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왜 미국 말 들어야하나”...유럽 ‘반도체 반격’ 시작 [MK위클리반도체]

오찬종 기자(ocj2123@mk.co.kr) 2022. 11. 2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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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면담하는 스페인 총리 <자료=페드로 산체스 총리 인스타그램 켭쳐>
미국은 최근 글로벌 반도체 투자를 빨아들이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산업 지원법을 통과시키면서 TSMC, 삼성전자 등 주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잇따라 미국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반도체 산업 지원법은 미국의 자국 반도체 생산시설 확대에 총 520억달러(68조원)의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입니다.

당장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가 미국 애리조나에 첨단 반도체 공장을 추가로 건설합니다. 투자 규모는 120억달러(16조4520억원) 수준으로 관측된다. TSMC는 당초 유럽에 공장을 짓기로 했으나 이를 보류하고 미국의 둥지를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미국은 여기에 더해 중국으로 향하는 반도체 장비 수출을 전면 규제에 나섰습니다. 이로 인해 ASML 등 유럽의 주요 장비 제조 기업들이 피해를 보게 됐습니다.

유럽, 미국처럼 반도체 특별법 통과

유럽은 이 같은 미국의 독주를 더이상 가만히 앉아서 바라만 보지는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430억 유로(약 60조원)가 들어갈 역내 반도체 산업 육성 계획 추진에 합의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23일(현지 시각) 이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EU가 역내 반도체 산업 육성 계획의 가장 큰 난관을 극복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습니다.

EU는 이번 계획을 통해 첫 번째로 간주할 수 있는 반도체 공장의 범위를 확대하고 국가지원을 승인해 역내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유도한다는 복안입니다. 또 업체들의 공급망에 개입하거나 비상사태를 선언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추가적인 안전장치도 마련했습니다.

다만 일부 국가가 요구했던 자동차용 반도체의 지원 대상 포함은 허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4억 유로(약 5584억원)의 연구기금도 산업 규모가 큰 독일에 지원이 편중될 수 있다는 일부 회원국들이 우려를 반영해 반도체 분야에 재배정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EU는 다음 달로 예정된 회원국 장관회의에서 이번 합의안을 승인할 예정이며 이후 유럽의회와의 조율을 통해 최종 추진 계획을 확정할 예정입니다.

EU 집행위원회는 역내 반도체 생산량을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 반도체 생산량의 2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 아래 반도체 산업에 430억 유로를 투자하는 이른바 ‘EU 반도체칩법’(EU Chips Act)을 올해 초 제안했습니다.

네덜란드 ASML “中에 반도체 장비 팔겠다”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을 보유한 네덜란드가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규제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란 의지를 밝습니다. ASML은 반도체 미세공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장비를 전 세계 독점 생산하는 업체입니다.

전 세계 반도체 기업들은 ASML의 EUV 장비 없이는 선폭 10㎚(나노미터, 1㎚=10억분의 1m) 이하 초미세 공정을 소화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무기로 ASML 공급 중단을 꼽고 있습니다.

하지만 ASML의 입장은 다릅니다. 미국을 위해 일방적인 희생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리제 슈라인마허 네덜란드 외교통상부 장관은 22일(현지시간) 국회에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들과의 무역 규칙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네덜란드가 ASML의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판매와 관련해 자체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슈라인마허 장관은 헤이그에서 열린 국회에서 “우리 자신의 이익, 즉 국가 안전뿐만 아니라 경제적 이익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에 반도체 장비 판매를 금지하라는 미국의 요구에 따를 수 없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네덜란드의 한 고위 관리는 “네덜란드는 중국에 대한 반도체 장비 판매와 관련해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방어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삼성전자도 유럽 반도체 공장 관심

이처럼 유럽이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드라이브에 나서자 우리 기업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좋은 혜택을 받으면서 유럽 시장을 위한 전진기지를 마련할 기회이기 때문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최근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를 만나 반도체 협력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스페인 총리실은 “가장 진보된 반도체 공장인 삼성 평택 캠퍼스를 방문해 공식 한국 방문을 시작했고, 스페인 대표단의 일부는 삼성 경영진과 회의를 가졌다”고 밝혔습니다.

엘 파이스 등 다수의 스페인 언론 매체는 “삼성전자 경영진이 팀을 꾸려 내년 1분기 유럽을 방문할 계획이며 그 가운데 스페인을 가장 먼저 찾을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엘 파이스는 “삼성전자가 스페인 공장 건설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지만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며 “이를 심도 있게 연구하기 위해 팀을 꾸려 조만간 스페인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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