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독주 막아라…요동치는 AI 반도체 시장
AI칩 강자 엔비디아 어닝 서프라이즈…바빠진 글로벌 빅테크
파운드리 경쟁 격화…TSMC·삼성 양강 구도에 인텔 도전장
워치인더스토리는 매주 토요일, 한 주간 있었던 기업들의 주요 이슈를 깊고, 쉽고, 재미있게 파헤쳐 보는 코너입니다. 인더스트리(산업)에 스토리(이야기)를 입혀 해당 이슈 뒤에 감춰진 이야기들과 기업들의 속내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다시 한번 요동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반도체 위탁생산, 즉 파운드리 업계 경쟁이 눈에 띄게 격화하는 분위기인데요. AI 산업이 빠르게 확대하면서 이에 필요한 반도체 생산 기술과 수급의 중요성이 부각한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이에 따라 기존 파운드리 강자 TSMC와 이를 뒤쫓는 삼성전자의 발걸음이 바빠지고 있는데요. 여기에 더해 지난 2021년 파운드리 업계에 복귀한 인텔까지 가세하면서 그야말로 치열한 생존 경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칩 개발과 생산을 추진하면서 전체 반도체 업계에서 합종연횡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됩니다. 얼마 전 국내에 오픈AI의 샘 알트만이 방문한 데 이어 이달 말에는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가 방문하는 것도 이런 이유로 풀이되죠.
그간 반도체 시장에서는 경쟁에서 뒤처진 수많은 기업들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에도 산업의 지도가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AI가 불러일으킨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변화 속에서 어떤 기업이 살아남아 주도권을 잡게 될지 관심이 쏠립니다.
엔비디아, 어닝 서프라이즈…불안한 빅테크
최근 미국에서는 AI 반도체의 절대 강자인 엔비디아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습니다. 엔비디아는 회계연도 4분기(11~1월) 매출 221억달러(약 29조 4000억원)를 기록하면서 전년보다 265% 급증했고요. 총이익은 122억 9000만달러(약 16조 3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769% 늘었습니다.
엔비디아의 매출 증가는 H100 등 서버용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판매 호조에 따른 것으로 분석됩니다. 생성형 AI 서비스 등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학습·추론 작업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든 고사양 반도체가 필수입니다. 지금으로서는 이런 수요를 만족하는 AI 반도체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유일하다시피 합니다. 실제 엔비디아가 전체 AI칩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80% 이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엔비디아의 호실적으로 미국 주식시장이 뜨겁게 달궈지기도 했는데요. 엔비디아의 주가가 폭등한 것은 물론 뉴욕증권거래소 다우지수(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S&P500 지수가 나란히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그야말로 엔비디아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이런 엔비디아의 독주가 반도체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AI칩을 사용해 자사의 서비스를 만들어야 하는 빅테크 입장에서는 엔비디아의 반도체에만 의존해야 하는 구도가 반갑지 않습니다. GPU 1대의 가격이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데다 엔비디아의 공급 속도가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오픈AI·메타 등 자체 AI칩 개발 추진 '촉각'
이에 따라 빅테크들이 직접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자체 칩을 만들어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인데요. 업계에서는 이런 움직임을 탈(脫)엔비디아, 혹은 반(反)엔비디아로 부르기도 합니다.
반 엔비디아 진영의 핵심은 바로 챗GPT를 개발한 오픈AI로 여겨집니다. 오픈AI의 최고경영자(CEO)인 샘 올트먼은 자사 인공지능 개발에 쓸 반도체를 직접 조달하기 위해 7조 달러 펀딩을 유치한다는 설이 알려지면서 반도체 업계가 들썩인 바 있습니다.
이후 올트먼은 이와 관련해 "누구라도 아무 기사를 쓸 수 있다"며 이런 소문을 부인하긴 했습니다. 다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전 세계의 투자가 필요하다"며 AI칩의 자체 개발을 위한 투자의 필요성에 대해 재차 강조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역시 AI칩 생태계 구축을 위해 1000억 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소프트뱅크는 반도체 설계자산(IP) 기업인 Arm을 보유한 만큼 AI 반도체 생산에 뛰어들 경우 경쟁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런 움직임은 올트먼이 지난달 한국을 방문하면서 국내에서도 크게 주목을 받았습니다. 올트먼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고위 경영진과 연이어 회동을 가졌습니다. 여기에 더해 이달 말에는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가 방한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저커버그는 AI 관련 인프라 확축 등을 위해 엔비디아의 GPU 35만개를 비롯해 총 60만개의 AI칩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흐름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빅테크와 기존 반도체 기업들의 합종연횡이 곳곳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수정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최대 리스크는 업계 경쟁자보다는 고객인 빅테크 기업의 칩 내재화"라며 "아마존, 구글, 애플, 메타, 테슬라 모두 자체 칩 개발에 착수했고, 올트먼의 행보도 같은 방향"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향후 AI 산업 고도화에 따라 다품종 소량 생산과 개별 제품 솔루션에 맞는 칩이 대세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습니다.
'AI칩 생산' 파운드리 주목…양강구도에 인텔 도전장
자체 AI반도체 생산을 구축을 위해서는 AI칩 공정 기술을 가진 파운드리 업체와의 협력이 불가피합니다. 이에 따라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역시 들썩이는 분위기입니다. 세계 파운드리 부문의 절대강자는 대만의 TSMC인데요. 지난해 3분기 기준 TSMC의 점유율은 57.9%에 이릅니다. 우리나라의 삼성전자가 12.4%의 점유율로 뒤를 쫓으면서 양강 구도를 만들고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 인텔이 도전장을 내밀었는데요. 인텔은 지난 21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인텔파운드리서비스(IFS) 다이렉트 커넥트 2024' 행사를 열고 마이크로소프트(MS)로부터 1.8나노급 반도체를 수주했다고 밝혔습니다. 인텔의 경우 지난 2021년에 파운드리 사업에 재도전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는데요. 이제 파운드리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IP기업 1위인 Arm과의 협력 관계를 강화한다고 밝혔습니다. Arm의 차세대 시스템온칩(SoC) IP를 삼성전자의 최첨단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공정에 최적화한다는 건데요. GAA는 삼성전자가 지난 2022년 6월 세계 최초로 3나노 공정에 도입한 기술입니다. AI 반도체에 최적화된 공정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간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때마다 일부 기업이 도태해 생태계에서 떠나야만 했던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인텔 역시 지난 2018년 기술력 부족 등으로 파운드리 사업에서 철수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이제 AI 시대를 맞아 반도체 업계에서 다시 새로운 경쟁이 펼쳐지는 분위기인데요. 과연 이번에는 어떤 업체들이 살아남아 주도권을 쥘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나원식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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