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레슬러 '더 락'으로 돌아온 드웨인 존슨, 팬들은 '꺼져라'…이유는?

김태훈 인턴기자 2024. 2. 6.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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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웨인 존슨, ‘WWE 레슬매니아 40’에서 챔피언십 가질 전망
이에 돌아선 팬들의 민심, 비판여론 들끓어

(MHN스포츠 김태훈 인턴기자) 할리우드 배우 '더 락' 드웨인 존슨이 프로레슬링 팬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2일 'WWE 스맥다운'에 프로레슬러 '더 락'으로 복귀한 드웨인 존슨은 WWE 챔피언 로만 레인즈와 맞대면을 해 오는 4월 개최될 초대형 프리미엄 라이브 이벤트 'WWE 레슬매니아 40'에서의 챔피언십을 예고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프로레슬링 팬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WWE 공식 유튜브에 공개된 더 락과 로만 레인즈의 맞대면 영상은 현재 채널 내 '싫어요' 60만개 이상을 돌파, 채널 내 '싫어요' 수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각종 SNS상에서도 더 락의 챔피언십 도전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할리우드 스타 드웨인 존슨의 고향 복귀지만, 고향 사람들은 전혀 반기지 않고 있는것이다.

이러한 여론이 형성된 이유는 복합적이다. 가장 큰 이유는 현재 WWE에 쌓여있던 장기적인 서사를 무시한, 잘못된 타이밍의 개입이기 때문이다.

현 WWE 챔피언 로만 레인즈는 무려 1,200일이 넘도록 장기집권을 이어가고 있으며, 지나치게 길어진 독재에 프로레슬링 팬들은 염증이 난 상태였다. 이 상황에서 로만 레인즈의 장기집권을 끝낼 수 있는 선수로 거론된 기존 인물은 더 락이 아닌 코디 로즈였다.

코디 로즈는 전설적인 프로레슬러 더스티 로즈의 아들로, 2007년 WWE에 데뷔해 미들급을 전전했다. 2016년부터 회사를 나와 각종 인디단체를 전전하며 명성을 쌓았으며, 현재 WWE의 뒤를 잇는 2위 단체 AEW를 창설해 슈퍼스타가 됐다.

2022년 프리미엄 라이브 이벤트 'WWE 레슬매니아 38'에서 깜짝 복귀한 코디 로즈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진 위상으로 존 시나의 뒤를 이을 차기 아이콘으로서의 행보를 이어나갔다. 

비록 2023년 'WWE 레슬매니아 39'에서는 로만 레인즈에게 패배했으나, 지난 1월 개최된 'WWE 로얄럼블'의 30인 로얄럼블 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해 2년 연속 로얄럼블 우승자가 됐다.

우승 직후, 세리모니로 관중석에서 경기를 관람하던 로만 레인즈를 손으로 가리키며 레슬매니아 2차전을 예고해 팬들의 기대감은 폭증한 상태였다.

그러나 이 서사에 더 락이 개입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WWE 스맥다운'에서 로만 레인즈의 앞에 등장한 코디 로즈는 "나의 목표는 로만 레인즈지만, 그 무대가 레슬매니아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며 더 락을 소개한 뒤 퇴장했다. 더 락과 로만 레인즈의 짧은 맞대면을 끝으로 이 날의 'WWE 스맥다운'이 종료됐다.

드웨인 존슨과 로만 레인즈는 육촌지간으로도 유명하다. 로만 레인즈는 이러한 연으로 영화 '분노의 질주: 홉스&쇼'에 특별출연한 바 있다. 드웨인 존슨 또한 로만 레인즈가 2015년 로얄럼블 우승자가 됐을 때 깜짝 출연해 축하해주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관계 속에서 드웨인 존슨은 지난 1월 'WWE RAW'에 특별 출연해 "내가 테이블의 수장(Head of the Table) 자리에 앉는 것은 어떨까"라는 발언을 한 바 있다. '테이블의 수장'은 로만 레인즈의 별명이다.

그러나 'WWE 스맥다운' 방송 종료와 동시에 SNS에서는 더 락과 WWE를 성토하는 반응으로 가득했다. 팬들이 기대했던 레슬매니아에서의 '코디 로즈 vs 로만 레인즈' 2차전은 부정당하고, '더 락 vs 로만 레인즈'라는 뜬금없는 경기로 방향이 바뀌자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온 것이다.

이에 일부 팬들은 "드웨인 존슨이 할리우드에서 깎인 명성을 WWE에 와서 회복하려 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드웨인 존슨은 영화 '블랙 아담'의 흥행 실패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지난 2023년 3월에는 갑질 논란까지 번졌다. 이에 따라 WWE에서 다시 한 번 활약해 'WWE 레슬매니아 40'의 흥행을 발판 삼아 평판을 회복하려는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드웨인 존슨은 WWE를 보유중인 회사 TKO 그룹 홀딩스(이하 TKO)의 이사진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스토리텔링을 중시하는 프로레슬링 업계임에도 몇 년 전부터 준비한 메인 시나리오를 직권 남용으로 망치고 있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일부 팬들은 TKO 이사진들이 해당 결정을 내린 이유에 대해, 최근 WWE에 생긴 악재들 때문이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지난 1월 25일, WWE 전 회장 빈스 맥맨에 대한 성추문 폭로가 추가로 터졌다. 빈스 맥맨은 한 직원에게 지속적으로 성착취를 가했으며, 심지어 피해자의 몸에 대변을 본 뒤 사진을 찍어 WWE의 슈퍼스타 브록 레스너에게 문자로 전송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해당 문제로 인해 기업 이미지가 나빠진 것은 물론, 오랫동안 스폰서를 맡았던 육포 브랜드 '슬림 짐'이 계약을 잠시 중단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브록 레스너는 WWE의 최대 흥행 카드였으나, 이번 사건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어려워졌다.

또다른 흥행 카드도 사라졌다. 지난 11월 'WWE 서바이버 시리즈'에서 10년 만에 깜짝 복귀해 큰 화제를 몰고 왔던 선수 CM 펑크가 'WWE 로얄럼블'에서 경기를 갖던 도중 부상을 당해 레슬매니아 참전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로 전체적인 플랜이 꼬이자, TKO의 핵심 이사진 중 한 명이 된 드웨인 존슨이 이러한 '위기 상황'을 타개한다는 명목 하에 나섰다는 루머가 신빙성을 얻었다.

그러나 정작 팬들은 '코디 로즈의 자리만큼은 뺏지 말았어야 했다'는 반응이 압도적이다. 주요 프로레슬링 언론 파이트풀 셀렉트의 에디터 션 로스 샙은 자신의 SNS에 '어떤 대진을 더 선호하는가?'라는 투표를 게시했다.

약 10만 7천명이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코디 로즈 vs 로만 레인즈'가 82%의 득표율을 얻었다. 실시간 트렌드에서는 'We Want Cody(우리는 코디를 원한다)'라는 해시태그 운동이 1위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아직 경기를 제대로 확정 지은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여론을 보고 계획을 수정할 수도 있다'는 희망적인 예측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여론을 의식해 각본을 바꾼 사례는 적지 않다. 정확히 10년 전인 2014년, 팬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WWE 레슬매니아 30'에서 챔피언에 등극한 선수 다니엘 브라이언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미 팬들의 분노는 각본의 영역과 커뮤니티 반응을 넘어선 상태다. 6일 개최된 'WWE RAW'에서 많은 관중들은 'We Want Cody'가 적힌 플랜카드를 들어보였고, 'Rocky Sucks(더 락은 재수없어)'라는 비난 챈트를 외치기도 했다.

드웨인 존슨은 자신을 둘러싼 비판에 대해 직접적인 입장을 드러내지 않았다. 6일 드웨인 존슨은 본인의 SNS를 통해 스포츠 브랜드 '언더아머' 콜라보를 홍보하는 사진을 게시했다. 해당 게시물은 "코디에게 메인이벤트를 돌려줘", "우리는 너(더 락)를 원하지 않는다"와 같은 부정적인 댓글로 가득한 상태다.

한편 전세계 프로레슬링 팬들의 가장 거대한 축제 'WWE 레슬매니아 40'은 오는 4월 7일과 8일, 양일간 필라델피아 링컨 파이낸셜 필드에서 개최 예정이다.

 

사진=WWE, 영화 '블랙 아담' 스틸, 션 로스 샙 X 캡처, 드웨인 존슨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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