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카드가 상반기 경영 실적을 발표한 뒤 시장의 시선은 조달비용 관리 전략으로 모아지고 있다. 결제시장 내 지배력과 수익 창출력은 견고하지만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조달 부문의 불확실성으로 비용 관리 필요성이 커진데 따른 것이다. 삼성카드는 차입금 만기 분산과 조달 경로 다변화 등으로 대응할 계획인데 하반기를 비롯한 연간 실적 경쟁 구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카드는 30일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전년동기(3356억원) 대비 7.5% 감소한 3105억원으로 컨센서스(시장 전망치)를 밑돌았다고 밝혔다. 분기별 당기순이익은 1분기 1563억원, 2분기 1542억원이다. 절대 규모로는 전업카드사 중 1위를 유지했지만 '톱4(삼성·신한·KB국민·현대)' 카드사 중 유일하게 전년동기 대비 순이익이 역성장했다.
고금리에 금융비용 18% 증가
삼성카드의 본업 지표는 성장세가 뚜렷하다. 상반기 신용판매(일시불+할부)와 카드대출·할부금융 등을 합한 총 이용액은 96조5324억원으로 전년동기(88조5260억원) 대비 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수익은 2조714억원에서 2조1885억원으로 5.6% 늘었다. 광범위한 고객 기반과 활발한 결제 활동에 힘입은 결과다.
문제는 외형 확대에 맞춰 늘어난 자금 조달 규모와 이에 따른 비용 부담이다. 6월 말 차입금은 23조533억원으로 전년동기(19조4508억원) 대비 18.5%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말(20조4132억원)과 비교하면 반기 만에 12.3% 늘었다. 카드사는 수신(예금) 기능이 없어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를 발행하거나 외부에서 자금을 차입해 사업 재원을 마련한다.
삼성카드가 상반기 지출한 금융비용은 3300억원으로 전년동기(2802억원) 대비 17.8% 증가했다. 연중 누적된 시장금리 상승분이 조달비용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양상이다. 대표 조달 수단인 여전채(AA+·3년물) 금리는 27일 기준 4.5%까지 치솟았다. 삼성카드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위축된 것도 영업수익보다 금융비용 증가 폭이 더 크게 나타난 결과다.
조달금리 추이를 보면 부담은 두드러진다. 신규 차입금에 대한 조달금리는 1분기 3.06%에서 2분기 3.67%로 0.61%p 상승했다. 지난해에는 2%대 중후반을 형성했는데 올해 들어 상승세가 가파르다. 같은 기간 총 차입금 조달금리는 3.08%에서 3.10%로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 이는 과거 저금리로 조달한 채권이 장부에 남아있는 영향이다. 시차를 두고 시장금리 상승세가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하나증권과 DB증권은 삼성카드의 상반기 실적 발표 직후 목표주가를 기존 대비 각각 8.3%, 12.7% 하향조정했다. 두 증권사 모두 삼성카드의 카드결제 실적 등 외형 성장과 별개로 조달비용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데 주목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는 총 차입금리가 3.3%대 수준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 조달비용 증가 폭도 다소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만기 분산·조달처 다변화로 대응
삼성카드도 당분간 고금리 국면이 지속될 가능성에 대비해 조달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있다. 특히 예년 대비 단기성 조달 비중이 높아진 게 눈에 띈다. 만기가 1년 미만인 전자단기사채와 단기 기업어음(CP) 잔액은 지난해 6월 2500억원에서 올 6월 2조2500억원으로 2조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차입금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3%에서 9.8%로 8.5%p 상승했다.
이는 현 시점에서 만기가 긴 신규 차입에 나설 경우 높은 금리가 장기간 고정될 수 있는 데 대한 대응책으로 해석된다. 시장금리 고점 구간까지 단기 자금 운용을 늘리면서 차환 시점이 도래할 때 더 낮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 의미다. 만기가 짧으면 비교적 금리도 낮게 책정되는 만큼 단기적인 비용 절감과 유동성 확보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주력으로 삼아온 3년 내외의 장기 조달 비중은 다소 낮아졌다. 회사채와 장기 CP 잔액은 6월 기준 16조3111억원으로 전체 차입금의 70.8%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동기(77.6%) 대비 6.8%p 하락한 수치다. 여전채 금리 상승에 따른 신규 발행 부담과 시장 수요 위축 등을 고려해 속도조절에 나선 모습이다. 다만 삼성카드는 장기성 중심의 조달 원칙에는 변화가 없다고 설명했다.
조달 경로 다변화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자산유동화증권(ABS) 잔액은 지난해 6월 3조9981억원에서 올 6월 4조3922억원으로 9.9% 증가했다. 특히 올해 들어서만 4107억원의 ABS를 신규 발행했다. 삼성카드는 ABS가 우량자산인 신용카드 매출채권 등을 담보로 삼기 때문에 일반 신용채권(무담보)인 여전채보다 조달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관건은 이 같은 방어적 조달 전략이 실적 회복으로 이어지느냐다. 단기성 차입과 조달 다변화로 금리 변동성에 기민하게 대응한 성과가 실질적인 금융비용 절감으로 연결되는 게 과제다. 삼성카드는 만기 구조별 차입 포트폴리오 관리를 강화하는 동시에 시장 예측성을 높여 차환 시점 도래 시 효율적인 유동성 확보 전략을 이행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카드사들의 하반기 조달비용 통제 성과에 따라 연간 실적 순위가 좌우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카드는 2024년과 2025년 각각 6646억원, 6457억원의 당기순이익으로 업계 1위를 지켰다. 다만 올 상반기의 경우 2위인 신한카드와의 격차가 571억원으로 전년동기(890억원) 대비 좁혀지는 등 거센 추격에 직면한 상황이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차입금 조달원 다변화와 유연한 차입종별 포트폴리오 관리, 차입금 만기 분산 등으로 조달 구조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에 주력할 것"이라며 "신용판매 사업을 중심으로 한 자산 성장과 비용 효율성 개선 노력으로 수익성을 방어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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