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티켓팅 절대 안되더라”…매크로 돌려 싹쓸이 한 암표상, 드디어 잡혔다는데
컴퓨터 활용 능숙한 20·30
구매자 아이디로 매크로 작업
한사람이 수익 1억 올리기도
현역군인·대학생도 범행
공연법 시행후 첫 검거사례
경찰 “심각한 불법행위”
A씨 같이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유명 공연 티켓을 확보한 뒤 중고거래 플랫폼 등에서 판매한 암표판매범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1일 서울경찰청은 공연법 위반 혐의로 암표판매 사범 7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 수법에 따라 형법상 업무방해,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추가 적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매크로 프로그램이란 자주 사용하는 여러 개의 명령어를 묶어서 클릭 한 번으로 처리하게 해도록 만든 소프트웨어다. 많은 이들이 동시에 특정 웹사이트에 접속해야 하는 상황에서 악용되는 경우가 많은데, 주로 구하기 어려운 공연이나 경기 티켓을 사재기하는 데 쓰인다. 개정된 공연법 제4조의 2항에 따라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공연 입장권과 관람권을 구매한 뒤 웃돈을 받고 다시 팔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에 검거된 피의자들은 2021년부터 올해 8월까지 유명 가수 콘서트와 뮤지컬 티켓 등을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구매 대행하거나 티켓을 중고 시장에 되팔아 수익을 낸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모두 컴퓨터 활용에 익숙한 20~30대 남녀로 젊은 편이다. 티켓 판매를 전문적으로 대행한 사람은 한 명뿐이었고 대부분 생활비나 용돈 마련 목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대학원과 취업준비생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간단한 컴퓨터 프로그램 활용 기술만 가지고 손쉽게 수익을 낼 수 있는 온라인 암표 범죄의 특성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경찰 조사 결과 피의자들이 불법으로 사재기한 티켓 종류는 가수 콘서트부터 뮤지컬 공연, 팬미팅까지 수요가 높은 티켓이라면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그중에는 가격이 최고 500만원까지 치솟았던 임영웅 콘서트 티켓도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임영웅 콘서트의 경우 1장에 최대 80만원(정가 18만7000원), 나훈아 콘서트는 50만원(정가 14만3000원)에 거래됐다. 가장 비싸게 거래된 암표는 지난 7월 배우 변우석 팬미팅 티켓으로, 정가 7만7000원짜리 30배 더 비싼 235만원에 팔렸다.
암표 거래는 크게 ‘대리 티케팅’과 ‘개인 간 거래’ 두 가지 방법으로 이뤄졌다. 대리 티케팅은 직접 개인 블로그나 X(옛 트위터)에 영업 홍보 글을 올린 뒤 의뢰를 받으면 구매 희망자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넘겨 받아 ‘매크로 작업’을 하는 식이다. 한 20대 무직 여성 B씨는 이런 수법으로 약 3년 6개월간 뮤지컬 그레이트 포맷 등 티켓 331장을 웃돈 주고 팔아 1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개인 간 거래의 경우 본인이 직접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티켓을 확보한 다음 중고거래 사이트에 되파는 방식이다. 현역 남성 군인 C씨는 당근마켓, 번개장터에서 암표를 팔아 543만원의 범죄수익을 얻었다. 이번에 검거된 피의자들의 범죄 수익은 약 1억3000만원으로 추정되고 향후 조사에 따라 범행 수익이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수사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구입한 공연 티켓을 부정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공연법 개정안이 시행된 이후 암표판매 사범에게 이를 적용해 검거한 첫 사례라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온라인 암표거래가 문화산업의 성장을 저해하고 공정한 문화 향유 기회를 박탈할 뿐 아니라 티켓 사기 등 부가적인 범죄로도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불법행위”라며 암표 거래 사전 예방을 위한 민관 공동대응 협의체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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