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에 넣어 끓여 먹었는데... 알고 보니 일본의 '특별천연기념물'이었다

울릉도 항구에 떼로 나타난 오징어떼의 놀라운 정체
주민들이 울릉도 천부항에서 잡았던 반딧불오징어. / 울릉군 북면사무소

올해 초 경북 울릉도 천부항이 바가지나 양동이를 든 주민으로 북적인 적이 있다. 작은 오징어가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어른 손가락만 한 오징어 무리가 항구로 몰려들자 주민들이 바가지나 양동이를 이용해서 잡았다. 당시 주민들이 원시적인 방법으로 잡은 오징어는 어림잡아 1~2톤이나 됐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이 있다. 주민들이 꼴뚜기인 줄 알고 잡은 오징어는 일본의 천연기념물이란 점이다. 오징어 이름은 반딧불오징어다.

반딧불오징어가 꼴뚜기와 다른 점

반딧불오징어 / 국립수산과학원

매오징어로도 불리는 반딧불오징어는 꼴뚜기와 외형이 비슷하지만 몸길이가 약 7~8cm로 꼴뚜기(약 6cm)보다 약간 크고, 머리 지느러미가 더 크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다리는 10개다. 일반 오징어와 달리 두 개의 촉수 끝에 발광 기관이 있어 밤이면 온몸에서 푸른빛을 낸다.

이 빛은 적을 위협하거나 동료와 소통하기 위해 사용된다. 특히 깊은 바다에서 생존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반딧불오징어는 주로 깊은 수심(200~600m)에 서식하다가 겨울에서 이른 봄 사이 알을 낳기 위해 해안으로 몰려온다. 이 시기 해안가에서 푸른빛을 발하며 물결에 따라 반짝이는 모습은 마치 도심의 네온사인을 연상케 한다.

일본에서 천연기념물인 이유

2021년 강원 고성군 해변에 밀려온 반딧불오징어 / 고성군

일본에서 반딧불오징어는 192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고, 1952년에는 특별천연기념물로 승격됐다. 이 오징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유는 생태적, 문화적, 과학적 가치 때문이다.

먼저 반딧불오징어는 일본 도야마만에서 대규모로 나타나는 독특한 생태 현상을 보인다. 매년 3~5월, 도야마만의 나메리카와 해변에서는 수백만 마리의 반딧불오징어가 해안으로 밀려와 푸른빛을 발하며 장관을 이룬다.

이 현상이 지역 생태계의 건강을 나타내는 지표로 여겨지기에 자연유산으로 보호받는다. 또한 반딧불오징어는 생물발광 연구의 중요한 대상이다. 이들의 발광 기관은 빛을 내는 화학적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기여했으며, 이는 의학 및 생명과학 분야에서도 활용된다.

문화적으론 반딧불오징어는 일본 도야마 지역의 정체성을 상징한다. 도야마현에서는 반딧불오징어 박물관을 운영하고, 매년 축제를 열어 이 생물을 기념한다. 이 축제에서는 반딧불오징어를 관찰하거나 요리해 먹는 이벤트가 포함되며,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한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지만 알을 낳고 죽기 직전의 개체는 제한적으로 포획해 식용으로 사용한다.

한국에서는 반딧불오징어가 주로 울릉도와 독도 연안에서 목격된다. 2010년대 초반, 특히 2014년부터 울릉도 서·북면 지역에서 대규모로 출현하기 시작했다. 당시 주민들은 이 오징어를 꼴뚜기로 잘못 알고 라면에 넣거나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 먹었다.

울릉도 해안도로에 설치된 가로등 불빛이 반딧불오징어를 끌어들인 것으로 추정된다. 빛에 민감한 이 오징어는 인공 조명을 따라 해안으로 몰려드는 습성이 있다. 그해 울릉도 어민들이 바가지로 수백 마리를 한꺼번에 퍼 올릴 정도로 풍어가 이뤄졌다. 2021년엔 강원 고성군 해변엔 파도에 밀려온 반딧불오징어들의 사체가 발견됐다.

반딧불오징어는 어떤 오징어?

반딧불오징어의 생태적 특징도 주목할 만하다. 이 오징어는 단명종이다. 수명은 약 1년이다. 알을 낳은 후 대부분 죽으며, 이 과정에서 해안으로 밀려오는 경우가 많다. 이들의 발광은 루시페린이라는 화합물과 산소가 반응해 생성된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생물발광의 대표적인 사례다.

반딧불오징어는 먹이사슬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주로 플랑크톤을 먹고, 자신은 고등어, 정어리, 상어 등의 먹이가 된다. 울릉도와 독도 연안에서의 출현은 이 지역 해양 생태계의 변화와도 연관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해류나 수온 변화가 반딧불오징어의 이동 패턴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독도에서도 반딧불오징어 출현이 보고된 적이 있다. 2014년 독도 서도 주민 숙소 근처와 숫돌 바위 부근에서 떼를 지어 반딧불오징어가 나타났다. 이는 반딧불오징어가 울릉도뿐 아니라 독도 전역에 걸쳐 서식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독도 연안에서 한치잡이 어선들이 조업 중 반딧불오징어를 자주 목격했다는 기록도 있다. 독도의 해양 생태계가 반딧불오징어의 서식에 일부 부합함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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