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상현의 풀카운트] 153km 다시 찍은 원종현, 끝난 줄 알았던 드라마가 다시 시작됐다

- 통산 600경기 넘고도 최고 153km… 베테랑의 반전은 현재진행형
- 두 번의 팔꿈치 인대 수술과 대장암 극복, 이제는 마무리로 다시 팀을 지킨다
- 젊은 키움 불펜의 중심, 경험과 구위 모두 되찾은 FA 마지막 시즌

1990년대생이 리그의 중심이 된 시대다. 그런데 키움 히어로즈 불펜에는 시간을 거꾸로 사는 투수가 있다.
마흔 시즌을 맞은 원종현이다.
보통 이 나이의 투수라면 구속이 떨어지고 역할이 줄어드는 게 자연스럽다. 하지만 원종현은 정반대다. 오히려 가장 빠른 공을 던지며 다시 경기 마지막을 책임지는 투수가 됐다.
7월 27일 현재 원종현의 성적은 38경기 37⅓이닝, 1승 3패 6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3.13이다.
시즌 초반에는 셋업맨으로 출발했지만 후반기 들어 마무리 역할까지 맡으며 키움 불펜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젊은 투수들이 많은 팀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마지막 카드가 됐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구속이다. 올 시즌 패스트볼 평균은 약 147km/h. 최고 구속은 153km까지 찍었다.
NC 다이노스 전성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숫자다. 마흔을 바라보는 투수가 젊은 강속구 투수들과 비슷한 스피드를 유지한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다.
더 의미 있는 건 단순히 힘만 되찾은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ABS 시대에 맞춰 투구 패턴도 달라졌다.
예전보다 높은 코스 패스트볼 비중을 늘려 타자의 시선을 위로 끌어올리고, 이후 슬라이더와 포크볼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승부한다. 구속 회복과 경험이 결합되면서 오히려 더 까다로운 투수가 됐다.

사실 여기까지 오는 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LG에서 방출된 뒤 NC 입단 테스트를 거쳐 어렵게 선수 생활을 이어갔고, 2015년에는 대장암 판정을 받아 한 시즌을 통째로 쉬었다.
병마를 이겨낸 뒤 국가대표 불펜으로 성장했지만 다시 두 차례 팔꿈치 수술이 기다리고 있었다.
키움 이적 이후에도 시련은 이어졌다. 2023년 팔꿈치 수술을 받았고, 2024년에는 재활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지난해에도 평균자책점 6.13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계약이 실패로 끝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원종현은 포기하지 않았다. 몸 상태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었고, 개막 엔트리 탈락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퓨처스리그에서 체력을 끌어올린 뒤 1군에 복귀했고, 조금씩 신뢰를 회복했다. 어느새 키움 벤치는 가장 중요한 순간이면 다시 원종현을 찾는다. 베테랑의 가치는 결국 중요한 순간에 드러난다.
지난 5월 13일 한화전에서는 KBO리그 역대 32번째 통산 600경기 등판이라는 이정표도 세웠다.
방출과 암 투병, 두 번의 팔꿈치 수술을 모두 견뎌낸 끝에 만든 기록이다. 숫자 자체보다 그 과정이 훨씬 묵직하다.

원종현은 최근 최고 구속을 다시 153km까지 끌어올렸지만, 목표는 거기서 끝이 아니다.
156km를 다시 던져보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고, 자신의 등번호와 같은 46세까지 현역 생활을 이어가고 싶다는 꿈도 숨기지 않았다.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 지금의 투구가 증명하고 있다.
선수는 기록으로 평가받지만, 오래 기억되는 선수는 이야기를 남긴다.
원종현은 이미 충분한 이야기를 가진 투수다. 그리고 그 드라마는 아직 마지막 장면에 도착하지 않았다.
지금도 그는 가장 빠른 공으로, 가장 늦은 이닝을 책임지며 자신의 다음 페이지를 써 내려가고 있다.

글/구성: 민상현 기자, 김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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