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특수부대 주력 헬기 한국도 품는다"… 3조 4000억 투자로 특전사 전력 '퀀텀점프'

밤하늘을 가르며 적진 깊숙이 침투하는 특수부대원들... 그들이 타고 내릴 헬기 한 대의 가격이 무려 820억 원에 달한다면 어떨까요?

대한민국 육군 특수전사령부와 공군 탐색구조부대의 작전 능력을 한 차원 끌어올릴 '특수작전용 대형기동헬기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가 마침내 결정됐습니다.

두 차례의 유찰이라는 굴곡진 과정을 거친 끝에 선택받은 것은 미국 보잉의 CH-47F/ER. 왜 하필 보잉이었는지, 경쟁자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이 헬기가 얼마나 대단한 장비인지 지금부터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사업의 규모부터 남다르다, 3조 4000억 원의 무게


이번 사업은 규모 자체가 심상치 않습니다.

총사업비 23억 55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3조 4000억 원이 투입되는 대형 방산 프로젝트입니다.

사업 기간은 2026년부터 2033년까지로, 약 20여 대의 특수작전용 대형기동헬기를 확보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 사업이 추진된 이유는 명확합니다. 육군 특수전사령부 특임여단의 공중침투 능력과 공군의 탐색구조작전 능력을 보강하기 위한 것이죠.

국내 개발이 아닌 국외 상업구매 방식으로 추진된 만큼, 처음부터 글로벌 방산 강자들의 경쟁이 예상됐던 것입니다.

참고로 당초 총사업비는 3조 7000억 원이었지만, 사업타당성 검토 결과 3000억 원이 삭감돼 현재의 규모로 조정됐습니다.

두 번의 유찰, 경쟁은 시작도 전에 끝났다


사실 이 사업은 처음부터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당초 업계에서는 보잉의 CH-47F/ER와 록히드마틴 자회사 시코르스키의 CH-53K가 맞붙는 흥미로운 대결 구도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미국 항공우주 방산업계의 양대 산맥이 한국 시장을 놓고 격돌한다는 시나리오였죠.

시코르스키 CH-53K

그러나 현실은 달랐습니다. 2024년 6월 첫 경쟁입찰 공고가 났지만 바로 유찰됐습니다.

방위사업청이 1차 입찰 마감 3일 만에 서둘러 10월에 2차 입찰 공고를 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시코르스키가 두 번 모두 입찰 등록을 하지 않은 것입니다.

결국 보잉만이 단독으로 제안서를 제출했고, 방위사업청은 사업 지연을 막기 위해 2024년 11월 보잉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선정하게 됩니다.

시코르스키는 왜 포기했나, 가격의 벽


방산업계에서는 시코르스키의 불참 이유로 '가격 부담'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시코르스키가 제안하려던 최종 가격이 방위사업청이 정해놓은 총사업비 한도를 넘어버린 것이죠.

CH-53K 한 대의 가격은 약 70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1010억 원에 달합니다.

반면 보잉의 CH-47F/ER는 대당 5700만 달러, 약 820억 원 수준입니다. 대당 가격만 비교해도 약 190억 원의 차이가 나는 것입니다.

20여 대를 구매한다고 가정하면 전체 사업비 차이는 수천억 원에 이를 수 있는 것이죠.

보잉 CH-47F/ER

방산업계 관계자는 "방사청이 제시한 가격이나 조건으로는 최신예 CH-53K를 한국이 요구하는 특수작전용 플랫폼으로 제공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결국 성능은 뛰어날지 몰라도 정해진 예산 안에서 계약을 성사시키기 어려웠던 것입니다.

흥미롭게도 이 상황은 2022년의 '대형기동헬기-Ⅱ 사업'과 판박이입니다.

당시에도 CH-47F와 CH-53K가 경쟁 구도를 형성했지만, 역시 CH-53K의 가격이 예산을 초과해 록히드마틴이 불참하면서 CH-47F가 선택됐던 것이죠.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이 이 대목에서 꼭 들어맞는 보입니다.

CH-47F/ER, 수십 년 진화의 결정체


그렇다면 보잉이 제안한 CH-47F/ER는 어떤 헬기일까요?

CH-47 계열은 미군이 1960년대부터 운용해온 유서 깊은 대형 기동헬기입니다.

CH-47A에서 시작해 B, C, D, F를 거쳐
수십 년간 꾸준히 개량을 거듭해온 결과, 오늘날의 CH-47F/ER에 이르게 된 것입니다.

제원을 보면 그 성능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기체 길이 15.8m, 최대속도 시속 340km, 전투행동 반경은 무려 630km에 달합니다.

전자식 제어시스템이 적용된 엔진은 4800마력의 출력을 자랑하며, 한 번에 40여 명의 특수부대원을 수송할 수 있는 것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헬기가 미군 주력 특수전 헬기 중 하나인 MH-47G의 베이스 플랫폼이라는 사실입니다.

MH-47G는 CH-47F를 특수전 임무에 맞게 개조한 기종으로, 야간 저고도 침투와 장거리 특수작전에 특화된 장비입니다.

한국군이 도입하는 CH-47F/ER는 이 MH-47G와 기술적 뿌리를 공유하는 최신 버전인 것이죠.

계약은 언제, 앞으로의 일정은


방위사업청은 현재 보잉과 기술협상을 진행 중입니다.

방사청 관계자는 "지난해 11월말 보잉이 제안한 CH-47F/ER 기종을 사업 대상 장비로 선정하고 현재는 기술협상 진행 중"이라며 "적기 전력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일정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기술협상 및 시험평가를 마치고, 6월에 최종 계약 체결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입니다.

두 차례의 유찰로 다소 지연된 사업인 만큼, 방사청으로서는 더 이상의 차질 없이 계획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부담이 클 것입니다.

사업이 예정대로 마무리된다면 2033년까지 한국 특수부대는 세계 최고 수준의 대형기동헬기를 갖추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특수전 능력, 한 단계 도약을 준비하다


이번 사업이 완료되면 한국군의 특수전 역량에는 상당한 변화가 생길 것입니다.

무엇보다 육군 특수전사령부 특임여단의 공중침투 능력이 크게 강화됩니다.

600km가 넘는 전투행동 반경은 한반도 전역은 물론 주변 지역까지 커버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죠.

공군의 탐색구조작전 능력 역시 한 단계 높아질 전망입니다.

대형 기동력과 탑재 능력을 갖춘 CH-47F/ER는 추락한 전투기 조종사의 구조 작전이나 재난 상황에서의 대규모 구조 임무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두 번의 유찰이라는 험난한 과정을 거쳤지만, 결국 한국군은 검증된 플랫폼을 합리적인 가격에 확보하는 결론을 맺게 됐습니다.

수십 년간의 진화를 통해 신뢰성과 성능 모두를 입증한 CH-47F/ER가 대한민국 특수부대의 새로운 날개가 될 날이 머지않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