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임상 단계 연구… 섭취만으로 항암 효과 단정은 금물

해삼이 오랫동안 보양 식품으로 소비되어 온 가운데, 해삼에서 추출한 특정 다당류 성분이 암 전이 관련 효소를 억제할 수 있다는 실험실 수준의 연구 결과가 Glycobiology에 발표되면서 주목받고 있다.
다만 해삼을 먹는 것만으로 암세포 전이를 막거나 치료할 수 있다는 근거는 현재 어디에도 없다.
핵심은 해삼이라는 식품 자체가 아니라, 해삼에서만 발견되는 독특한 화학 구조에 있다. 해삼 유래 푸코실화 콘드로이틴 황산염이라는 다당류가 전 임상 연구에서 SULF-2 효소를 억제하는 기전을 보였으며, 이 점이 향후 신약 후보 물질 연구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해삼 유래 다당류, SULF-2 효소를 표적으로 삼다
해삼에는 황산화 콘드로이틴 골격에 푸코스 잔기가 결합된 푸코실화 콘드로이틴 황산염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 복합 다당류는 특정 해삼 종에서만 발견되는 독특한 구조다.
이 물질은 실험실 세포 실험과 분자 도킹 컴퓨터 모델링에서 SULF-2 효소의 활성 부위를 차단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SULF-2는 세포 표면의 헤파란 황산 등 글리칸에서 6-O 황산기를 제거하는 황산분해효소로, 성장인자·수용체 상호작용과 세포 부착·신호 전달에 관여하면서 암세포 성장 및 전이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가지 실험 방식에서 일관된 억제 경향이 확인됐다는 점이 연구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기존 억제제 대비 혈액 응고 영향 적어
이번 연구에서 주목할 또 다른 지점은 안전성 측면이다. 기존에 연구되던 일부 SULF-2 억제제는 혈액 응고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잠재적 부작용이 지적된 바 있다.
반면 해삼 유래 푸코실화 콘드로이틴 황산염은 실험 조건에서 혈액 응고 시간을 유의하게 변화시키지 않아 출혈 위험 증가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 있다는 결과가 보고되었다.
이 점이 기존 억제제와 비교한 잠재적 안전성 이점으로 제시되었으나,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안전성 데이터는 아직 없는 상태이며 장기 용량·부작용 프로필도 확립되지 않았다.

해양 생물, 신약 후보 물질 라이브러리로 확대
해삼을 포함한 해양 생물은 육상 척추동물에서는 보기 어려운 독특한 당·다당류·지질 구조를 생성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 같은 해양 유래 화합물이 암·염증 등 다양한 질환을 표적으로 하는 신약 후보 물질 라이브러리로 연구되고 있어, 해양 자원이 미래 의약 연구의 원료 풀로 확대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해삼 유래 다당류 역시 SULF-2를 표적으로 하는 전 임상 후보 물질 수준에서 탐색되고 있으며, 향후 추가 전 임상 연구와 임상 연구를 거쳐야 실제 약물화 가능성을 논의할 수 있는 초기 단계에 있다.

해삼 식품 섭취, 항암 식품으로 단정 금지
현재 연구는 해삼에서 추출·정제한 특정 성분이 실험실에서 효소를 억제하는 기전을 보인 것이지, 해삼을 식품으로 먹었을 때 사람에서 암 발생이나 전이가 줄어든다는 근거가 아니다.
해삼은 단백질과 일부 미네랄이 풍부한 저지방 해산물로 영양적 가치는 있지만, 암 예방이나 치료와 직접 연결되는 효능은 확립되지 않았다.
암 관련 영양 가이드라인은 특정 단일 식품보다 채소·과일·통곡물·콩류 등 식물성 식품 중심의 균형 잡힌 식단이 암 위험 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제시한다.
암 환자나 치료 중인 사람이 해삼을 포함한 특정 식품이나 보충제를 치료 목적으로 활용하려 할 경우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는 것이 권장된다.

이번 연구의 의미는 해삼이라는 해양 생물에서 발견된 독특한 다당류 구조가 암 전이 관련 효소를 겨냥한 신약 개발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있다.
해삼을 먹는다고 암에 효과가 있다는 단순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연구 성과가 실제 치료제로 이어지려면 전 임상·임상 연구를 포함한 긴 검증 과정이 남아 있으며, 그 결과를 지켜보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적절한 태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