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핵교리 개정 선언… ‘우크라 돕는 서방국도 핵 공격’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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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 "비(非)핵보유국이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하면 두 국가의 공동 공격으로 간주하겠다"며 '핵 교리(핵무기 사용 원칙)' 개정을 공식 선언했다.
우크라이나가 미국, 프랑스, 영국 등 서방으로부터 지원받은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면 우크라이나와 서방을 모두 러시아를 공격한 나라로 간주하고 핵무기로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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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위협 생겼다” 핵사용 조건 완화
본토 공격 막고 서방 지원 차단 의도
美는 “10조원 추가 군사지원” 밝혀
우크라이나가 미국, 프랑스, 영국 등 서방으로부터 지원받은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면 우크라이나와 서방을 모두 러시아를 공격한 나라로 간주하고 핵무기로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서방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적극적인 무기 지원을 억제하려는 취지로도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6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79억 달러(약 10조5000억 원) 규모의 추가 군사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러시아가 2022년 2월 침공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건 미국의 최우선 과제”라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지원 확대와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추가 조치를 발표한다”고 밝혔다. 또 바이든 대통령은 같은 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종전 계획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핵 교리 개정을 밝힌 것을 두고 미국의 우크라이나 지원 의지를 꺾으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 “핵보유국 지원받아 러 공격하면 공동 공격 간주”
AP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25일 러시아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연설을 통해 “러시아에 새로운 위협과 위험이 생겨났다”며 “핵 교리 문서 개정판에서 비핵보유국이 핵보유국의 참여나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하면 러시아연방에 대한 공동 공격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개정된 핵 교리에 이 같은 공격이 있을 때 ‘핵으로 대응하겠다’는 내용이 명문화돼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개정된 핵 교리는 핵무기 사용 조건을 더욱 자세히 명시하고 있으며, 대규모 공습 때도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공중 및 우주 공격 자산의 대량 발사와 이것들이 우리 국경을 넘나든다는 신뢰할 만한 정보를 받으면 그러한(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고려할 것”이라며 전략 및 전술 항공기, 순항 미사일, 무인기(드론), 초음속 및 기타 비행 차량을 언급했다.
이를 두고 기존 핵 교리에 비해 핵무기 사용을 더 쉽게 할 수 있도록 바꾼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기존엔 “러시아 또는 동맹국의 영토를 표적으로 하는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신뢰할 만한 정보를 받으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만 돼 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동맹국인 벨라루스에 대한 침략에 대응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도 개정된 핵 교리에 담겨 있다고 소개했다. 러시아는 이미 전술 핵무기 일부를 벨라루스에 배치한 바 있다. 사무엘 샤랍 미국 랜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X’에 “주요 핵보유국이 선언적으로 핵 사용 조건을 완화하는 건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 젤렌스키, 바이든과 정상회담서 ‘승리 계획’ 설득
러시아는 미국과 함께 세계 핵탄두의 88%를 통제하고 있는 핵무기 강국이다.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을 겨냥해 핵 교리 변경 가능성을 시사하며 위협을 반복해 왔다. 이번에 실제 핵 교리 개정을 공식 선언한 이유는 유럽연합(EU) 등 서방에서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도록 허용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주제프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 대표는 최근 유엔 총회가 열리는 뉴욕에서 기자들에게 우크라이나 측의 무기 사용 제한 해제 요청을 주요 7개국(G7) 정상들과 논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의 26일 정상회담에서 종전안을 담은 자신의 ‘승리 계획’을 제시하고 설득할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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