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상이 다수 발생하고 있습니다. 경기 수가 많아서일까요? 아니면 감독님의 축구 스타일 때문일까요."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에게 날카로운 질문이 날아들었다. 두가지 선택지를 놓았다. 무게 중심은 뒤쪽에 쏠려있었다. 결국 많은 부상의 이유는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 스타일이 아니냐는 의미였다. 다들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입술을 주목했다.
1월 3일 토트넘 홋스퍼 트레이닝 그라운드 기자회견장이었다.

#계속되는 근육 부상
토트넘은 부상 병동이다. 7일 현재 1군 스쿼드 부상 선수는 9명이다. 비카리오, 히샬리송, 오도베르, 무어, 포스터, 우도기, 데이비스, 로메로, 판 더 벤까지다. 이 중 오도베르, 우도기, 데이비스, 로메로, 판 더 벤은 근육을 다쳤다.
공교롭다. 오도베르를 제외하고는 모두 수비수들이다. 그것도 로메로와 판 더 벤은 토트넘부동의 센터백 조합이다. 이들이 다치면서 수비가 흔들렸다. 든든한 백업인 데이비스도 근육을 다쳤다. 여기에 우도기까지 햄스트링을 다치면서 수비진이 초토화됐다. 현재는 드라구신과 그래이가 수비진을 맡고 있다. 그러나 이들 라인도 조마조마하다. 실제로 뉴캐슬전에서는 드라구신이 다치면서 교체아웃됐다. 풀백으로 뛰던 스펜스를 중앙으로 배치하는 미봉책을 쓰기도 했다.
대체적으로 공격수들은 근육 부상의 위험을 안고 있다. 스프린트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비진들은 공격수에 비해서는 근육 부상의 발생 가능성이 다소 낮다. 오히려 골절이나 염좌 등의 부상이 많다. 몸싸움, 점프 등을 주로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토트넘 수비진들 줄부상의 이유는 죄다 근육 부상이다. 대부분 스프린트를 하다 다쳤다. 왜 수비수들이 스프린트를 해야 할까. 결국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축구 스타일에서 찾을 수 있다.
#높은 라인은 상수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공격적이다. 늘 라인을 높게 올린다. 3선에서부터 강한 압박을 통해 볼점유율을 높이고자 한다. 경기를 지배하고, 패스를 돌리고, 많은 슈팅을 통해 골을 넣는 것.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추구하는 '엔지볼'의 핵심이다.
이상적이다. 아름다운 공격축구이기도 하다. 그리고 실제로 통하기도 했다. 호주를 아시안컵 우승으로 이끌었다. 요코하마 마리노스로도 우승을 차지했다. 셀틱에서는 엔지볼로 스코틀랜드 최강이 됐다. 이미 성공으로 검증된 스타일이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으로서는 '엔지볼'은 자신의 자부심이자 존재 이유이다.
문제는 '시종일관 높은 라인 유지가 이어진다' 점이다. 높은 라인 유지를 상수로 두고 경기를 펼친다. 경기 흐름에 따라 라인을 내리거나 하지 않는다. 흔히 말해 융통성이 없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기고 있을 때도, 지고 있을 때도 늘 선수들에게 높은 라인 유지를 요구한다. 보통 강팀들도 이렇게까지 선수들을 몰아치지 않는다. 강하게 압박해 선제골을 넣은 후 선수비 후역습으로 전환한다. 수비를 통해 선수들의 체력을 아끼고 날카로운 역습으로 더욱 쉽게 추가골을 넣으며 경기를 가져오곤 한다. 그러나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이를 따르지 않는다.
결국 부작용으로 이어진다. 선수들의 부상이다. 특히 수비수들이 커버해야 할 공간이 많아지면서 스프린트 빈도가 많아졌다. 수비수들의 부상이 많을 수 밖에 없었다.
얼마전 J리그에서 오랜 시간 뛰었던 선수를 한 명 만났다. 그와 토트넘 경기를 함께 봤다. 경기 후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스타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는 포스테코글루 감독 스타일의 장단점을 확실히 말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 스타일은 확실해요. 선수들에게 스프린트를 많이 요구하죠. 장점이 많지만 그만큼 선수들의 소모가 큰 편입니다. 선수들 부상이 많을 수 밖에 없어요."
J리그와 스코틀랜드에서는 통했다. 공격 축구에 선수들의 줄부상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잉글랜드 무대는 달랐다. 포스테코글루 감독과 마주하는 상대들은 강했고, 약점을 놓치지 않았다. 토트넘의 수비진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7승 3무 10패. 리그 12위. 토트넘이 성에 차지않는 성적을 받아들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바꿀 생각이 없다.
다시 기자회견장.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입을 열었다.
"경기 수, 우리의 경기 방식, 그리고 재발성 부상이 몇 건 있었다는 점이 문제라고 생각해요. 부상이 많은 것은 여러 요인들이 결합된 결과입니다. 특별히 우리 팀만의 문제는 아니며, 많은 구단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다만 우리팀에 조금 더 타격이 있는 것 같아요."
자신의 축구 스타일이 원인 중 하나일 수는 있지만 주된 원인은 아니라는 의미였다. 그리고 다른 팀들도 가지고 있는, 똑같은 문제일 뿐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질문이 이어졌다.
"그래도 부상이 많은데요. 축구 스타일에 변화를 줘야 하지 않을까요?"
현실을 직시하고, 받아들여 '엔지볼'에 대한 고집을 내려놓는 것이 어떤가는 제안이었다. 그러나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단호했다.
"늘 변화를 고려할 기회는 있어요. 변화를 해야할 이유는 늘 존재합니다. 누구에게나 변화할 기회는 열려 있습니다. 그러나 제게 있어서 변하지 않는 유일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저의 신념입니다. 제가 얼마나 믿고, 제 신념이 성공을 가져올 것이라고 확신하는 지에 달려 있습니다."
결국 자신의 신념, 엔지볼을 버릴 수 없다는 뜻이었다. 선수들이 계속 '갈려나가'더라도 자신의 신념을 그대로 밀어붙이겠다는 의미였다.
우직함일지 아니면 아집에서 나온 우매함일지. 토트넘은 이제 리그컵에서 리버풀, 리그에서 아스널을 상대한다.
오로지 책임은 감독만이 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