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식스가 돌아왔다" 2부 투어 강등·은퇴설 딛고 6년 9개월 만의 부활… 이정은의 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신인왕이자 메이저 챔피언이었던 '핫식스' 이정은(30)이 6년 9개월이라는 긴 침묵을 깨고 마침내 우승컵을 들어 올렸습니다. 비록 정규 투어가 아닌 2부 '엡손 투어'에서의 우승이지만, 지난 몇 년간 극심한 슬럼프와 시드 상실의 아픔을 겪었던 그녀에게는 그 어떤 메이저 우승보다 값진 부활의 신호탄이었습니다.

이정은은 16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롱우드 알라쿠아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IOA 골프 클래식 최종 3라운드에서 최종 합계 13언더파 200타로 전지원(29)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습니다.

"멍든 곳 또 맞는 고통" 시드 상실 후 2부 투어행... 은퇴설 비웃은 18번 홀의 '송곳 샷'

이번 우승의 백미는 단연 마지막 18번 홀(파3)이었습니다. 전지원과 공동 선두로 팽팽하게 맞선 상황에서 이정은은 116m 거리의 티샷을 피칭 웨지로 가볍게 휘둘러 홀컵 60cm 옆에 붙였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핫식스' 특유의 날카로운 샷 감각이 되살아난 순간이었습니다.

이정은은 2019년 US여자오픈 우승 이후 단 한 번의 우승도 추가하지 못하며 내리막길을 걸었습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CME 글로브 포인트 100위 밖으로 밀려나며 1부 시드권마저 잃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골프계 일각에서는 "이제 이정은의 시대는 끝났다"며 은퇴설까지 흘러나왔으나, 그녀는 2부 투어 강등을 "뛸 수 있는 무대가 있음에 감사하다"며 정면 돌파했습니다.

개인적인 분석을 보태자면, 이번 우승은 기술적인 교정보다 '멘탈의 복구'가 만들어낸 드라마입니다. 이정은은 인터뷰에서 "지난 몇 년간 눈물을 흘리는 날이 많았다"고 고백했습니다. 하지만 유소연, 박인비 등 동료들의 격려 속에 "아직 나이가 어리고 아픈 데도 없는데 포기하는 건 맞지 않다"며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제자리 회전 위주의 스윙에서 전성기 시절의 파워풀한 체중 이동 스윙으로 회귀한 전술적 선택도 적중했습니다.

우승 상금 3만 달러의 무게... "과거의 영광에 취했다면 불가능했을 결과"

이정은이 이번 우승으로 받은 상금은 3만 달러(약 4500만 원)입니다. 2019년 US여자오픈 우승 당시 받았던 100만 달러(약 13억 원)의 30분의 1 수준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우승 직후 축하 파티도 미룬 채 17일 열리는 정규 투어 '포티넷 파운더스컵' 월요 예선에 출전하기 위해 공항으로 달려갔습니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큽니다. 과거의 명성에 갇혀 있었다면 2부 투어의 적은 상금과 월요 예선이라는 가혹한 일정을 견디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이정은은 자존심을 내려놓고 다시 '신인'의 자세로 돌아갔습니다. 앤서니 김의 복귀와 이미향의 활약을 보며 긍정적인 자극을 받았다는 그녀의 말에서, 정규 투어 복귀를 향한 처절할 정도의 간절함이 느껴집니다.

엡손 투어 랭킹 1위 등극... 2027시즌 정규 투어 복귀는 시간문제?

이번 우승으로 이정은은 엡손 투어 랭킹 포인트 1위로 올라섰습니다. 시즌 종료 시 상위 15명에게 주어지는 1부 투어 복귀권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셈입니다.

전지원 역시 이번 대회에서 8언더파 맹타를 휘두르며 2위를 기록, 한국 선수들의 동반 강세를 이끌었습니다. 이정은이 이번 우승을 통해 "내가 해냈다"는 확신을 얻은 만큼, 남은 시즌 엡손 투어는 그녀의 독무대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핫식스의 뜨거운 엔진이 다시 예열을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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