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하려면 부자도시 '울산' 가라" 여의도도 제쳤다…전국 요식업 매출 4위
[땅집고] 작년 전국에서 요식업 매출이 가장 많았던 지역 10곳은 어디일까요? 10곳 모두 서울에 있을 줄 알았는데요, 아니었습니다. 창업 준비 플랫폼 마이프차에서 지난해 요식업 매출 전국 TOP10 지역을 꼽아봤는데요, 우선 1위부터 3위까지는 서울에 있었습니다. 강남, 중구와 홍대 등 업무지구와 관광상권 세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4위는 의외의 지역이었습니다. 바로 울산 남구 삼산동 상권입니다. 무려 서울 3대 업무지구 중 한 곳인 여의도동보다도 높았습니다. 여의도에는 유통업계 최고 핫플인 ‘더현대서울’이 있죠? 2021년 개장하면서 여의도동 상권 매출이 크게 뛰었다는 소식이 들렸는데 정말 의외입니다.
그렇다면 여의도를 제친 삼산동 상권은 어떤 곳일까요? 삼산동 상권은 남구의 핵심 도로인 ‘삼산로’ 인근에 있는데요. 1990년대 삼산지구와 함께 도시계획에 따라 만들어졌습니다. 1998년에는 현대백화점이 2001년에는 롯데백화점이 문을 열고, 인근 옥동과 달동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급격하게 발달하기 시작합니다.
삼산동 상권 전체 매출은 작년 11월 기준 932억원인데요. 서울 신촌동이 742억원이었는데 이보다 200억원 정도 많고 서교동(1334억)보다는 400억원 정도 낮은 수준입니다
그렇다면 삼산동 상권의 매출이 이렇게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땅집고 에서 한번 분석해 봤습니다. 우선 울산에 거주하고 있는 인구의 소득 수준이 높기 때문인데요.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요. 2022년 전국 17개 시도 중에 울산 1인당 지역내총생산은 7751만원으로 가장 많습니다. 서울은 5161만원으로 2600만원 정도 차이가 나네요. 울산의 1인당 개인 소득은 2607만원이었는데요. 서울(2611만원) 다음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2017년까지는 서울보다도 높은 수준이었고요.
실제 울산에는 석유화학, 자동차, 조선업 등 내로라하는 국내 대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울산 남구에는 SK이노베이션, 에스오일, LG화학 울산 북구에 현대차가 있고, 울산 동구에는 현대중공업, 미포조선이있습니다. 그래서 소비력이 높은 고소득자들이 삼산동 매출을 올려주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의도도 소득하면 뒤지지 않죠? 여의도는 우선 정치 중심지죠. 국회의사당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등 주요 정당 사무실이 자리 잡고 있고요. 또 현대캐피탈을 비롯한 대기업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주요 국책 기관이 많습니다. 고객 대부분이 정치와 경제 관련 중요 기관 종사자라 소득이 높아요.
그러면 삼산동 상권의 매출이 높은 다른 이유는 또 어떤 걸 생각해볼 수 있을까요? 단순하게 삼산동 면적이 크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실제 면적이 5.78km로 행정동 기준으로 평균적인 동의 면적보다 1.5~2 배정도 더 큽니다. 하지만 단순히 면적이 크다고 해서 사람들이 많이 몰리지는 않습니다. 여의도동도 크기로만 따지면 8.34㎢에 달합니다.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낮과 밤에 소비가 일어나는 주요 업종이 모두 모여있기 때문입니다. 삼산동 상권에는 한 개의 동에서 함께보기 어려운 업종들이 모여있는 게 특징입니다. 대형상업시설인 백화점이 두 곳이나 있고 병원도 모여있습니다.
삼산동 북측으로는 학원이 76개 정도 자리잡고 있는데요. 1km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숙박시설도 있습니다. 보통 서울 강남 같은 경우에는 대치동에 학원가, 압구정동에 백화점, 병원, 삼성동에 숙박시설 이렇게 나뉘어져 있는데요. 삼산동의 경우 함께있는 게 특징입니다. 사람들이 각자 다른 이유로 삼산동에 모이지만 이곳에 오면 원스톱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실제로 SKT 자료에 따르면 삼산동의 유동인구는 행정동 기준으로 전국 9위입니다.
삼산동 상권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삼산로 기준으로 상권이 나뉘는데요. 우선 삼산로 북쪽은 낮에 활성화되는 상권입니다. 업스퀘어, 현대백화점 울산점과 디자인거리가 조성돼 있습니다. 디자인거리는 울산 남구청이 2008년 조성한 상권으로 전구를 이용한 루미나리에가 설치돼 있습니다. 주로 젊은 층이 낮에 돌아다니면서 소비를 하는 상권인데요 식당, 카페, 로드샵, 옷가게, 코인노래방, 드러그스토어가 입점해 있습니다. 삼산대로 빌딩숲에는 성형외과·피부과·한의원·치과 등 100여 개의 병원이 몰려있기도 합니다.
삼산대로 남쪽은 밤에 활성화되는 상권입니다. 남쪽에는 롯데백화점 울산점, 이마트 울산점, 울산시외버스터미널, 울산고속버스터미널이 자리 잡고 있는데요. 터미널이 가까워 숙박시설도 인근에 형성돼 있고요. 술집, 노래방, 클럽 등이 자리잡은 유흥 상권이기도 합니다. 이 지역은 심야 시간대에도 집객력이 가장 높은 곳입니다. 새벽에도 불야성을 이룬다고 합니다.
반면 여의도 상권은 삼산동 상권과 달리 특정 시간대에 활성화되는 상권입니다. 낮과 밤 중 주로 사람들이 소비를 하고 주말과 평일 중 평일에 소비를 합니다. 주로 금융권 직장인들이 근무하는 곳이라 3시 반에 장 마감하고 일찍 퇴근하는 거죠. 또 여의도에는 이렇다 할 학군이 형성돼 있지 않아 여의도 학부모들은 목동 학원가로 자녀들을 보냅니다.
마지막으로 태화강역에 동해남부선이 개통한 것도 삼산동에 매출이 컸던 이유 중 하나인데요. 동해남부선은 부산의 대표적인 관광상권 중 한 곳인 서면 부전역에서 태화강역을 잇는 광역전철입니다. 2021년 12월 개통했습니다. 울산 내 주요 관광지 이용객은 동해남부선 태화강역 개통 전 (2021년 1∼9월)까지만 해도 134만7000여 명이었는데요 개통 후인 2022년 1∼9월에 214만6000여 명으로 79만여 명 증가했습니다.
맨 처음에 동해남부선이 개통하면 부산으로 이동이 쉬워져서 울산 인구가 부산으로 유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는데요. 우려와는 달리 부산으로 유출된 인구수는 감소했습니다. 국제신문 보도에 따르면 부산으로의 순유출된 인구는 개통 전인 2021년 1∼9월 1140명에서 개통 후 2022년 1∼9월에 1077명으로 63명 감소했다고 합니다.
글=전현희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