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호우 느는데”…노후 배수장 개선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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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기후에 언제 또 많은 비가 내릴지 모르는데 30년 넘은 노후 펌프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매우 불안합니다."
1993년에 들어선 이 펌프장은 옥산면 덕촌리에서 오송읍 쌍청리까지 540㏊의 농경지와 시설하우스의 침수 예방과 미호강·병천천 홍수 범람에 대비한 시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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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원인 펌프 3대중 1대 고장
충북 19개시설 평균 20년 넘어
홍수관리 매뉴얼도 개정 필요
“이상기후에 언제 또 많은 비가 내릴지 모르는데 30년 넘은 노후 펌프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매우 불안합니다.”
9월27일 찾은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신촌리의 시설하우스에서 만난 오원갑씨(64)는 애호박 이파리를 살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9월21일 새벽 90㎜가 넘는 폭우에 시설하우스 11동이 물에 잠긴 후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돼서다.
오씨는 “10시간 넘게 시설하우스가 물에 잠기는 바람에 땅이 갈라지고 뿌리가 상해 이파리가 누렇게 말라가고, 이미 달린 애호박도 썩는 증상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며 “어떻게든 살려 보려고 열매를 솎아내고 관리했지만 하룻밤 자고 나면 말라 죽는 애호박에 가슴만 타들어간다”고 탄식했다.
이번 침수로 옥산면 일대에서는 논과 시설하우스 등 65㏊가 물에 잠겼다.
그는 이번 피해의 원인으로 노후한 쌍청배수펌프장을 지목했다. 피해가 발생한 당일 오전 4시경부터 갑자기 하천과 반대인 농경지 방향으로 물이 거꾸로 밀려 들어오기 시작해 시설하우스를 덮쳤기 때문이다.
오씨는 “펌프장에 가보니 작동하고 있어야 할 3대의 배수펌프 중 1대가 멈춘 것을 확인하고 문제를 제기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며 “관리 운영을 맡은 한국농어촌공사에 확인해보니 30년이 넘은 장비가 노후화돼서 일어난 일이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1993년에 들어선 이 펌프장은 옥산면 덕촌리에서 오송읍 쌍청리까지 540㏊의 농경지와 시설하우스의 침수 예방과 미호강·병천천 홍수 범람에 대비한 시설이다. 50년에 한번 발생할 정도의 비에 대비할 수 있는 규모로 지어졌다. 하지만 최근 이상기후로 1시간당 70㎜가 넘는 극한호우가 빈발한 만큼 피해 예방을 위해 배수 용량과 가동 펌프 수 등 시설에 대해 다시 점검했어야 한다는 것이 주민들의 지적이다.
이는 비단 신촌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충북도 재난 대응용 배수펌프장 현황을 분석한 결과 지역 내 19개 배수펌프장이 준공된 지 평균 21년 된 것으로 나타났다. 30년 넘은 시설도 쌍청배수펌프장을 포함해 5개에 달하고 20년이 넘은 펌프장도 8개나 됐다.
이번에 수해를 입은 이경익씨(48)는 “아무리 기계시설을 잘 관리한다 해도 30년이 넘으면 언제든 고장이 발생할 수 있다”며 “요즘 곳곳에서 폭우 피해가 빈발하는 만큼 노후한 펌프를 사전에 제대로 점검해 수리하든 교체하든 했어야 했다”고 성토했다.
주민들은 홍수 관리 매뉴얼도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옥산면 내 농경지가 물에 잠긴 상황임에도, 담당자는 매뉴얼상 펌프장 수위가 2.5m 아래로만 유지되면 문제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아무 대응도 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다.
신촌리 한 주민은 “앞으로 이상기후로 집중호우가 발생하는 빈도가 늘어나는 만큼 노후 펌프는 교체하고 매뉴얼도 개정하는 등 침수 피해가 더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청주시 관계자는 “쌍청배수펌프장은 안전 점검에서 B등급을 받아 계속 사용에는 문제가 없고, 고장 난 펌프는 현재 수리 중”이라며 “인근에 배수펌프장을 신설하는 방안에 대해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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