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 12.3’ 이명세 감독 “‘서울의 봄’ 희망 편? 그렇게 불려도 좋겠다”[인터뷰]

다큐멘터리와 이명세 감독. 영화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두 명사를 조합하는 데 어려움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만을 보여야 하고, 다소 건조하며, 개입이 없는 장르로 알려진 ‘다큐멘터리’와 지독한 스타일리스트이면서 미장센의 대가에다 한 장면 한 장면, 먼지까지 자신의 느낌을 담아야 하는 ‘이명세 감독’은 엄연히 달랐다.
2024년 12월3일 밤. 계염군이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역 인근에 있는 ‘김어준의 뉴스공장’ 스튜디오가 있는 겸손방송국 입구를 막았을 때, 건물을 올려다보던 한 군인의 무심한 눈빛은 이명세 감독의 다짐을 바꿨다. 스타일리스트와 다큐멘터리. 영원히 이어질 것 같지 않았던 둘 사이에는 ‘12.3 비상계엄 사태’라는 영감의 다리가 놓였고, 이명세 감독은 지난 1년여의 시간 동안 이를 맹렬하게 건넜다.

“다큐멘터리가 처음은 아니었어요. MBC가 창사 50주년으로 만든 배우 다큐멘터리(‘타임’ 중 ‘M’)를 만든 적이 있었죠. 장편 다큐 영화로서는 처음입니다. 저도 1970년대부터 유신시절 등을 살다 보니 그때 소환되는 이미지들이 있어요. 브레히트의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나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 속 첫 문장처럼요. 그 부끄러움이라는 단어가 불러들이는 울컥거리는 느낌이 있습니다.”
원래 이명세 감독은 사람의 희로애락만을 다루는 영화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시간의 순서에 따르는 ‘연대기적’ 영화에는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그가 2024년 12월3일 겪은 ‘12.3 비상계엄 사태’는 단순히 그러한 문제가 아닌 것 같았다. 공포가 만드는 공포. 물론 제안자는 ‘뉴스공장’의 김어준이었지만 다짐은 이명세 감독 자신이 했다.

“사건이 일어난 며칠 전부터 되밟아가는 순서를 택했어요. 자료가 있는 부분은 자료로 채우고, 직접 판결문이나 수사관련 자료가 나온 부분은 거기서 나온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담았죠. ‘노상원 수첩’이나 그런 알 수 없는 부분들은 아예 만화로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국회로 달려가는 시민들의 모습은 팝아트적인 느낌을 담았습니다. 길거리 경광봉, 시민들의 응원봉, 거리의 빛들이 서로 다르게 표현됐죠.”
그의 말 그대로 영화는 ‘시네마틱 다큐멘터리’라는 장르로 달린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을 모의할 당시부터 계엄이 선포된 후 국회가 봉쇄되고, 국회의원들이 담장을 넘는 장면이 잡힌다. 1차로 저지된 것 같던 계엄군의 모습은 여의도 상공에 헬기가 등장하며 급변하고, 국회 직원과 보좌관들로 짜인 방어선이 구축된다. 본회의장에서는 계엄 해제요구결의에 대한 안건 투표가 긴박하게 진행된다. 처음엔 현란하던 화면은 투표가 진행되는 시간에는 촘촘히 초 단위로 쪼개져 쌓인다.

“다큐멘터리인가 아닌가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제가 영화학회에 있을 때 ‘다큐멘터리는 현실의 드라마틱’이라는 말이 있었어요. 조금씩 잘라서 편집을 하면 긴장감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그날의 생생함만 표현할 수 있다면 드라마, 감정, 사람들을 기준으로 좀 더 편집을 가미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300여 명의 시민이 보낸 제보 영상, 사연들을 모아 화면을 구성했다. 국회 직원이 안건을 들고 뛰는 장면은 본인이 직접 재연해줬다. 이런 과정을 거쳤지만, 영화는 결국 개봉 이후 양극단의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실제 계엄사태에 대한 정치적 입장을 달리하는 영화들이 많이 개봉하고 있고, 이명세 감독의 영화 역시 그런 잣대로 평가될 수 있다. 그가 유명세가 있든 없든 말이다.

“마지막의 애니메이션 표현들도 다 나온 이야기를 썼고요. 계엄군 쪽 이야기도 국민의힘이나 추경호 원내대표의 입장이 들어있었어요. 한 영화에 모든 걸 담을 수 없다고 봅니다. 제 영화 역시도 지금까지 0점과 100점을 오갔어요. 분명 논쟁이 있겠지만, 보시는 분들은 정파적이지 않다고 보실 것 같습니다. ‘서울의 봄’을 정파적으로 본다면 1000만 관객이 들지 않았겠죠. ‘서울의 봄, 그 희망 편’이라는 평가도 있던데 그렇게 불려도 좋겠습니다.”
계엄 해제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과 재판 등이 쉴새 없이 빠르게 지나갔다. 이명세 감독과 친한 조성우 음악감독이 이 감독의 부탁을 받고 “1시간 20분짜리 가장 아름다운 음악”을 위해 애를 썼다. 농담처럼 “‘놀면 뭐할까’ 싶어 만들었다”고 했지만 70이 다 된 베테랑 감독은 여전히 촬영현장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었다.

“영화를 통해 보이고 싶은 문장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복귀를 하고 싶죠. 제게 영화촬영 현장은 문장을 마저 채우고 싶은 욕심의 일부입니다. 차기작은 뱀파이어물을 준비 중이에요. 아마 저예산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느낌이 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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