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Special Interview] 김승우 한국리틀야구연맹 회장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

내가 무엇을 ‘왜’ 그리고 ‘얼마나’ 좋아하는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많은 것이 스치듯 소비되는 현대에 한 대상을 오래도록 진득하게 좋아한다는 건 존중받아 마땅한 일이다. 대개는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찾지 못한 채 주어진 일을 처리하는 데 급급하기에 늘 새로운 취미에 목말라 있기 마련. 그런 면에서 취미와 직업을 일치시킨 소위 ‘성공한 덕후’들이 선망의 대상이 되는 게 아닐까. 오늘의 주인공 역시 단순히 좋아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일을 기어코 본업으로 만들어 버린 인물이다. ‘유명 배우’ 김승우를 넘어 한국리틀야구연맹의 새로운 수장이 된 ‘야구 행정가’ 김승우의 본격 덕질 토크를 지금부터 만나보자!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Ilwoo Kim Location The Queen AMC Office

#초석 다지기

늦었지만 한국리틀야구연맹 회장 취임을 축하합니다. (2월 25일 인터뷰)
감사합니다. 한국리틀야구연맹(이하 KLBF) 7대 회장 김승우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KLBF 회장직에 도전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을까요?
한국야구의 국제 경쟁력이 예전보다 많이 떨어진다고 판단했어요. 초석을 다시 세우자는 취지로, 어린 친구들이 미국이나 일본, 대만과의 교류전을 통해 경험을 쌓게 하고 싶었죠. 그러면 궁극적으로 대한민국 야구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회장으로서 나만이 가진 최대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30년 넘게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쌓아 놓은 인맥이 많다는 점이죠. 지금도 사업가나 야구 관련 업체들과 스폰서십 논의를 진행 중이고 지속적으로 확대할 예정입니다. 이게 부임 후 가장 신경 쓰고 있는 업무기도 해요. 요즘 여러 사람을 만나느라 시간이 정신없이 흘러갑니다.

비선수 출신이라는 점을 두고 부정적 시선을 받기도 했나요?
글쎄요. 선수 출신이 아니긴 하지만 저는 예전부터 스스로 야구인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부분에는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어요. 앞으로 4년간 제 본업은 야구입니다.

현재 리틀야구를 포함한 대한민국 유소년 야구의 최대 문제점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한국 리틀야구의 인지도와 위상이 크게 떨어져 있다는 거요. 2014년에 리틀야구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정점을 찍고 나서부터 점차 하락세를 타는 게 무척 안타까웠어요. 그래서 올해부터는 제2의 중흥기를 맞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죠.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완하고 개선할 계획인가요?
제 공약 중 하나인 ABS 도입을 통해서 아이들에게 공정한 시스템을 심어주고 싶어요. 어릴 때부터 ABS를 경험해 봐야 나중에 프로에 가서도 적응하기 편할 거예요. 무엇보다 선수들이 깔끔하게 결과에 승복하는 모습이 보기 좋을 거 같고요. 아, 그렇다고 지금까지 공정하지 않았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웃음) 그 외에도 체계적인 교육 지원으로 대한민국 야구의 초석을 다지는 데 에너지를 쏟아붓고 싶어요.

얼마 전 허구연 KBO 총재와 만났잖아요. 어떤 대화를 나눴나요?
리틀야구에 대한 전반적인 얘기를 나누고 왔어요. 작년 신인드래프트 같은 경우만 해도, 지명된 선수 중 리틀야구 출신이 50% 가까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KBO로서도 어린 선수들이 성장하는 만큼 프로야구도 발전할 테니까 총재님께서 앞으로도 열심히 해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지원 좀 많이 해 주십시오”라고 응수했어요.

#성공한 덕후

언제부터 야구를 좋아하게 됐나요?
어느 날 TV를 보는데 선수들이 입고 있는 유니폼이 너무 멋있더라고요. 심지어 저는 흑백 TV 세대인데 화면 속 선수들에게서 후광이 보일 정도로 강렬했어요. 단순히 그 모습에 반해서 이 스포츠를 좋아하게 된 거예요.

그럼 본격적으로 야구를 시작한 시기는 언제인가요?
2001년경에 생활 체육 야구를 시작했고 2005년에 연예인 야구단 ‘플레이보이즈’를 만들었죠. 벌써 창단한 지 20년이 넘었네요.

미치도록 빠져들게 하는 야구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야구의 매력을 말하려면 밤을 새워도 부족하죠. 일단 다른 종목과 다르게 벨트를 차고 모자를 쓴다는 점에서 매우 신사적인 스포츠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감독을 포함한 모든 팀 구성원이 유니폼을 입고 ‘하나의 팀’이라는 소속감을 느끼게 하는 부분도 인상적이었고요. 규칙도 특별하죠. 도루를 예로 들자면, 포수라는 경찰이 뻔히 보고 있는데 합법적인 규칙 안에서 무언가를 훔친다는 거니까 신선하더라고요. 그리고 희생번트, 희생플라이 같은 기록도 야구만이 가진 매력이에요. 오롯이 팀과 동료를 위해 나를 희생한다는 게 정말 멋지지 않나요?

배우와 KLBF 회장이라니, 꽤 이색적인 조합인데요?
배우이기 이전에 야구 팬으로서 야구의 발전을 위해서 힘쓰게 됐다는 것 자체가 성공한 덕후가 아닐까 싶어요. 또 만약 ‘배우가 아니었다면 내가 감히 도전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 여러모로 행운이 따랐죠. 좋아하는 일을 공공연하게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참 행복한 일입니다.

예전부터 야구 행정가를 꿈꿔 왔나요?
꽤 됐죠. 처음 회장직을 제안받은 것도 10년이 훌쩍 넘었어요. 그땐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들었고, 당시에는 리틀야구가 부흥기라서 굳이 출마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어요. 근데 코로나19가 회장직에 출마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였어요. 팬데믹이 터지는 바람에 선수 수급이 원활하지 않았고, 그 여파로 각 팀에 과부하가 생겨서 지금까지 어려움을 겪고 있거든요. 이런 문제는 비단 스포츠뿐만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이기도 하잖아요. 이런 숙제들을 잘 풀어 나가서 리틀야구의 위상을 다시 높이고 싶어요.

오랫동안 생활 체육 야구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가 있다면요?
모 항공사 직원 팀과의 경기였어요. 그때 저는 2루수로 출전하고 있었고요. 안타 하나만 맞으면 역전당하는 상황이었는데, 제가 극적인 슬라이딩 캐치를 해서 타구를 더블 플레이로 연결해 팀 승리를 지켜 낸 적이 있거든요. 그러고 얼마 후 아내와 미국에 갈 일이 생겨서 비행기를 탔는데, 공교롭게도 객실 사무장이 그 상황에서 아웃당했던 주자인 거예요. 경기내용을 복기하면서 야구를 잘한다고 제 칭찬을 해 주는데 와이프 앞에서 어깨가 잔뜩 올라갔죠. (뿌듯) 아내는 야구장에 와도 그냥 즐기다 가는 사람이지, 야구를 깊게는 모르는 사람이거든요. 근데 남편에게 남에게 인정받을 정도의 실력이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안 거죠. 그래서 여러모로 기억에 남아요.

주 포지션이 2루수였나요?
야구를 처음 할 땐 유격수를 보다가 나이를 먹고선 어깨가 아파서 2루로 갔어요. 그러다 거기서도 힘들어지니 1루수로 쫓겨났죠. 지금은 눈까지 나빠져서 수비도 못 하겠더라고요. 타구가 너무 빨라서 무서워요. 현재는 지명타자로 열심히 나가고 있습니다.

본인은 어떤 유형의 선수였나요?
구단주 특혜라고 얘기하는 놈들도 있는데… (웃음) 항상 클린업트리오에는 들어갔어요. 경기가 일주일에 한 번, 그것도 2시간 제한이니까 타석에 자주 서면 좋잖아요. 4번은 상대 팀에서 견제가 심하고 5번부터는 타석이 잘 안 돌아와서 3번을 가장 선호하는 편이에요. 10년 전만 해도 동대문, 목동야구장에서 3번 타자 겸 주전 유격수로 날아다녔죠.

플레이보이즈에서 구단주로 활동하는 요즘도 경기에 직접 참여하나요?
지금도 꾸준히 뛰고 있어요. 지난주 일요일이 올 시즌 첫 경기였는데, 일본에 출장을 가느라 참석을 못 했거든요. 제가 빠져서 그런지 안타도 2개밖에 못 치고 15:0으로 졌더라고요? 재작년엔 비록 하부 리그였지만 가을야구에 진출했어요. 근데 막상 하다 보니까 수준이 살짝 낮은 것 같아서 작년에 한 등급을 올렸더니 1무 10패를 기록했어요. 그 대신 이기지는 못해도 게임 수준은 훨씬 낫고 재밌더라고요. 이제는 승패를 떠나서 야구를 즐기는 쪽이 좋네요.

입단하기 어렵기로 소문이 났던데 아직도 비슷한가요?
예전에는 유명 배우만 가입할 수 있었다면, 지금은 꼭 유명하지 않더라도 연극배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면 가능해요.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야구를 좋아해야 해요. 우리 팀을 활용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이 스포츠를 진심으로 사랑해야 합니다.

팀 내 규칙도 까다로운 거로 알고 있어요.
그럼요. 그건 까다로워야 해요. 팀 초창기 때부터 정해 놓은 내규가 있어요.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이 소개해서 B가 새롭게 들어왔는데 동료에게 무례를 범했다거나 정해진 규칙을 어기면 A와 B 모두 퇴단을 시킵니다. 이렇게 해야 팀이 끈끈해지고 오래가요.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배우들이 즐비잖아요. 다들 아직 소속돼 있나요?
결혼하고 나간 사람들도 있긴 한데, 웬만한 배우들은 지금까지 있어요.

어느덧 창단한 지 20년 가까이 된 플레이보이즈는 김승우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코로나 시절엔 안 힘들었던 사람이 없었잖아요. 저희도 마찬가지로 고참끼리 모여서 팀의 존폐를 논하기도 했어요. 그러고 아내한테 ‘그만해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는데 오히려 뜯어말리더라고요. 20년 가까이 플레이보이즈에 젊음을 바쳤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없애는 건 너무 아쉽고 안타깝다고 하더라고요. 그 얘기를 듣고 지난날을 돌아봤는데, 저도 이 구단에 최선을 다했고 이 팀과 함께하면서 얻은 것도 많았다는 걸 깨달았어요. 일본 야구의 심장인 도쿄돔에서 일본 프로야구 OB팀과 자선 경기를 펼쳐서 수익금으로 아이티, 일본 대지진 복구에 전액 기부를 한 적도 있고요. UN 측에서 감사패도 받았고… 한마디로 이 팀은 제게 전부이자 남다른 존재예요.

유튜브 채널 ‘김승우WIN’도 운영하던데,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기본적으로 남의 이야기를 듣는 걸 좋아해요. 대화를 나누면서 각자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나 배울 점을 찾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서 그들의 인생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하는 마음에 시작하게 됐어요. 예전에는 다양한 분야의 인물이 출연했는데 야구 시즌이 끝나고부터 야구인을 한 명 두 명 초대하다 보니까 요새는 거의 야구인만 나오고 있어요.

‘이건 꼭 해보고 싶다’ 하는 일이 있나요?
제 연차만큼 시간이 쌓이면 특별히 하고 싶은 게 없어요. (웃음) 농담이고요. ‘뭘 더 해야지, 더 잘해야지’가 아니라 지금은 KLBF에 소속돼 있으니 여기에 더 집중하는 게 우선이죠. 사석에서는 선수들을 ‘내 새끼들’이라고 표현하는데, 이 아이들이 잘 성장할 수 있게끔 옆에서 도와주는 게 현재로선 1순위예요. 훗날 한국야구에 큰 획을 긋고 국가대표로도 활약하는 모습을 본다면 흡족하고 행복할 거 같아요.

동시에 배우 김승우의 연기 활동도 기대해 봐도 좋을까요?
어차피 연기 생활과 연출은 평생 할 거로 생각하고 있어요. 좋은 작품이 들어온다면 굳이 고사할 필요는 없겠죠.

#완봉승을 위해

야구 행정가로서 앞으로의 각오를 들어보고 싶어요.
각오라 할 건 딱히 없어요. 우리 선수들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제 능력을 발휘하겠다는 다짐뿐입니다. 벌써 주변에서 연임 얘기가 나오는데, 부임한 지 석 달밖에 안 된 사람이라 그런 말은 살짝 부담스럽고요. 지금처럼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본인의 인생을 야구 경기에 빗대면, 지금은 몇 회 정도인가요?
5회까지 잘 던져서 선발승 요건을 갖췄어요. 남은 4이닝도 노련하게 잘 막아내서 완봉을 이루고 싶어요. 개인적으로 타격전보다 투수전을 더 선호하기도 하고요.

취임식 날 여러 사람에게 축하를 받았던데 기억에 남는 말이나 선물이 있을까요?
이런 얘기를 하긴 좀 그렇지만, 축하 난이 너무 많이 들어와서 예쁘고 튼실한 난만 사무실에 놔두고 나머지는 복도에 깔아놨거든요. 근데 잎이 계속 떨어지니까 미화 아주머니가 관리하기 좀 부담스러워 하더라고요. 이걸 어떻게 처분하나 싶었는데 사무실 근처에 중고 난을 매입하는 업체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난을 다 내놨더니 소고기 회식을 할 정도로 돈이 꽤 돌아왔어요. 주신 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덕분에 잘 먹었습니다. (웃음) 아내는 여러 군데에서 화환이나 난이 올 거로 이미 예상했는지 커피차를 보내줬는데 완전 커피 대란이 일어났죠. 많은 분 덕분에 기분 좋게 취임식 행사를 잘 끝낸 거 같아요.

아들과 딸도 야구를 좋아하나요?
아들은 선수로 키워 보려고 무지 노력했죠. 우리 팀 유니폼도 똑같이 만들어 주고 캐치볼도 시간 날 때마다 하고 “남자는 운동해야 해”라고 하면서 직접 야구를 시켜 보기도 했는데, 자식이야말로 부모 마음대로 안 되나 봐요. 야구에는 관심이 없고 MMA(종합격투기)나 복싱에 빠져 있어요. (시무룩) 우리나라가 미국이나 일본처럼 여자 소프트볼이 활성화돼 있으면 무조건 딸내미한테도 소프트볼을 시켰을 것 같아요. 딸은 운동신경이 좋아서 운동을 다 잘하는데, 인프라가 부족해서 결국엔 시키지 못했어요. 얼마 전에 애들한테 “아빠 친구 중에 야구 레전드가 있는데 그 아들이 또 메이저리그에 진출해서 선물로 고급 승용차를 사줬대~ 근데 부담은 갖지 마”라고 농담을 했거든요? 장난으로 웃어넘기긴 했지만 사실 그런 얘길 들은 전 부럽기도 하고 조금은 아쉽죠.

어린 선수들에게 전할 말이 있나요?
회장에 부임하고 아이들 경기를 보러 가는 게 내일이 처음인데 이 얘기는 꼭 하고 싶어요. 승패도 중요하지만, 야구 자체를 즐겼으면 하고 또 스스로 만족할 만한 경기력을 갖추면 좋겠어요. 기본기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고요.

마지막으로 야구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에게 인사하며 마무리하겠습니다.
국내 프로스포츠 중에서 프로야구가 역대 최초로 천만 관중을 돌파한 만큼 최고의 스포츠라고 불리잖아요. 선수들은 최고 권위의 스포츠에 걸맞은 실력과 인성을 갖춰 줬으면 좋겠고요. 팬분들도 변함없는 사랑을 주셨으면 합니다. 또 저 개인적으로는 유소년 야구의 초석을 다지려 노력할 테니 응원 부탁드리겠습니다.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5년 168호 (4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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