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활성화, 더는 미룰 수 없다
소비자 인식 변화가 함께 어우러져야 효과
(시사저널=김상훈 창업통TV 대표)
골목상권 살리기가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요즘 정부와 주요 지자체마다 골목상권 살리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는 지난 몇 해 동안 '상권 르네상스' 사업이라는 타이틀로 전국의 골목상권 활성화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2018년부터 올해까지 전국 29개 상권을 대상으로 이 사업을 진행해 왔다. 올 하반기부터는 '상권 활성화' 사업이라는 타이틀로 전국에서 8개 상권을 선정해 지역상권 살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중기부의 상권 활성화 지역으로 선정되면 5년간 60억원에서 최대 120억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고 한다.
서울시에서도 상권 활성화 정책은 초미의 관심이다. 상권 활성화 부서가 생기는가 하면, 기존의 '생활상권' 추진 프로젝트와 함께 최근엔 '로컬브랜드 활성화'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 중이다. 서울시는 로컬브랜드 활성화 지역 5개 상권을 이미 선정하고, 향후 3년간 30억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서울시 상권 활성화 정책의 골자는 특색 있는 골목상권 만들기다. '로컬 크리에이터'라는 청년 창업자를 해당 상권에 투입해 창업시키는 것은 물론 골목상권의 명물가게를 브랜드화하고 육성해 소비자들이 머무르고 싶은 지역상권을 만들어가겠다는 의도다. 서울 관악구 같은 지자체에서는 지역상권 내 명물가게를 만들기 위한 개별점포 경영개선 사업 및 마케팅 지원 프로그램도 가동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이런 노력이 상권 활성화를 넘어 자영업 활성화 효과로 이어졌으면 좋겠다.
작은 가게 사장이 로망이던 시절 지나가
그렇다면 우리 동네 골목상권이 침체된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199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골목상권 소상공인들은 큰 문제가 없었다. '할 것 없으면 식당이나 하지 뭐~' 이런 얘기가 나돌 정도였다. '사장님 신드롬'도 유행했다. 어느 다방에 가서 '김 사장님, 박 사장님' 하고 부르면 여러 사람이 쳐다본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자영업에 종사하는 작은 가게 사장이 로망이 됐던 시절이었다.
요즘 외식시장은 경쟁 과열의 대표적인 곳이 됐다. 1990년대 초 우리나라 음식점 수는 36만 개 정도였다. 30년이 지난 2022년 현재 우리나라 음식점 수는 70만 개에 달한다. 인구 71명당 1개 음식점이 영업하고 있는 형국이다. 1993년엔 이마트 1호점이 서울 노원구 창동에 처음 오픈했다. '원스톱 쇼핑'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마트나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는 급기야 전국에 500개까지 출점했다. 최근엔 대형마트의 경쟁 심화로 현재는 400개 정도가 영업 중인 것으로 보인다.
그뿐만이 아니다. 축구장 70배 크기의 매머드급 복합쇼핑몰 스타필드를 시작으로 롯데몰 등 초대형 쇼핑몰도 곳곳에 선을 보이고 있다. 이뿐이랴. 요즘 소상공인 시장의 가장 큰 위협 상대는 홈쇼핑 채널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집에서 리모컨만 누르면 24시간 구매 가능한 홈쇼핑 채널 수는 무려 17개에 달한다. 먹거리와 놀거리, 살거리, 즐길거리를 가장 저렴하게 판매하는 판매 루트로 각광받고 있다. 또 있다.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사이트의 온라인 상인 수만도 40만 명에 달한다. 포털사이트의 겨우 쇼핑 매출이 압도적으로 많다. 1990년대 음식점 36만 개 시절에는 없었던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도 오프라인 음식점 등 작은 가게 수는 늘어만 갔다. 당연지사. 가게마다 매출이 줄고, 오프라인 골목상권은 갈수록 침체일로를 걷게 된 근본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는 고용 창출이라는 미명 아래 프랜차이즈 활성화 대책을 내걸기도 했다. 덕분에 함량 미달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자영업 공급과잉의 원인 중 하나다. 오프라인 상권 중에서 그나마 정부의 지원으로 명맥을 잇고 있는 곳은 전국에 1400개가 넘는 전통시장 상권이다. 이 중 80%는 지붕덮기 사업을 통해 쇼팽객의 편의성을 높이는 효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급기야 동네의 일반적인 골목상권에 대한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기에 이르렀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침체된 자영업 살리기라는 측면에서 의미는 있다. 전국의 동네상권, 골목상권은 자영업 시장의 터전이다. 이곳이 침체된다면 자칫 한국의 '실핏줄 경제'인 자영업 시장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자영업 살리기와 골목상권 활성화는 같은 축을 이루고 있다. 자영업의 위기는 내수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550만 명 소상공인의 위기로 귀결될 수 있다. 소상공인 경제는 우리나라 풀뿌리 경제의 근간이다. 때문에 좀 더 근본적인 골목상권 살리기 방안을 고민할 시점이라고 판단된다. 먼저 소상공인 시장과 골목상권이 어려워진 것은 누가 뭐래도 자본주의 시장논리만을 앞세운 대기업과 대형 자본의 영향이 크다. 소상공인 시장 관점에서 본다면 거대 자본과 대기업들이 무분별하게 소상공인 골목상권을 침탈한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와 지자체 노력만으론 한계
거대 자본들의 무분별한 골목상권 침탈에 대한 세밀한 규제책이 발동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골목상권 깊숙이 들어온 대형마트, 복합쇼핑몰, SSM(슈퍼슈퍼마켓)은 물론 온라인 시장의 급팽창과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편의성만을 앞세운 온라인 시장, 홈쇼핑 시장의 급팽창이 동네상권, 골목상권 침체의 첫 번째 원인임은 결코 부인할 수 없다는 얘기다. 물론 소비자를 탓할 수는 없는 문제다. 하지만 소비자들도 자영업의 근간을 이루는 골목상권 살리기에 대한 인식은 같이해야 한다고 본다. 대국민 캠페인이라도 벌여야 한다. 자영업 살리기의 전제조건이다.
골목상권 자체의 자생력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 죽어있는 상권과 살아있는 상권의 가장 큰 차이는 활력 포인트다. 골목상권 살리기의 핵심은 오프라인 수요층의 유입을 늘리는 일이다. 외부 수요층을 유입시키기 위한 첫 번째는 상권의 주인공인 개별 매장들이 유려하게 빛나야 한다. 동네상권 명물가게도 많이 탄생해야 한다. 그 동네, 그 골목에 가면 그 가게를 찾아가는 소비자가 늘어날 때 그 가게는 명물가게로 터잡게 된다. 엔데믹 시대 국내 자영업 시장에서는 또 한 번의 판도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만으로는 골목상권 활성화를 꾀하는 데 한계가 있다. 개별 점포들의 변신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소비자들도 인식을 같이해야 한다. 작은 가게도 살고, 골목상권도 살고, 동네상권 활성화로 이어지면서 자영업 시장의 근간을 지켜나가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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