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남자 축구 ‘배자르’ 배준호에 쏠리는 팬들의 기대감
촘촘한 밀집 수비를 쪼개는 빠르고 절묘한 드리블, 그곳밖에 없는 좁은 공간으로 찔러주는 송곳 패스, 수비수 여러 명을 달고 상대 진영을 흔들며 돌파하는 개인기, 전후좌우로 빠르게 움직이면서도 잃지 않은 볼 키핑력까지. 배준호(21·스토크시티) 플레이를 보면 벨기에 출신 ‘마법사’ 에당 아자르가 떠오른다.
배준호는 최근 두 차례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 경기에 출전해 어시스트 2개를 기록했다. 지난 14일 용인에서 열린 이라크전에 선발 출전해 전반 41분 오세훈(마치다) 선제골을 도왔다. 나흘 전인 10일 요르단 원정에서는 후반 교체로 투입돼 오현규(헹크)의 추가골을 어시스트했다.
배준호가 두 차례 A매치에서 뛴 포지션은 왼쪽 윙어다.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울버햄프턴)이 부상으로 빠진 포지션. 왼쪽 윙어는 배준호가 가장 좋아하는 자리며 아자르의 메인 포지션이다. 배준호는 손흥민·황희찬의 뒤를 이을, 어쩌면 이들이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다른 공격 루트가 필요할 때 쓰일 수 있는 슈퍼 조커임을 입증했다.
배준호는 요즘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플레이를 한다. 빠르고 화려하며 폭발적이면서도 세밀한 플레이는 감탄을 자아낸다. 손흥민은 오픈 공간에서 파괴력을 발휘한다. 황희찬은 강한 피지컬을 앞세워 골라인을 타고 돌파하는 게 장기다. 오른쪽 윙어 이강인은 페널티지역 근처에서 안정적으로 볼을 간수하면서 어시스트를 하거나 중거리 슈팅을 때린다. 배준호가 보여주는 플레이는 다른 공격수들과는 많이 다르다. 현재 한국대표팀에서 보기 힘든 재능과 기술을 가진 공격 요원이다.
배준호는 현재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스토크시티에서 주전으로 뛰고 있다. 배번은 팀의 중심, 전통적으로 플레이메이커를 의미하는 10번이다. 데뷔 시즌인 2023~20024시즌에는 리그 38경기에 출전해 2골을 넣었다. 이번 시즌에는 8경기를 소화했지만 아직 골은 없다. 배준호는 국내프로축구 대전 하나 시티즌 소속으로 2년 동안 27경기에 나서 3골을 넣었다. 스토크시티에서도 내향적 성격을 빨리 극복해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플레이한다면 많은 공격포인트를 올릴 수 있다. 지난 9월 한 스토크시티 팬도 SNS에 “배준호는 챔피언십의 아자르”라며 “골이나 어시스트(G+A) 수는 많지 않지만 성공적인 드리블 수가 압도적이다. 드리블 성공 횟수는 리그 상위권”이라고 칭찬했다.
배준호는 대표팀에서 다른 어린 선수들과 함께 에너지를 불어넣었다. 화려한 플레이에 매료된 팬들은 벌써부터 배준호와 아자르를 합해 ‘배자르’라고 부르고 있다. 배준호는 이라크전이 끝난 뒤 “이전과 달리 많은 경기 시간을 소화했고, 막강한 팀을 상대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격적인 위치에 있는 선수에게 공격 포인트를 쌓는 건 자신감을 갖는 데 도움이 된다”면서 “소속팀에 돌아가서도 자신감을 갖고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뻐했다.
A매치 경력은 이제 4경기 출전에 1골(2어시스트)이다. 배준호는 “좀 더 적극적으로 돌파하거나 볼을 많이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공을 가지고 있을 때 더 좋은 플레이를 더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오는 11월 14일과 19일 쿠웨이트, 팔레스타인 원정 경기를 치른다. 앞으로 한 달 후 배준호는 어떤 테크닉을 보여줄까. 손흥민·황희찬·이강인과 함께 대표팀 공격력을 업그레이드할 새로운 스타 탄생에 팬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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