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갈 수 없는 가족 성폭력 피해 아동…막막한 '홀로서기'

진태희 기자 2024. 9. 16.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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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12]

명절에도 가족과 함께할 수 없는 사람들은 연휴 기간이 더 쓸쓸하게 느껴지기 쉽죠.


가족에게 성폭력 피해를 겪은 청소년들도 그렇습니다.


대부분은 시설의 보호를 받으며 살아가는데, 성인이 되는 순간 생활고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부가 내년부터 현금 지원을 조금 더 늘리기로 했는데, 현장에선 체계적인 사후관리가 더 절실하다는 지적입니다. 


진태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름도 주소도 꼭꼭 숨겨진 이곳, 가족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은 아이들 10명이 생활하는 '특별지원 보호시설'입니다. 


아이들은 가해자가 있는 원가정과 분리된 채, 성인이 될 때까지 이곳에서 자라며 마음을 회복합니다. 


문제는 시설에서 나와 홀로서기를 하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퇴소 이후 어렵게 학교에 들어갔지만 머물 곳이 없어 친구 집을 전전하는가 하면,


인터뷰: 친족 성폭력 피해자 A 씨 / 시설 퇴소

"방학이 되면 기숙사는 짐을 다 빼고 집으로 가야 했는데 저는 가족이 없어 갈 집도 없었고 막막하고 무서웠습니다."


몸이 아파 입원해도 비싼 병원비에 간병까지 스스로 해결해야 합니다.


인터뷰: 친족 성폭력 피해자 B 씨 / 시설 퇴소

"병원에 혼자 입원해서 금전적인 부담을 느꼈고, 또 가족처럼 편하게 간병해 줄 사람이 없어서 스스로 해결해 왔습니다.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심리적으로 큰 외로움을 겪을 때가 많았고…."


여성가족부는 내년부터 퇴소 후 받는 자립지원금을 1천만 원으로 늘리고, 5년간 월 50만 원의 자립지원수당을 새롭게 지급한다는 계획입니다. 


현장에선 지원 확대를 환영하면서도, 단순히 현금성 지원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고 말합니다. 


한꺼번에 많은 돈을 받다 보니 사기 피해를 입는 경우까지 벌어지는 만큼, 주거나 교육 같은 자립 지원도 함께 가야 한다는 겁니다.


인터뷰: 최은경 원장 / 대전특별지원보호시설 

"보이스피싱도 당하고 성매매 유혹으로부터 친구한테 돈 빌려줘서 다 탕진하고 그런 현실을 제가 지켜보면서 진짜 가슴 깊이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고요."


무엇보다 어릴 때부터 반복적인 성범죄에 노출돼 심리적인 트라우마가 심한 경우가 많아, 제대로 된 사후관리 체계 역시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지은진 회장 / 전국성폭력피해자특별지원보호시설협의회

"70~80%가 병원의 상담과 약물 치료를 병행하면서 또 케어해야 되는 어떤 상황에 놓여 있고 지지자가 끊임없이 없으면 사회생활이나 직장생활이나 아니면 개인적인, 심리적인 어려움이 탁 왔을 때 이렇게 고꾸라지기 쉽구나…."


지난달 국회에서는 퇴소한 아이들을 위해 주거와 교육 같은 자립 지원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사후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내용의 법까지 발의된 상황.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잃은 아이들이, 다시 사회 안에서 건강하게 자립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안전망이 절실합니다. 


EBS뉴스 진태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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