은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달에는 유독 동그라미가 많았습니다. 날짜마다 색이 조금씩 달랐습니다. 무슨 일정이 이렇게 많으시냐고 여쭈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을 저으셨습니다.

어머니가 들려준 이유

몇 번을 더 여쭙고 나서야 대답을 들었습니다. 자식들이 전화한 날에 표시를 해 두신다는 것이었습니다. 누가 언제 했는지 알 수 있어 헷갈리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나무라는 말씀은 한마디도 없었습니다. 그저 달력을 보며 웃으셨습니다.

표시가 드문 자리

달력을 다시 보니 어떤 주에는 표시가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 빈 자리가 유난히 크게 보였습니다. 바쁘다는 말로 넘겨 온 시간이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그 주에도 하루하루를 기다리고 계셨을 것입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달력이 눈앞에 어른거렸습니다.

부모님의 하루는 자식이 생각하는 것보다 조용하게 흘러갑니다. 짧은 통화 한 번이 그 하루의 표시가 되기도 합니다.오늘은 특별한 용건 없이 한 번 연락을 드려 보시면 어떨까요. 달력의 빈 자리 하나가 채워질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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