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 2% 목표 도달 확신 없다"…더 세진 이창용의 '매'

최정희 2023. 5. 25.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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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연말 물가 3%내외서 내년 2%로 떨어진다고 확신 못해"
성장률 1%에서도 '물가'가 먼저…그 다음 금융안정·성장
'호주' 언급하며 인하 기대 차단 넘어 '인상' 가능성 강조
연초엔 '금융안정'에 방점 찍더니 4월부터 '물가'로 서서히 턴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경제성장률이 1%까지 낮아질 경우 물가가 더 낮아진다면 금리 인하 가능성이 생길지도 모르지만 지금 상황에선 우선 순위는 물가, 그 다음이 금융안정, 그 다음이 성장이다.”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이날 열린 금통위는 6년만에 준공된 한국은행 신축 본부에서 처음으로 진행됐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1.6%에서 1.4%로 하향 조정했지만 이창용 한은 총재의 매파(긴축 선호) 목소리는 더 커졌다. 한은은 중국 성장세가 더디고 선진국 금융불안이 커지는 최악의 경우 올 성장률이 1.1%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는데 이런 상황에서도 이 총재는 ‘물가’를 먼저 보겠다고 밝혔다.

성장률은 작년 5월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하향 조정되고 있지만 물가상승률은 올 3.5%로 석 달 전 전망이 유지됐다. 그러나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3.3%로 0.3%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스태그플레이션(경기둔화 속 고물가) 환경이 짙어진 가운데 이 총재는 ‘물가안정’에 방점을 찍었다. 이 총재는 깜짝 금리 인상을 단행한 호주 중앙은행까지 언급하며 연내 금리 인하 기대 차단을 넘어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데 주력했다.

이창용 “성장률은 비관적이지 않다…2% 물가 확신 없다”

한은 금통위는 25일 본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다. 1월 금리를 3.5%로 올린 이후 2월, 4월에 이어 세 번 연속 동결이지만 연초와 현재의 금리 동결 성격은 다르다. 1월과 2월께는 작년말 레고랜드 부동산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도 사태로 위축됐던 단기자금시장이 안정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총재의 메시지는 물가보다는 ‘금융안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4월부터 ‘물가안정’을 부쩍 강조하며 연내 금리 인하 기대를 차단하더니 이번엔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강하게 드러냈다.

장용성·박춘섭 위원이 새로 합류하며 금통위원들의 메시지 또한 좀 더 매파적으로 바뀌었다. 4월까지만 해도 금통위원 6명(총재 제외) 중 5명이 석 달 내 금리를 3.75%까지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입장이었지만 이번엔 이러한 위원이 6명으로 늘어났다. 근원물가의 더딘 하락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종료 불확실성 및 환율 영향 등에 따른 것이다.

이 총재는 이는 단순한 겁주기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금통위원들은 정말 심각하게 몇 달 내에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다. 겁만 주려는 것은 아니다”며 “호주 중앙은행도 금리를 안 올릴 것이라고 했는데 지난 달에 올리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호주는 캐나다, 우리나라와 함께 금리 인상기를 종료한 나라로 꼽힌 바 있다.

그렇다면 금통위는 왜 성장률 하락보다 물가 안정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올해 성장률은 1.4%로 석 달 전(1.6%)보다 0.2%포인트 하향 조정됐을 뿐 아니라 작년 5월 이후 1년간에 걸쳐 다섯 번이나 하향 조정됐다. 반도체 등 IT업황 회복, 중국 경기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상저하고(上低下高) 경기 흐름도 불확실해졌다. 이 총재는 “상저하고 흐름이 유지되지만 반도체 업황 반등 시점이 4분기로 미뤄지면서 하반기 경기 반등 시점도 한 분기 지연된 4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상저하고의 기대가 약해진 것이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그러나 이 총재는 “제조업 중심의 에너지 수요가 많은 국가에서 1.4% 성장하는 것은 비관적이지 않다. IT업종을 빼면 성장률은 1.8%로 올라간다”며 “주요 선진국 성장률 평균도 1.3%”라고 설명했다. 성장률 하향 조정은 반도체 업황 개선 지연과 관련된 것이지, 금리 인상과는 연관성이 낮다고도 평가했다.

반면 물가에 대한 자신감은 약해졌다. 올해 물가상승률은 3.5%로 종전 전망이 유지됐지만 근원물가는 3.3%로 0.3%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근원물가는 2021년 11월 1.6%로 처음 제시된 이후 여섯 번 연속 상향 조정되고 있다. 심지어 작년 11월부터 물가상승률이 하향 조정됨에도 근원물가는 상향되는 추세다. 이 총재는 “연말까지 물가가 3% 내외로 수렴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확신이 생겼지만 3%에서 2%로 내려갈 것이냐에 대해선 확신이 줄었다”며 “근원물가는 서비스업 개선으로 비용 전가 등의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구조개혁 못한 거 금리 인하로 해결 마라…망국의 지름길”

한은 전망대로라면 연내 금리 인하는 물론 내년에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성장률이 하향 조정될수록 외부의 금리 인하 압박은 거셀 수밖에 없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가 가져올 부작용에 대해 언급하며 이에 맞섰다.

그는 “금리를 너무 조급하게 내릴 경우 금융불안정을 다시 촉발할 수 있다”며 “금리 인하 국면에 들어갈 경우 가계부채 등 전체 부채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가계부채를 중장기적으로 디레버리징(부채 감축)할지, 통화정책이 이에 어떻게 기여할지 중요한 고려사항”이라고 강조했다. 가계부채가 어느 정도 줄어들어야 금리를 인하했을 때 중장기적인 금융안정에 도달할 수 있다는 얘기인데 최근 은행 대출금리가 하락하면서 4월 가계대출이 다시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성장률이 1%초반까지 하향 조정되고 6~7월에 물가상승률이 기저효과로 잠시 2%대로 떨어질 경우 외부에선 금리 인하 압박이 예상된다. 이에 이 총재는 “이미 우리나라는 장기 저성장 구조에 와 있다”며 “노동·연금·교육 구조개혁이 필요한데 사회적 타협이 어려워 진척이 안 된다. 구조개혁을 못하니까 재정이나 통화정책으로 쉽게 돈을 풀어 해결하라고 요구하는데 이는 나라가 망하는 지름길”이라고 꼬집었다.

총재의 강한 ‘매파’ 기조에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가 꺾이는 모습이다. 금리 인하 전망이 내년 2분기께로 밀리는 모습이다. 박석길 JP모건 금융시장운용부 본부장은 “연내에는 비둘기(완화 선호) 시그널이 나오지 않을 것이고 연말까지 3.5% 금리가 유지될 것”이라며 “금리 인하는 내년 2분기께야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씨티는 8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100%에서 60%로 낮추고 10월에 인하될 가능성을 0%에서 40%로 높였다. 올 7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제기했던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까지 동결이 이어진 후 10월께야 인하 소수의견이 나올 수 있다”며 전망을 변경했다.

최정희 (jhid02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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