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2030] 대만여행으로 알게 된 한국관광의 민낯

3년 전 대만으로 ‘부자(父子) 여행’을 다녀온 남편과 아이는 아직도 가끔 그때 이야기를 하며 킥킥거린다. “버스 못 탈 뻔했는데, 친절한 분이 알려줘서 탔잖아.” “못 걸을 뻔했는데, 망고 빙수 먹고 살았지.”
30도에 육박하는 푹푹 찌는 더위, 여덟 살 남자아이를 웃으며 여행하게 만든 ‘친절함’과 ‘애플망고’가 궁금했다. 어린이날 연휴, 가족이 다 함께 타이베이로 여행을 갔다. 숙소에 짐을 풀고 가장 먼저 한 일은 현지 과일 가게에 가는 것. 애플망고는 물론이고 석가·파파야 등 총천연색 열대 과일이 좌판대 위에 도열해 있었다. 살림 잘하는 주부인 척 이것저것 골라 올려 놓으니, 주인이 대뜸 “한국에 언제 돌아가느냐”고 묻는다. “내일모레”라고 하자 고른 과일들을 몽땅 반려하더니, 맨들맨들한 애플망고 대신 표면이 끈적끈적한 망고를 집어 들었다. “그럼 이걸 사야 해요.” 혹시 관광객에게 재고 떨이용 과일을 판 게 아닌가 싶어, 숙소에 가자마자 망고 배를 갈랐다. 나의 때 탄 마음을 비웃기라도 하듯, 망고는 영롱한 주홍빛 자태를 뽐내며 최고의 당도로 익어 있었다.
짧은 여행 기간에 낯선 대만 사람들에게 두 번 휴지를 건네받았다. 남자아이들은 뭐든 잘 쏟는다. 매장 직원에게 휴지를 달라고 요청하거나 카운터에서 직접 휴지를 가져오기도 전에, 옆자리 사람들이 먼저 일어나 휴지 뭉치를 내밀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선 승객들이 손잡이를 잡기 어려운 아이에게 자주 자리를 양보했다. 국립 고궁박물원 안내원은 특정 유물의 위치를 물어보자, 2개 전시실을 함께 이동하며 위치를 안내해줬다. 아이 머릿속에 왜 대만이 ‘친절한 나라’ ‘또 오고 싶은 나라’로 각인됐는지 알 수 있는 순간들이었다.
얼마 전 서울 광장시장에서는 외국인에게 ‘물값’으로 2000원을 받는 일이 있었다. “한국(식당)에서 물 파는 건 처음”이라고 당황해하는 외국인에게, 물을 판 상인은 “(여기는) 외국인이 많아서 그렇다”고 했다. 물이 유료인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 무서운 건 “외국인이라서 다르게 대한다”는 인식이 그들 사이에 퍼지는 것이다. 지난 1월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인천공항 2터미널역으로 가달라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택시 기사는 “눈이 오니 5만원은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동 거리는 약 7.8㎞. 원래라면 요금은 1만원도 나오지 않는다. 지난 4일엔 한국을 찾은 일본 신인 걸그룹이 승차를 거부당하는 장면이 촬영 중인 유튜브에 고스란히 찍혔다. 여행산업 전문 민간연구센터인 야놀자리서치가 얼마 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부정적인 감정을 경험한 부분은 ‘태도·환대’였다.

정부는 2027년까지 K컬처 등 한류 열풍을 기반으로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을 3000만명으로 늘리겠다고 한다. K콘텐츠를 보고 한 번은 한국에 가보고 싶단 마음을 먹을 수 있다. 그렇지만 승차 거부와 바가지 요금이 횡행하는 나라에 또 가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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