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엔 양보없고 후배엔 情 내주는… 외강내유형 덕장[Leadership]

정충신 기자 2024. 10. 1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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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adership - 김용현 국방부 장관
야전부대 잔뼈굵은 ‘강골’
‘창 베고 적 기다린다’ 자세로
매일 지휘관실서 자던 일벌레
합참 등서 작전분야 요직 거쳐
압도적 자강력 강조 원칙론자
책임감 강한 ‘소통론자’
수방사 경비단장 취임 당시엔
이전 요구 주민들 만나서 설득
제설작업 등 도와 마음 얻기도
軍내 갈등관리 모범 사례 언급
김용현 국방부 장관이 지난 4일 경기 평택시 한미연합사령부를 방문해 이동하는 모습. 김 장관은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적에게 자비는 없다”며 북한 도발에 대한 한·미 동맹의 압도적 대응을 다짐했다. 연합뉴스

지난 8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밤늦게까지 이어진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장.

초대 대통령 경호처장에 이어 국방부 수장에 오른 김용현 장관에 대한 파상공세가 지칠 줄 모르고 이어졌다.

야당 의원들은 김 장관을 ‘계엄령 주모자’와 ‘충암파 거두’로 몰아갔다. 통상 야당 공세에 수세적 태도를 취하는 장관들과 달리

김 장관은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김 장관은 야당이 제기한 계엄설에 “동의하지 않는다” “거짓·정치 선동에 불과하다”

“용납할 수 없다”며 맞섰다. 특유의 짧고 단호한 말투가 그의 대답에 힘을 실었다.

국감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살기등등해졌다.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 장관을 박정희 정부 실세였던 차지철 대통령경호실장에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김 장관과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이 충암고 선후배 사이인 점을 들어 “충암고 기운이 넘친다”며 “장관께서 여 사령관 비호하는 것을 보면 전두환·차지철 같아서 아주 좋다”고 말했다. 차지철 경호실장은 박정희 대통령 집권 때인 1970년대 후반 권력 전횡을 일삼다 10·26 때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총을 맞고 숨진 인물이다. 김 장관도 지지 않고 “감사합니다” “저는 그 발가락에도 못 따라간다”고 응수했다.

야당 의원들이 ‘계엄령 준비설’ 관련 질의에 항의한 여 사령관 답변 태도를 문제 삼자 김 장관은 “군복을 입고 할 말 안 하고 가만히 있으면 더 병신이라고 생각한다”고 맞받아쳤다. 추미애 민주당 의원 요구에 사과하긴 했지만 윽박과 수긍으로 이어지는 여느 국감장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국가 안보엔 양보 없는 원칙론자 = 김 장관은 국가의 안보와 관련한 일이라면 조금도 굽히지 않는 원칙론자로 유명하다. 그는 인사청문회에서 군은 △국가 방위 △자유 민주주의 수호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에 전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이 이를 위한 군의 자세로 강조한 것이 철저한 정신 무장과 대비 태세다. 1군사령부 작전처장,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장, 합참 작전본부장 등 작전분야 요직을 거치면서 잠시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 자세를 역설해왔다. 김 장관은 17사단장으로 근무할 당시 사단 내의 모든 지휘관 집무실에 ‘침과대적(枕戈待敵·창을 베고 잠을 자면서도 적을 기다린다)’ 네 글자를 걸어놓았다고 한다.

김 장관은 2013년 3월 합참 작전부장 재직 시 ‘정전협정 백지화 선언’ 등 대남 도발이 최고조에 달하자 북한 최고사령부의 성명에 대해 “북한이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도발을 감행한다면 우리 군은 도발 원점과 도발 지원세력은 물론 그 지휘세력까지 강력하고 단호하게 응징할 것”이라는 강력한 경고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4일에는 경기 평택 한미연합사령부를 방문해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적에게 자비는 없다. 적 도발 시 도발 원점 및 지원·지휘세력까지 압도적으로 응징해야 한다.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기도하는 경우 핵 투발체계를 무력화하고 북한 정권을 끝장낼 것”을 지시했다. 역대 국방부 장관 중 가장 강경한 대북 메시지였다.

장관 이전에도 그의 강경 메시지는 여러 차례 이어졌다. 2016년 2월 7일 합참 작전본부장 시절 북한 장거리 미사일 도발 대책과 관련해 키리졸브/독수리훈련(KR/FE)을 최대 규모로 실시하고, 미국 전략자산 전개 및 시위, 대북 확성기 방송 추가 운용 등 대책과 함께 선제적·공세적인 대응으로 북 도발을 억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회와 여당 최고위원회에 “북한이 도발하면 단호히 응징하겠다”고 보고했다. 2016년 3월 26일 북한의 ‘최후통첩’ 보도에 대해선 합참 작전본부장 명의로 “저급한 언동을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는 대북 메시지를 발표했다.

김 장관의 엄격함은 윤석열 정부 초대 경호처장을 맡으면서 더욱 도드라졌다. 국가 지휘부와 군 지휘부를 동시에 이전해야 하는 대통령실의 국방부 신청사 이전 작업은 시작부터 엄청난 반대에 부딪혔다. 수개월 간의 짧은 시간 안에 추진하면서도 한 치의 실수나 빈틈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청와대이전TF 팀장으로 재직할 때부터 종이 보고서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현장을 살피는 꼼꼼함으로 유명했다. 타 부처와의 소통에 막히는 일이 생기면 직접 전화기를 들었다. 그렇게 군사작전처럼 대통령실 용산 이전 작업을 치러냈다. 김 장관이 ‘윤석열 정부 실세’ ‘대통령 최측근’이라고 불리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다.

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적과 싸워 반드시 이겨야 하지만 전쟁을 억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압도적인 힘(능력과 태세, 의지)을 갖춰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압도적인 힘을 갖추기 위해 실전과 같은 훈련, 내 몸의 일부처럼 전투 장비 숙달, 적개심에 불타는 전사가 되도록 대적관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8일 국감장에서 북한의 오물 풍선 근절 근본 해법을 묻는 질문에 “국방위원들이 중심이 돼서 300명의 의원들이 한목소리로 저급하고 국제적으로 망신스러운 북한의 오물 풍선을 규탄하고 단호한 응징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김 장관은 “압도적인 힘에 의한 억제 노력에도 적이 도발한다면 최단 시간 내 전쟁을 승리로 종결해 우리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우리 군의 전략목표는 북한 동포가 아니라 김정은 한 명에게 모든 것이 맞춰져 있다”고 밝혔다.

◇후배들에겐 정 많은 선배… 외강내유형 = 군의 작전통으로 잔뼈가 굵은 김 장관은 전형적인 ‘외강내유(外剛內柔)형’ 인사로 꼽힌다. 군 관계자는 “할 말은 하면서도 진심을 다해 소통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후배들 사이에선 정 많은 선배로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김 장관의 한 후배는 “우연히 지나가다 아는 후배를 만나도 그냥 지나치는 일이 없고 지갑을 통째로 내주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그는 “야전부대에서는 매일 지휘관실 야전침대에서 잠자는 일벌레였지만, 후배에겐 절대로 무리한 지시를 하지 않아 인기가 많았다”고 했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김 장관이 책임감은 물론, 항상 작전 및 대북관계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는 사람이라 군 내에서 따르는 사람이 많았다”고 했다.

김 장관의 적극적인 소통이 부대 인근 주민들에게 좋은 평가를 얻은 사례도 있었다. 김 장관은 2005년 수도방위사령부 경비단 인근 주민들이 주거환경 악화를 이유로 부대 이전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경비단장으로 취임하게 됐다. 취임 후 그는 주민들을 직접 만나 설득하면서 휑한 아파트 옹벽에 벽화를 그리기도 하고, 눈이 내리면 아파트 진입로의 제설작업을 직접 챙겼다. 이러한 노력으로 주민들의 민원은 크게 줄었고, 군 내부에서 갈등관리의 모범적인 사례로 교육에 활용되기도 했다.

17사단장 시절엔 인천시장과 주민들을 설득해 즉각조치사격을 재개했으며, 영종도 해안에 전차를 배치한 일화도 있다. 17사단장으로 부임 후 김 장관은 우리 군이 해안경계작전 부대에서 가장 중요한 즉각조치사격을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주변에 도심이 발달해 있고 관광지가 많아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친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김 장관은 인천시장과 주민들을 직접 찾아다니면서 “총소리가 시끄럽다고 민원을 내지 말고, 왜 훈련을 하지 않느냐고 민원을 내달라. 그래야 인천이 안전하다”고 설득하고 다녔다. 이후 17사단의 해안 즉각조치사격은 지금까지 이상 없이 이어져 오고 있다.

김 장관은 후배들을 평가할 때 그 지위가 낮더라도 성과가 우수하면 언제든 손을 들어줬다. 9사단에 근무하던 시절 통상 중령급 지휘관 부대가 부대평가에서 최우수부대로 선발되던 당시 관행을 깨고, 소령이 지휘하는 부대를 최우수부대로 추천한 일이 있다. 주변 항의와 압박에도 그는 “원칙과 규정대로 평가한 결과”라고 밀어붙였고, 결국 김 장관이 추천한 부대가 그해 사단 최우수부대로 선정됐다.

김 장관은 장관 후보자 지명 직후 소감을 묻는 질문에 “장병 사기·복지, 특히 간부 복무여건과 처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군 복무가 보람되고 자랑스럽고 선망의 대상이 되도록 만들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윤석열 대통령 후보 대선캠프에서 국방안보정책 구상을 맡았던 김 장관은 장병 복지 개선을 위해 병사 월급 200만 원 이상 보장, 군 복무경력 인정 법제화, 현역병 국민연금 가입 기간 확대, 민간주택 및 공공 임대주택 청약 가산점 부여 등을 제시한 바 있다.

50만 장병들, 특히 초급간부·중견간부의 복무여건 개선, 처우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그는 “강한 군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첨단무기 확보도 중요하고, 우방국과의 군사협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장병들의 사기”라고 밝혔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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