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키오는 금화 네 닢을 땅에 묻었습니다. 돈나무가 자란다는 여우와 고양이의 말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돌아와 보니 나무도, 금화도 없었습니다. 두 사기꾼이 돈을 가져갔다는 말을 듣고 판사에게 달려갔는데, 감옥에 들어간 쪽은 피노키오였습니다.
피해자의 말을 끝까지 들은 판사가 피해자를 감옥으로 보냅니다.

돈을 잃기 전부터 이상했던 도시
카를로 콜로디의 『피노키오의 모험』 18~19장입니다. 나무 인형 피노키오는 아버지 제페토에게 가던 길에 여우와 고양이를 다시 만납니다. 둘은 마법의 밭이 곧 닫힌다며 서두르게 합니다. 지금 놓치면 기회가 사라진다는 말에 피노키오는 따라나섭니다.
길목의 도시는 처음부터 기묘합니다. 털을 깎인 양들은 추위에 떨고, 날개를 팔아버린 나비들은 날지 못합니다. 반면 여우와 까치 같은 동물들은 번듯한 마차에 앉아 있습니다. 누군가는 가진 것을 잃었고, 누군가는 풍족합니다. 피노키오가 앞으로 겪을 일이 도시 풍경에 먼저 펼쳐진 듯합니다.

그런데 피노키오는 그 풍경보다 자기 돈이 불어날 미래를 바라봅니다. 금화를 심고 신발에 물을 담아 땅에 붓습니다. 돌아오는 길에는 궁전과 장난감, 과자로 가득한 책장을 상상합니다. 독자는 수상한 제안을 보고 있지만, 피노키오는 이미 그 제안이 이뤄진 뒤의 생활 속에 들어가 있습니다.
안경에는 알이 없고 판결에는 앞뒤가 없다
빈 밭에서 만난 앵무새가 여우와 고양이의 짓을 알려줍니다. 피노키오는 그래도 믿기 어려워 땅을 더 파봅니다. 끝내 금화가 나오지 않자 법정으로 달려갑니다. 도둑의 모습과 이름을 자세히 설명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남아 있는 셈입니다.

판사는 흰 수염이 난 늙은 고릴라입니다. 금테 안경을 썼지만 알은 없습니다. 피노키오의 말을 다 듣고 몹시 가엾게 여기는 모습까지 보입니다. 여기까지 읽으면 이제 도둑을 잡으라는 명령이 나올 것 같습니다. 그런데 판사가 부른 것은 피노키오를 끌고 갈 경비병입니다.
“이 불쌍한 녀석은 금화 네 닢을 도둑맞았다. 그러니 붙잡아 당장 감옥에 넣어라.”
19장 판사의 말을 이탈리아어 원문에서 직접 옮겼습니다.도둑맞았다는 사실이 풀어줘야 할 이유가 아니라 가둬야 할 이유로 뒤집힙니다. 안경이 눈앞에 있어도 보는 데 도움이 되지 않듯, 법정의 겉모습이 갖춰져 있어도 판단은 엉뚱한 곳을 향합니다. 이 장면을 그렇게 읽으면 웃음 뒤에 서늘함이 남습니다.
나가려면 자신도 악당이라고 말해야 했다
이 뒤집힘은 석방 장면까지 이어집니다. 넉 달이 지난 뒤 황제의 승리를 기념해 악당들을 풀어준다는 명령이 내려옵니다. 피노키오도 나가려 하지만 간수는 그가 그런 부류가 아니라며 막습니다. 그러자 피노키오는 자신도 악당이라고 말하고서야 감옥 밖으로 나갑니다.
이 대목을 단순히 욕심내다 벌받은 이야기로만 묶으면, 도둑 대신 피해자를 가둔 판사의 이상함이 흐려집니다. 피노키오가 성급히 믿은 것과 법정이 그를 부당하게 대한 것은 함께 살펴야 할 서로 다른 문제입니다. 실수했다고 해서 도움받을 자격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누군가 곤란한 일을 털어놓을 때 우리도 왜 그렇게 했느냐는 말부터 꺼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장면은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지금 도움을 청하러 온 사람이 누구인지 보게 합니다. 피노키오가 다시 문을 두드린다면 우리는 어떤 말부터 건네고 싶나요?
출처: 콜로디 『피노키오의 모험』 18~19장·1892년 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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