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위 파행···민주당 ‘역사를 팔아’ 피켓에 국민의힘 불참
17일 오전 열리기로 돼 있던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가 파행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한·일정상회담을 비판하는 구호를 붙이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에 항의하며 회의장에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날 회의는 전날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에 대한 국방부의 업무보고를 들으려 마련된 자리였다. 민주당 의원들은 각 자리에 놓인 노트북 뒷면에 태극기와 함께 ‘역사를 팔아서 미래를 살 수는 없습니다’라는 구호를 붙였다. 윤 대통령이 전날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과거사에 대한 사과를 받지 못한 채 강제징용에 대한 제3자 변제안, 구상권 포기만 약속한 점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 의원들이 정치 구호를 붙였다며 항의의 의미로 회의장에 들어오지 않았다. 국민의힘 소속 한기호 위원장은 “작년에도 국감에 피켓 때문에 상당 기간 진행하지 못한 과거가 있다”며 “(민주당이) 원인 제공을 했다. 피켓을 제거하면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은 “표현의 자유가 있는데 이거 붙여놔서 안들어온다는 것은 지나친 태도”(설훈 의원)라고 맞섰다. 설 의원은 “우리 당의 공식적 입장인데 그걸 붙였다고 회의를 못하겠다면 국회의원으로서 의무를 포기한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이 “지금 충분히 10분이 경과했는데 언론이 다 취재했다. 목적은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야당 의원들의 피켓 제거를 독려했지만, 윤후덕 민주당 의원은 “10분동안 언론에 뭐 했다 이런식의 얘기는 저에 대한 모욕”이라고 대응했다. 이후 윤 의원이 사과를 요구하고 한 위원장이 “사과 못한다”고 버티면서 도리어 갈등이 커졌다.
결국 20분도 안돼 한 위원장이 퇴장하며 오전 회의가 파행했다. 민주당은 회의 개의 권한을 민주당 간사에게 위임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한 위원장은 거부했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국방위원장실 밖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때까지 한 번도 (피켓을) 붙여놓고 회의한 적 없다”며 “민주당이 뗄 수 없다고 하니 회의가 안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 국방위원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회의를 보이콧한 국민의힘을 규탄했다. 이들은 “애국심의 상징인 태극기를 거부하는 국민의힘의 주장에 어처구니가 없다”면서 “자랑스러운 우리 국기를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 내거는 것이 해서는 안 될 행위냐”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자존심과 영토를 지켜야 할 우리 군과 국방부는 너무나 안일한 자세로 일본을 대하고 있다. 우리 국방위원들은 이에 우리 정부의 입장을 듣고, 국민의 목소리를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국방위를 개의하고자 했던 것”이라면서 여당에 국방위 개의를 촉구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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