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LEGO) 운전은 F1 드라이버들이 한다

영국의 슈퍼카 제조사 맥라렌 오토모티브(Mclaren Automotive)와 덴마크의 블록 완구 회사 레고 테크닉(Lego technic)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레고 테크닉 부품을 사용해 맥라렌 P1을 가능한 사실적으로 실물 크기와 동일하게 제작해 내는 것이다. 레고 테크닉은 레고 제품군 중 하나로 스터드 브릭을 조립하는 레고의 방식이 아닌 빔과 연결핀을 주로 사용하며 회전축과 톱니바퀴 등 동적인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맥라렌 P1은 맥라렌 오토모티브가 375대 한정 생산한 모델로 최고 출력 737마력을 발휘하는 3.8리터 V8 트윈 터보 엔진과 IPAS(Instant Power Assist System) 전기모터의 출력 179마력을 더해 시스템 총 출력 903마력을 발휘하는 하이퍼카(Hyper car)다.

실물 크기와 동일한 맥라렌 P1을 만들어내기 위해 레고 테크닉 팀은 총 34만 2817개의 레고 테크닉 부품을 사용해야 했다. 종류도 무려 393종의 각기 다른 레고 테크닉 부품들로 구성됐다. 개발 및 조립에만 8344시간이 소요됐으며 여기에 투입된 인력은 레고 그룹과 맥라렌 오토모티브의 디자인 엔지니어들을 포함해 총 23명이다.

레고 테크닉으로 완성된 맥라렌 P1의 무게는 1220kg인데 실제 맥라렌 P1의 무게인 1395kg보다 가볍다. 스티어링, 휠, 타이어는 레고 테크닉 부품이 아닌 실차 부품이 사용됐다. 구동은 레고 테크닉 펑션 배터리와 전기차용 배터리 및 모터가 탑재됐다.

레고 테크닉 맥라렌 P1의 스티어링은 맥라렌의 F1 드라이버 랜드 노리스(Lando Norris)가 쥐었다. 이들은 F1 그랑프리가 열리는 영국의 대표 서킷 실버스톤(Silverstone)에서 1랩 완주에 도전했다. 실버스톤은 5.891km의 긴 서킷으로 만약 완주에 성공한다면 레고 모델 최초로 가장 먼 거리를 스스로 이동했다는 유의미한 기록도 얻을 수 있다.

주행을 맡은 랜드 노리스는 생각보다 코너링 성능이 좋다며 감탄했다. 그러나 주행 중 사이드 미러가 흔들리는 것을 보고 나서는 심한 진동을 유발할 수 있는 연석을 피해 가며 실버스톤 서킷을 공략해 나갔고 무사히 완주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벤 걸리버(Ben Gulliver) 맥라렌 오토모티브 테스트 및 개발 책임자는 ‘시대의 상징인 맥라렌 P1을 레고 테크닉 팀이 사실적인 실물 크기로 구현한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이번 협업을 통해 자동차 혁신의 경계를 넓히도록 서로 영감을 공유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레고 그룹의 루카스 호락(Lukas Horak) 수석 프로젝트 관리자는 ‘맥라렌의 도움으로 P1 실차에 가장 가까운 모델을 제작할 수 있었다’며 ‘꿈을 현실로 실현했다’고 밝혔다. 이번 도전으로 레고 맥라렌 P1 모델은 F1 드라이버가 운전한 최초의 레고 모델이자 레이스 서킷을 한 바퀴 완주했다는 업적을 달성했다.

아쉽게도 1:1 맥라렌 P1 레고 테크니카 모델이 소비자들에게 판매되지는 않겠지만 레고는 맥라렌 P1 1:8 스케일 모델을 새롭게 출시했다. 가격은 59만 9900원이며 레고 홈페이지(https://www.lego.com/ko-kr/product/mclaren-p1-42172)에서 구매할 수 있다.

3893개의 부품으로 제작된 1:8 맥라렌 P1은 각종 구성 요소가 섬세하게 재현됐다. 스티어링에 따라 전륜 휠이 회전하며 위시본 서스펜션도 착실하게 만들어졌다. P1의 엔진 룸도 동적으로 작동한다. V8 엔진의 구조를 그대로 모방해 실린더 블록 내부에서 움직이는 피스톤을 감상할 수도 있다.

그 밖에 탈착식 리어 후드, 가변 리어 스포일러, P1의 유니크한 다이히드럴 도어(Dihedral door)도 동적으로 재현되어 사실감을 높인다.

레고는 성인 마니아를 대상으로 테크닉 시리즈를 운영 중이다. 건설 기계는 물론 스포츠카, 슈퍼카, 요트, 비행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들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메르세데스-벤츠의 G바겐을 내놓으며 눈길을 끌었다.

과거 레고는 아이들을 겨냥한 제품이었으나 요즘 아이들은 레고 블럭을 조립하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 타블렛을 들고 유튜브를 시청하는 아이들이 많아졌기 때문. 오히려 과거에 향수를 느끼는 성인들이 레고를 찾는다. 이에 레고도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고가의 상품들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스타워즈 시리즈가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오토뷰 | 전인호 기자 (epsilonic@autoview.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