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사퇴후 결백 증명부터"… 흔들리는 野 단일대오
김해영 "엎어진 솥 비워야
손실 정면 마주볼 용기 필요"
친명 정성호도 "김용 사퇴"
정진상 구속 이후 기류 변화
설훈 등 이낙연 만나러 訪美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에 맞서는 '단일대오'에 균열이 커지고 있다. 친명계 쪽에서도 구속된 이 대표 측근들에게 '용퇴 압박'이 나오기 시작했고 민주당 소신파들은 "엎어진 솥은 비워야 한다"며 대놓고 '손절'을 요구했다. 당 지도부가 이 대표 '엄호모드'의 수위를 올릴수록 당심의 반작용도 커지는 것이다. 급기야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는 이낙연 전 대표를 만나러 이낙연계 의원들이 방미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김해영 전 민주당 의원은 22일 이 대표의 용퇴론을 재차 주장했다.
김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솥(鼎)이 뒤집어졌으면 솥 안의 막힌 것을 비워내고 새롭게 채워야 한다"며 "지금 민주당에는 손실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손익(損益)의 갈림길에서 눈앞에 손(損)으로 보이는 상황도 대처하기에 따라 얼마든지 익(益)으로 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전 의원은 20대 국회 당시 소신 발언으로 유명했던 민주당 소장파 '조금박해(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 중 한 명이다. 그는 지난달 22일에도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불법 대선자금 수수' 혐의로 구속되자 이 대표를 향해 "그만하면 되었다. 이제 역사의 무대에서 내려와달라"며 사실상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 소신파 사이에서 '이재명 손절론'이 본격적으로 불거지고 있는 셈이다.
'조금박해' 중 한 명인 박용진 의원도 연일 구속 기소된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 부원장의 당무정지를 거론하며 이 대표를 압박했다. 박 의원은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은 아직 (기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판단할 시점은 아니고, 김 부원장은 판단할 시기가 됐다"며 "당내에 마련된 절차를 점검하고 가동할 시기가 된 거 아니냐고 저는 공개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명계뿐 아니라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조차 김 부원장이 스스로 물러나는 게 낫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30년 지기'다. 그는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김 부원장에 대한 당무정지 적용과 관련해 "지도부에서 판단할 문제"라면서도 "본인이 자진 사퇴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김 부원장 구속 때까지만 해도 굳건하던 이 대표에 대한 엄호 목소리는 정진상 실장 구속 이후 며칠 사이에 '쑥' 들어가고 사퇴 요구 목소리는 점차 커지는 분위기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이 대표가 직을 내려놓고 현재 본인의 결백을 증명하고 다시 당에 들어와야 한다. 그게 이 대표도, 당도 모두 살길"이라며 "이런 식으로 불똥이 튀는데도 당이 보호막을 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당초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 대표 리스크를 둘러싸고 친명계와 비명계가 공개적으로 충돌할 수 있다는 염려도 제기됐다. 하지만 이날 의총에서 특별히 관련 문제를 언급하는 의원은 없었다. 의총에 참석했던 다른 의원은 "이 대표가 늦게 참석한 데다 너무 화약고처럼 불안한 상황이니 아무도 먼저 고양이 목에 대놓고 방울을 걸지 못하는 것 아니겠냐"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부 이낙연계 의원이 이낙연 전 대표가 머무는 미국 워싱턴에 함께 가는 것으로 알려지자 당내 혼란은 극심해지고 있다. 설훈 의원은 이날 언론과의 통화에서 "개인적 일이 있어서 미국에 가는 것인데, 가게 되면 이낙연 전 대표도 만나뵐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병훈 의원은 이날 "미국 방문 계획이 없다"며 "지금 당은 윤석열 정권과 검찰의 야당 탄압에 맞서 하나가 될 때"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서동철 기자 / 김보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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