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중보다 선수가 더 많은 월드컵··· '홈리스', 희망 예스 [사진잇슈]

정다빈 2024. 9. 22.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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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마. 홈리스 월드컵은 승패가 중요한 것이 아니야. 끝나면 서로 격려하고 응원해주는 거다. 상대편과 다 같이 세레모니 하는거 잊지 말고."

홈리스 월드컵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경기장에 들어가기 직전 이한별 수석 코치가 당부했다.

완지 선수는 이날 월드컵 최초 경기에서 독일을 상대로 선제골을 넣으며 팀의 든든한 기둥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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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부터 28일까지 한양대학교 대운동장에서 개최
아시아에서 최초로 열리는 19번째 홈리스 월드컵 
전세계 38개국 52팀 참가, 영화 '드림'의 배경
21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 대운동장에서 열린 홈리스 월드컵에서 독일팀과 한국팀 선수들이 경기가 종료된 후 손을 맞잡고 앞으로 달리는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정다빈 기자
“잊지마. 홈리스 월드컵은 승패가 중요한 것이 아니야. 끝나면 서로 격려하고 응원해주는 거다. 상대편과 다 같이 세레모니 하는거 잊지 말고.”
한국 대표팀 주장 김성준 선수가 독일과의 경기 시작 전 가슴을 두드리며 용기를 북돋고 있다. 정다빈 기자

홈리스 월드컵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경기장에 들어가기 직전 이한별 수석 코치가 당부했다. 선수들은 긴장 어린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침착하게 하자. 실수 없이 하자"고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정성덕(왼쪽 두 번째) 선수가 독일과의 경기 시작 전 국가가 흘러나오자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왼쪽부터 김성준 주장, 정 선수, 정혜세, 포시 완지. 정다빈 기자
스웨덴 여자 대표팀이 루마니아와의 경기 전 몸을 풀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정다빈 기자

전세계 38개국 52팀(남성 36팀·여성 16팀)이 참가한 홈리스 월드컵이 21일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 대운동장에서 개최됐다. 2003년에 시작된 홈리스 월드컵은 브라질·프랑스·스코틀랜드·노르웨이·미국 등을 거쳐 19번째 경기를 아시아 최초로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열게된 것이다. 각국에서 모인 선수들은 대부분 비 아시아권 출신으로 한국은 물론 아시아 땅을 태어나서 처음 밟는 날이기도 했다.

스웨덴 선수들이 경기 시작 전 웜업 운동을 하고 있다. 정다빈 기자
아르헨티나 선수들과 한국 자원봉사단 관계자들이 퍼레이드 도중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정다빈 기자
본 경기 시작 전 한양대학교에서 열린 퍼레이드에서 마주친 선수들이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정다빈 기자
이탈리아 선수들과 자원봉사단들이 서로 마주보며 환호를 하고 있다. 정다빈 기자

경기는 전후반 각각 7분으로 15분 안에 승패가 갈린다. 3명의 필드 플레이어와 1명의 골키퍼 총 4명이 한 팀을 이루며, 8인의 선수단 내에서 자유롭게 교체가 가능하다. 그 외에도 많은 골이 나오도록 룰을 바꿔 많은 선수들이 성취감을 맛보며 삶에 대한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다.

인생에 단 한 번 참가할 수 있는 홈리스 월드컵의 참가 조건은 ‘홈리스였거나, 홈리스일 것’.

홈리스라고 하면 보통 노숙인을 떠오르지만 이 대회에서 규정하는 홈리스는 자립 준비 청년, 난민(신청자), 장애인, 마약 등 중독 치료시설 거주자 등 각각 다양한 배경을 가진 자들이다.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이지만 동시에 삶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여기, 홈리스 월드컵에 참여한다.

포시 완지가 독일과의 경기에서 볼을 다루고 있다. 정다빈 기자

카메론에서 건너온 포시 완지 선수 역시 '난민 신청자' 자격으로 한국 국가대표팀에 발탁됐다. 완지 선수는 고국에서 일어난 내전으로 한국에 건너왔지만, 난민 심사 신청이 통과되지 못하면서 인천공항 2터미널 출국대기실에서 1년 반 동안 숙식을 해결했던 사연이 있다. 완지 선수는 이날 월드컵 최초 경기에서 독일을 상대로 선제골을 넣으며 팀의 든든한 기둥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첫골을 시작으로 유찬혁과 남제냐, 김성준이 연쇄골을 넣으며 결국 한국이 4-0으로 승리했다.

한국 대표팀 골키퍼 김재민 선수가 독일과의 경기에서 골문을 지키고 있다. 정다빈 기자
홈리스 월드컵에 참가한 선수들과 코치단들이 퍼레이드에 참여하고 있다. 정다빈 기자

전세계에서 날아온 선수들은 모두 각기 다른 사연 하나씩 들고 서울에 도착했다. 하지만 여기 모였다는 사실, 그리고 축구를 한다는 사실만이 오롯이 남아 이들을 하나로 만들었다. 경기에서 누가 이기든 상관없이 종료 휘슬이 울리면 양 팀 선수들이 손을 맞잡고 앞으로 뛰어나가는 세레머니가 감동적이다. 지더라도 좌절하거나 절망하는 선수는 없다. 애초에 승리 자체보다 '삶의 변화'를 위해 축구를 시작한 이들이기 때문이다.

스웨덴과 루마니아 선수들이 경기가 종료된 후 손을 맞잡고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정다빈 기자
잉글랜드와 프랑스 선수들이 경기 종료 후 손을 맞잡고 앞으로 달리는 세레머니를 하고 있다. 정다빈 기자

이날 한국과의 경기에서 4-0으로 졌지만 웃음을 잃지 않은 독일 대표팀의 요나스 웨이슬레인(21) 선수는 "모든 것이 좋았다"며 "풋볼은 아름다운 경기고, 처음 와본 한국도 아름다운 나라"라며 연신 엄지를 치켜 올렸다. 또한 "(동료와) 같이 있다는 감각은 좋은 일을 하고 싶게 만드는 원동력"이라고도 했다.

비록 관중이 적어 관중석 곳곳이 비어있었지만, 오늘을 위해 몇 달을 힘껏 연습한 선수들의 열기로 운동장이 뜨거웠다. 경기는 28일까지 한양대학교 대운동장에서 펼쳐지며, 대진표와 경기 일정 등은 홈페이지(https://bigissue.campaignus.me/hwc_support)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 경기는 무료 관람으로 누구나 와서 응원할 수 있다.

스위스와 케냐 간의 경기 시작 전 양 국가의 국가가 나오는 가운데 관중석에서 선수단을 촬영하고 있다. 정다빈 기자
경기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심판 두 명이 벽에 기댄 채 웃으며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정다빈 기자

정다빈 기자 answ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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