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물질 'DFSZ액시온' 연구 2팀 중 한 팀은 한국…발견만 하면 노벨상"

이채린 기자 2024. 10. 6. 08: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성우 IBS 액시온및극한상호작용연구단 연구위원
지난달 13일 만난 윤성우 IBS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연구단 연구위원. 이채린 기자

‘기초과학연구원(IBS)이 이론으로만 존재하는 액시온(Axion)을 실제로 발견한다면 노벨상감이다. 물리학 역사를 다시 쓸 수 있는 '하이리스크, 하이리워드' 연구를 하고 있다.’ 

2016년 ‘네이처’는 한국의 연구개발 투자 현황과 노벨상 수상을 위한 노력들을 다루며 액시온을 찾고 있는 IBS의 액시온및극한상호작용연구단의 연구를 콕 집었다. 국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분야를 뽑고 투자를 집중해야 하는 사례로 이 연구를 소개한 것이다. 

액시온은 유력한 암흑물질 후보 중 하나다. 입자 물리학의 미스터리를 해결하기 위해 제안된 가상의 입자다. 지난 8월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연구단이 액시온 존재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범위를 좁힌 연구 결과 2건을 최근 잇따라 공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달 13일 대전 KAIST 문지캠퍼스에서 만난 윤성우 액시온및극한상호작용연구단 연구위원은 "전 세계에서 DFSZ 액시온을 탐색할 수 있는 연구단은 IBS를 포함한 2팀이 전부"라면서 “한국이 액시온을 발견만 하면 노벨상을 수상할 수 있다”고 2016년 네이처와 같은 전망을 내놨다. 

● 우주 비밀 담은 암흑물질 후보 사냥 중 

많은 과학자들은 지구를 포함해 우주에서 우리가 보고 확인할 수 있는 물질은 전체 우주의 약 4.4%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27%가 암흑물질이며, 나머지 68.6%는 암흑에너지로 채워져 있다고 설명한다.

암흑물질은 이름에서 추측할 수 있듯 빛과 반응하지 않는 물질이다. 오직 중력을 매개로만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암흑물질은 우주를 설명하는 한 가지 학설일 뿐이다. 아직까지 그 존재를 정확히 입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액시온은 암흑물질 후보 중 하나다. 액시온및극한상호작용연구단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지난 수십 년간 액시온을 찾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윤 연구위원은 “액시온 탐색은 건초더미에서 바늘을 찾는 일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2015년 액시온및극한상호작용연구단에 합류하며 액시온을 탐색하기 시작한 윤 연구위원은 9년차 '액시온 사냥꾼'이다.

과학자들은 이론으로 예측된 범위에서 암흑물질이 존재하지 않는 영역을 배제하는 식으로 암흑물질을 찾고 있다. 일반적으로 강력한 자석을 사용한다. 이론에 따르면 액시온은 강한 자기장과 만나면 질량에 상응하는 주파수를 나타내는 광자(빛의 입자)로 변환된다. 이때 공진기를 이용해 주파수를 증폭하고 검출하면 해당 관찰 영역의 액시온 존재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연구위원은 “문제는 액시온의 질량, 다시 말해 질량이 변환된 주파수를 알 수 없다는 점”이라면서 “이론적으로 예측된 방대한 주파수 영역을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듯 조금씩 바꿔가면서 탐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액시온에 대한 이론적 모델로 'DFSZ 액시온'와 'KSVZ 액시온'이 있다. DFSZ 액시온은 KSVZ 액시온보다 다른 입자와의 상호작용이 작아 실험에서 탐지하기 더 어려운 액시온이다. IBS 연구단은 DFSZ 액시온 탐색에 초점을 맞춰 장비를 개발해 왔다. 윤 연구위원은 “전 세계에서 DFSZ 액시온을 탐색할 수 있는 연구단은 IBS를 포함한 2팀이 전부”라면서 “저희 연구단은 이번에 특정 범위에서 액시온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고 이번 연구 결과 중 하나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IBS의 DFSZ 액시온 탐색 장비. IBS 제공

액시온 검출 확률은 자기장이 클수록 높아진다. 연구단은 초전도체로 만든 강력한 자석을 이용해 1.025~1.185기가헤르츠(GHz) 주파수 범위에서 질량이 4.24~4.91µeV(마이크로전자볼트) 영역에서 액시온을 세계 최고 감도로 탐색하는 데 성공했다. 실험 난도로 인해 1GHz 이상 주파수에서 고감도로 액시온 탐색에 성공한 건 현재까지 IBS 연구단이 유일하다. 연구를 시작한 지 10년 만에 세계 최고 수준의 결과를 낸 것이다. 

또 다른 연구 결과는 김진의 경희대 명예교수가 탐색해야 하는 범위를 제시한 KSVZ 액시온을 고주파수 영역에서 최소 수준으로 탐색한 성과다. 최근 연구는 액시온의 질량이 20~30µeV, 주파수로는 4.8~7.25GHz 영역에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 연구단은 기존 실험보다 더 높은 고주파에 주목했다. 실험 결과 액시온이 질량 21.86~22.00µeV 범위에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현재까지 가장 민감도가 높은 결과다. 

● 우주 비밀 담은 암흑물질 후보 사냥 중 

윤 연구위원은 두 연구 중 KSVZ 액시온을 고주파수 영역에서 최소 수준으로 탐색하는 연구에 참여했다. “공진기의 부피를 줄이면서도 액시온을 빠르게 탐색할 수 있는 최적화 된 공진기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다. 고주파 신호를 탐색하려면 주파수를 증폭하는 공진기의 부피를 줄여야 하는데 부피가 줄면 액시온이 광자로 변하는 확률도 줄어들어 데이터를 얻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라면서 “원통형 공진기를 피자 조각처럼 나눈 '다중방 공진기'를 고안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 사용된 다중방 공진기 안의 시뮬레이션된 전기장 분포. 각각의 셀은 하나의 작은 공진기 역할을 하며, 주어진 부피를 최대한 이용하면서 공진 주파수를 늘릴 수 있다. IBS 제공

이 공진기는 이번 연구 결과를 만든 일등공신이다. 부피를 줄이지 않으면서도 데이터를 빨리 얻을 수 있는 공진기를 만드는 과정이 까다로웠지만 새로운 아이디어로 승부를 본 것이다. 

실험 과정에서 윤 연구위원은 공진기 자체 온도를 낮추는 데에도 애를 먹었다. 액시온을 탐색할 때 민감한 '양자센서'를 사용하기 때문에 방해가 되는 신호의 잡음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이때 공진기 자체 온도를 낮춰 열적 잡음을 줄여야 했다. 극저온으로 낮춰야 했는데, 한 번 온도를 낮추는 데 수일이 걸리고 눈으로 잘 냉각이 됐는지 바로 확인할 수 없어서 어려웠다.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윤 연구위원은 “계속해서 액시온을 사냥할 계획이다”라며 “전 세계에 액시온을 찾는 경쟁이 치열한데 IBS가 액시온을 발견해서 노벨상을 한국에 안겨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보였다. 

“저희 연구단을 믿고 연구 결과를 기다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013년에 연구단이 생겼습니다. 기계를 제대로 작동시키는 데만 수 년이 걸렸고 이제서 연구 결과가 쏟아지는 중입니다. 궁극적으로 사회에 기여하는 훌륭한 연구 결과를 가지고 오겠습니다”

윤 연구위원. IBS 제공

이하 일문일답.

Q. 액시온을 탐색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학창시절, 한국 출신 미국 물리학자인 이휘소 박사의 이야기를 듣고 입자물리에 푹 빠졌다. 이 박사의 사진을 주머니에 넣고 다닐 정도였다. 결국 2000년 고려대 물리학과를 졸업했고 2002년 동대학에서 같은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9년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 페르미국립가속기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을 지냈다. 이 박사가 페르미국립가속기연구소에서 일했기 때문에 같은 길을 걷고 싶었기 때문이다. 연구를 하다가 잘 안 풀리면 이 박사의 묘를 찾아가 연구를 시작할 때 먹었던 결심을 다시 되새기곤 했다. 

그러다 2014년부터 1년간 미국 메릴랜드대에서 연구를 이어가던 중 2015년 IBS 영사이언티스트펠로(YSF)로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연구단에 들어왔다. YSF는 IBS가 40세 이하 과학자를 뽑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연구단에서 미지의 암흑물질을 지속적으로 탐구하며 암흑물질의 후보인 액시온을 연구하고 있다."

Q. 암흑물질 탐색 연구의 매력은 무엇인가. 

"입자를 탐색하다 보면 우주, 더 나아가 이 세상의 근원에 질문을 던지는 철학적인 고민을 하게 된다. 우주는 어떻게 생겼고,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우리는 또 누구일까? 가끔 연구를 하다보면 이같은 질문이 떠오른다.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이 이 답을 찾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기초과학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하고 싶다. 오늘날 AI, 양자 쪽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이 둘의 기초 개념은 100여 년 전에 나왔다. 기초과학 연구자들이 계속 연구한 끝에 오늘날 투자 가치가 높은 분야로 재탄생했다. 현재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가 이어져 향후 훌륭한 기술이 계속 나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