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비 규정 초과 4천만원 반납..."인사는 사업 전담 대표에 맡긴다"
과도한 공금 낭비, 계열사를 통한 수억원대의 추가 연봉 수령 등으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던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결국 카메라 앞에 고개를 숙였다.
강 회장은 13일 농림축산식품부 특별감사 결과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조직 전반에 대한 쇄신과 제도개선을 약속했다.
강 회장은 관례에 따라 농협중앙회장이 겸직하던 농민신문사 회장직과 농협재단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고, 최근 농식품부 감사에서 드러난 해외 출장 숙박비 초과 지출 4000만원도 반환키로 했다.

강 회장은 사과문에서 "국민과 농업인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며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번 사안을 단순한 위기 수습이 아닌 농협의 존재 이유와 역할을 바로 세우는 출발점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쇄신이 필요하다"며 "책임 있는 자세로 후속 절차에 성실히 임하고 뼈를 깎는 혁신을 통해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강조했다.
농협중앙회장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것은 지난 2011년 전산장애로 금융거래가 전면 중단된 이후 15년 만이다.
주요 임원인 전무이사(지준섭 농협중앙회 부회장), 상호금융대표이사, 농민신문사 사장도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책임을 통감하며 동반 사임키로 했다.
강 회장은 앞으로 인사를 비롯한 경영 전반은 사업전담대표이사 등에게 맡기고 본연의 책무인 농업·농촌 발전과 농업인 권익 증진을 위한 활동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농협중앙회는 농식품부 감사에서 지적된 사항을 반영해 지배구조와 선거제도 전반을 개선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농협개혁위원회를 만들어 조직 전반의 문제점을 진단키로 했다.
개혁위원회는 중앙회장 선출 방식, 지배구조, 농축협 조합장을 비롯한 임원 선거제도 등 외부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된 구조적 문제를 중심으로 개선 과제를 도출하고 조합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개혁 방안도 함께 마련할 예정이다.
개혁위원회는 외부 전문가를 위원장으로 하고 법조계·학계·농업계·시민사회 등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해 감사 지적 사항은 물론, 그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묵인돼 온 불합리한 제도 전반을 개선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하루 250달러로 제한된 해외 숙박비 규정은 물가 수준을 반영해 상향하는 등 관련 제도와 절차도 합리적으로 재정비할 계획이다. 앞서 강 회장은 5차례 해외 출장에서 하루 200만원이 넘는 해외 5성급 스위트룸에 묵은 것을 포함, 숙박비 상한보다 4000만원을 더 지출해 비판을 받았다.
농협중앙회는 앞으로 농협 본연의 역할을 흔들림 없이 이행할 것이라며 농산물 유통구조 개혁, 스마트농업 확산, 청년농업인 육성 등 농정 핵심 과제와 농협 사업 간 연계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강 회장은 "앞으로 농업·농촌과 농업인의 삶을 지키는 본연의 역할에 더욱 충실하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사랑받는 협동조합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8일 농식품부는 농협중앙회·농협재단 특별감사 중간 결과를 발표하고 65건의 부적절한 운영 사항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농협중앙회 임직원 형사사건 변호사비 약 3억2000만원을 중앙회 공금으로 지급한 건과 농협재단 임직원의 배임 의혹 등 법령 위반 정황이 포착된 비위 의혹 2건은 수사기관에 의뢰했다.
농협중앙회는 2022년 이후 발생한 성 비위와 업무상 배임 등 6건의 범죄 혐의에 대해 인사위원회 심의조차 거치지 않고, 고발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합감사위원회 역시 또 다른 성희롱이나 배임 등 중징계 사안 6건에 대해 경징계만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