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행정은 가욋일"…도전 어려운 조직, 젊은 인재 수용 어렵다
[편집자주] 한때 공직 생활을 하는 것이 큰 영예였다. 공무원은 벼슬이었다. 지금은 아니다. 공무원 하겠다는 학생들이 없다. 현직자들도 민간 이직을 꿈꾼다. 최근까지 여전히 살아있던 '관존민비'라는 전근대 가치관이 이제야 붕괴되는 것이다. 갑작스런 변화에 부정적인 면도 없지 않다. 공공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면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간다. 패러다임의 변화를 마주한 현시대를 기록한다.

자신의 개인 시간을 쪼개면서까지 업무를 보는 공무원들이 있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큰 성과까지 낸다. 이들을 움직인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지난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적극행정 유공 포상 수여식에서 훈장 등을 받은 공무원 3명에게 물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경직된 공직 문화 속에서 도전적인 일을 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적극행정을 가욋일로 치부하는 공무원들이 여전히 많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보수적인 문화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 공직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지고 있는 최근, 젊고 유능한 인재를 공직 사회로 유치하기 위해서는 성과를 낸 만큼 보상받을 수 있는 합리적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7년 태안 원유 유출 사고 극복 기록을 '유네스코 세계 기록 유산'에 등재시킨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은 이경석 충남도청 사무관(48)은 낮에는 본래 업무를 하고 퇴근시간 이후에야 세계기록유산 등재 관련 업무를 해야 했다고 한다. 지난해 2월 등재 신청부터 등재까지 약 9개월동안 동료들은 "성공하기 어렵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안 될 거란 자조적인 얘기 속에서 도전하고 성과를 내니 성취감이 남달랐다"며 "태안 기록이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을 때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어 "공직을 준비하는 사람들, 현직 공직자들이 공무원 조직은 돈을 벌어 성과를 내는 사기업과 다르다는 점을 알았으면 좋겠다"며 "적극행정 우수 사례를 포상하는 것처럼 일 잘하는 공무원을 칭찬하고 자존감을 세워주면 사명감으로 일할 사람들도 더 많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금전적 보상과 함께 사명감을 고취시키는 방안을 찾는 것이 먼저라는 것이다.

'녹조 근정훈장'을 수상한 조해진 울산광역시청 특별기동징수팀장(52·사무관)은 지방자치단체로는 최초로 탈세한 민간 기업에서 지방세를 받아낸 공로를 인정받았다. 2014년 경유를 수입·판매하면서 수입 유류에 부과하는 주행세 100억원을 탈세한 모 증권사와 9년간의 재판 끝에 일궈낸 성과다.
조 사무관은 당시를 회상하며 "담당업무가 아니었기에 주간에는 본연의 업무를 해야 했다"며 "야간이나 주말을 이용해 검찰청을 오가며 일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 과정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상당히 힘들었다"며 "당시로 돌아간다면 다시 그런 일을 할 수 있을지 솔직히 엄두가 안 난다"고 밝혔다.
조 사무관은 또 "금전적인 보상은 사기업 만큼은 아니지만 일부 존재하고 공무원이 금전적 보상을 목적으로 업무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본다"며 "일을 잘 하는 사람한테는 상을 주고 독려하는 문화가 자리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 최초로 우회전 차량에 횡단보도 보행자를 경고하는 시스템을 개발한 김성대 경기 과천시청 교통과 교통개선팀 주무관(46)은 예산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성과를 낸 경우다.
김 주무관의 '우회전 차량 보행자 경고시스템'은 지난해 12월 과천시가 특허 등록을 마쳤다. 김 주무관의 개발품이 나오기 전까지 우회전 도로에서는 보행자에게만 주의 경고를 했다. 차량에 보행자가 있음을 경고하는 장치는 김 주무관이 최초로 개발해냈다.
김 주무관은 "비예산으로 추진됐고 시범 사업이 결정될 때까지 혼자 업무를 해야하는 여건이었다"며 "우회전 사망사고를 줄여야겠다는 목표가 없었다면 해낼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기가 추진했던 일에서 성과를 내고 그 성과로 인해 보상을 받아 만족감과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조직이었으면 한다"며 "젊은 구직자들에게 공무원 조직도 자기계발을 이룰 수 있는 조직이라는 걸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김도균 기자 dk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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