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635] 창가에서 연애 편지를 읽는 여인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2026. 6. 8.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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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하네스 페르메이르, 열린 창가에서 편지를 읽는 여인, 1657~59년경, 캔버스에 유채, 83 × 64.5 cm, 드레스덴 고전거장 미술관 소장.

17세기 네덜란드의 거장 요하네스 페르메이르(Johannes Vermeer·1632~1675)의 작품이다. 화면 왼쪽에 빛이 들어오는 창이 있고, 그 앞에 한 여인이 고요히 서서 편지를 읽는다. 벽에 걸린 그림에는 사랑의 신 큐피드가 서 있는데, 그 위치가 공교롭게도 여인의 머리 바로 위다. 편지의 발신인이 사랑을 고백한 게 틀림없다. 여인의 볼이 붉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2019년까지, 그림 속 큐피드 그림은 없었고, 여인은 그저 새하얀 회벽 앞에 서 있었을 뿐이다. 사실 흰 벽 아래 큐피드가 감추어져 있다는 건 1979년 X선 촬영으로 이미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화가가 지운 거라고 이해했다. 21세기 드레스덴 고전거장 미술관 연구진은 정밀 기술을 통해, 화가가 세상을 뜨고 한참이 지난 18세기에야 덧칠이 됐다는 걸 밝혀냈다. 이후 보존 전문가들이 현미경과 메스를 동원해 덧칠을 긁어냈고, 마침내 2021년, 그림은 화가가 의도했던 본모습을 되찾았다.

사실 이 작품은 처음부터 기구한 운명이었다. 화가는 유가족에게 막대한 빚을 남기고 43세에 요절했고, 남은 그림은 경매로 흩어졌다. 1742년 드레스덴의 작센 선제후가 이 그림을 살 때는 ‘렘브란트작(作)’인 줄 알았고, 이후에는 피터르 드 호흐의 것이라고 알려졌다. 화가 ‘페르메이르’는 완전히 잊혔던 것. 1860년, 페르메이르는 마침내 제 이름을 찾았지만, 그림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소련군에 약탈당해 만리타향으로 실려 갔다. 1955년, 소련이 약탈 미술품을 대거 독일에 되돌려줄 때도 이 그림만은 안 준다고 생떼를 썼다. 여인과 큐피드는 드레스덴으로 돌아왔다. 과연 그녀의 회신은 발신인에게 닿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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