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Report] 덕수고등학교 박준순

무대에 오를 준비

붉은 노을이 그라운드를 물들이고, 선선한 여름 바람이 하늘을 덮는 여름밤. 고교 선수들은 끝없는 훈련과 경기에 지친 몸을 이끌고 다시 한번 결의를 다진다. 이들에게 야구장은 단순히 운동하는 곳을 넘어 꿈을 향한 경쟁이 펼쳐지는 장소와 같다. 온몸을 타고 흐르는 땀방울은 그들이 얼마나 자신을 치열하게 갈고닦는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같은 시기를 보내도 개개인의 노력에 따라 파이는 깊이는 다를 터. 오늘 만나볼 이 소년의 에너지는 그의 경기를 지켜보는 모든 이들에게 자신이 운동장 위에서 얼마나 짙은 농도의 시간을 쌓았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박준순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는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그가 계속 성장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Photographer 나인비 Editor 김진석 Location 덕수고등학교

박준순

출생 2006년 7월 13일
신체조건 180cm 79kg
출신교 서울 청량중-덕수고
포지션 내야수
투타 우투우타
2024년 성적 24경기 타율 0.456 36안타 4홈런 23타점 13도루 OPS 1.317

만나서 반가워요! 마침 인터뷰 직전이 점심시간이었는데, 맛있게 먹고 왔나요? (6월 24일 인터뷰)
마파두부랑 구슬 아이스크림이 나와서 맛있게 먹고 왔어요. 월요일부터 맛있는 메뉴가 나와서 그런지 신난 상태예요.

날도 덥고 장마도 시작했는데, 체력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요?
평소에 꾸준히 웨이트 트레이닝에 시간을 투자하고 있어요. 학교 운동 시설이 좋아서 센터에 가지 않고도 할 수 있거든요. 반대로 쉬는 날에는 최대한 집에만 있으려고 하고요.

#고교 1위

2개 전국대회 우승을 축하해요! 간단한 소감을 들어볼까요?
동계 훈련부터 어려움도 있었고, 힘든 시기가 많았어요. 하지만 우승할 때까지 잘 버텨준 동기들에게 고맙단 말을 전하고 싶어요. 끈기 있게 이끌어주신 감독님과 코치님들에게도 감사드리고요.

두 우승의 기쁨에 차이가 있었나요?
첫 번째 우승은 실감이 나지 않았어요. 몸이 붕붕 뜨는 기분이었죠. 솔직히 두 번째 우승 땐 그렇게까지 기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누군가에겐 한 번 달성하기도 힘든 기록이잖아요?) 그럼요. 막상 트로피를 들 땐 정말 좋았죠.

2년 연속 전국대회 우승을 이뤘어요. 작년과 올해의 차이점이 있다면요?
작년엔 형들을 주축으로 2학년인 우리 동기들이 받쳐주는 그림이었어요. 하지만 올해는 3학년이 돼 팀의 중심타자로 출전하다 보니 책임감도 무거웠고, 이겼을 때 짜릿한 기분이 컸죠. 감회가 새로웠어요.

우승을 이룬 두 대회 MVP 수상이라는 놀라운 기록도 만들었어요.
첫 수상은 어느 정도 예상했어요. 주변에서 MVP를 받을 사람은 저밖에 없다고 하는 것도 들었고요. 근데 두 번째는 짐작도 못 했어요. 대회에서 출루율이 높았지만, 안타보단 4사구로 인해 올라간 부분을 무시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타격상만 노리는 중이었는데, MVP 수상자로 지명돼 놀랐어요.

신세계 이마트배 전국고교야구대회 8강전 경동고와의 경기에선 만루홈런을 기록했어요. 홈런을 친 순간을 기억하나요?
첫 번째와 두 번째 타석에서 타이밍이 맞지 않았어요. 좋은 공이 와도 타석에서 놓쳤고요. 감독님이 “앞선 기록은 신경 쓰지 말고, 자신감 있게 배트를 돌려라”라고 조언을 해주셨어요. 그 얘기를 듣고,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공략한 결과가 홈런으로 이어져 기뻤죠. 마침 만루홈런이라 더 행복하기도 했고요. 배트에 맞는 순간 넘어갈 거라는 직감이 오더라고요.

6월 19일 기준 멀티히트 1위기도 해요. 타석에 들어서기 전 특별히 준비하는 게 있나요?
타석에선 가능한 한 단순하게 생각해요. 배트 중심에 공을 맞힌다는 말만 되뇌죠. 이런 방식이 좋은 성적에 도움이 돼요.

병살타가 하나도 없다는 점도 눈에 띄어요.
내야 땅볼이 나오면 무조건 1루 베이스를 향해 전력 질주해요. 공을 치고 나면 앞만 보고 뛰어가라고 감독님께서 주문하시는데, 덕분에 아웃을 면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덕수고등학교 위례 교정에 야구장이 없어 훈련하는 데 어려움이 있겠어요.
위례에서 야구장까지 거리가 있기 때문에 오는 피로감은 어쩔 수 없어요. 오가는 버스에서 자는 방법으로 해결하려 하죠. 그래도 환승 없이 바로 가는 버스 노선이 있어서 다행이에요.

학교 위치가 바뀌며 등교하는 데는 불편함이 없나요?
집 앞에서 학교에 다니다 1시간 거리로 바뀌니까 피곤할 때가 있어요. 대신 학교 건물과 시설이 훨씬 좋아졌어요. 이게 다 장단점이 있는 거죠.

작년에도 많은 타석에 나섰는데,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가장 달라진 점이 있다면요?
체력의 변화가 가장 커요. 작년 이맘때쯤엔 힘이 떨어지며 타격 페이스도 함께 가라앉았어요. 하지만 올해는 좋은 컨디션을 유지 중이죠. (동계 훈련 때 특별히 준비한 게 있나요?) 작년 겨울엔 체력 운동에 시간을 주로 쏟았고, 러닝도 열심히 했어요. 훈련은 힘들었지만, 땀 흘린 시간이 보상으로 돌아와서 뿌듯했어요.

#설렌 마음으로

6월 초에 있던 고교‧대학 올스타전은 어땠어요?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있는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경기잖아요? 소집되기 전부터 설렜어요.

프로 무대가 열리는 야구장에서의 첫 경기였네요?
TV에서만 보던 곳에서 뛴다고 상상하니까 걱정 반 기대 반이었어요. 온라인으로 생중계하는 게임인데, ‘큰 실수를 하면 어쩌지’란 생각도 들었고요. (처음 들어간 프로 경기장은 어땠어요?) 라커룸부터 달랐어요. 프로 선배들의 등번호가 적혀있는 걸 보며 여기서 반드시 뛰어보겠다고 다짐했죠. 그리고 그라운드의 상태도 완전 달랐어요. 천연 잔디의 관리도 잘 돼 있었고, 흙도 좋았죠. 평소 사용하는 곳보다 땅볼의 바운드가 쉽게 읽히고, 불규칙성 타구의 빈도수도 적었고요. 덕분에 온전히 게임에만 집중할 수 있었어요.

다른 학교 3학년 친구들과도 친해졌어요?
대구 상원고 여동욱, 휘문고 염승원, 부산고 박재엽 선수와 같은 방을 썼어요. 룸메이트들과 시합 전날 방에서 2시간 정도 얘기를 나눴는데, 서로 잘 맞고, 재밌어서 빨리 친해질 수 있었어요.

대학교 선배들과의 승부는 어렵지 않았나요?
적어도 1살 더 위의 형들이잖아요? 고등학교 대회보다 볼에 힘이 있고, 변화구가 떨어지는 각도 빠르고, 컸어요. 그래서인지 오히려 형들의 공을 치는 게 더 재밌었어요.

경기가 끝나고 고교 우수 타자 상도 받았잖아요.
형들과의 승부를 즐겨서 받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요? 예상하지 못한 상이라 더 기뻤어요.

덕수고 친구들과 촬영한 밸런스 게임 쇼츠가 화제가 됐어요.
게임이 끝난 후에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직원분들의 권유로 찍었어요. 덕수고 친구들끼리 찍어도 재밌을 것 같았거든요. (‘하루 종일 웨이트 트레이닝’ vs ‘하루 종일 감독님과 데이트’ 질문에서 정현우만 감독님을 선택해 비난받던데요?) 원래 현우가 보여주기식 플레이가 잦아요. (웃음) 사회생활에 진심인 부분이 있죠. (다시 고를 수 있다면 결정을 바꿀 마음이 있어요?) 그래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선택할 거예요. 누구완 달리 한 번 선택한 걸 바꾸고 싶진 않거든요.

#육각형 플레이어

어릴 때 어떻게 야구와 친해졌어요?
부모님과 야구장을 자주 다니며 자연스럽게 친해졌어요. 잠실야구장을 가다 보니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 경기를 주로 봤고요. (좋아했던 팀은요?)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요. 박병호 선수와 김하성 선수를 따라다녔거든요.

야구선수를 꿈꾸게 한 계기가 있나요?
선수들이 홈런을 치거나 다이빙해서 공을 잡는 모습이 멋있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어린 마음에 잔디밭 위에서 한번 뛰고 싶었고, 나중에 초등학교 4학년부터 정식으로 리틀 야구단에 들어갔어요.

어릴 때부터 타격에 자신 있었나요?
잘하는 건 아니지만, 타격뿐만이 아니라 다른 부분도 자신 있었어요. 육각형 플레이어라고 할까요?

야구를 하는 동안 가장 기억나는 일이 있다면요?
올해 있던 경동고전에서 친 홈런이요. 인생 첫 만루홈런이라, 당시에 느낀 기분은 평생 기억에 남을 거예요.

반대로 힘든 적은 없었나요?
중학교 때 3개월 정도 포수를 준비했어요. 블로킹 연습도 어려웠고, 새로운 훈련에 적응하다 보니 타격감도 덩달아 떨어져서 감독님과 코치님에게 많이 혼났던 기억이 나요. 평소 훈련을 하거나 경기에 나갈 때 스트레스를 잘 안 받는 편인데, 그때만큼은 힘들었어요.

덕수고 투수들이 주목을 받고 있어요.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상대하기 어려운 친구가 있다면요?
현우요. 타자가 예상하지 못한 코스로 공이 들어와요. 구질도 다양하고요. 머리도 좋은 투수라 커맨드도 파악하기 쉽지 않아요. 다른 학교에서 만났다면 안타를 만들기 힘들었을 거예요. 우리 팀이라 다행이죠.

이외에도 학교에서 자랑하고 싶은 팀원이 있나요?
저랑 키스톤 콤비를 보고 있는 (배)승수랑 3루수를 보고 있는 (우)정안이요. 승수는 수비가 견고한 친구예요. 저와 호흡도 잘 맞고요. 그리고 정안이는 손목 힘이 좋아요. 그것 하나만으로도 장타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죠.

후배들에게 어떤 선배가 되고 싶어요?
크게 뭐라 하지 않고, 가능한 한 다가오기 편하게 행동하려 해요. 일부러 장난도 자주 치고요. 동생들에게 다가가기 쉬운 선배가 되고 싶어요. (반대로 선배들에겐 어떤 동생이었어요?) 형들에게도 종종 장난을 거는 편이었죠!

2025 KBO리그 신인드래프트가 3달도 남지 않았어요.
긴장되고 설레기도 해요. 이제 형들이 아닌 제 차례니까 무거운 마음도 들고요.

지명이 유력한 선수는 초대장을 받기도 하는데, 그날 아침은 어떨까요?
TV에서만 보던 장소에 참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재밌을 거예요. 프로로 뽑힐 수 있다는 기분에 들뜨기도 하겠죠. (1라운드에 발탁되면 수상 소감 시간이 있는데, 얘기하고 싶은 멘트가 있나요?) 즉시 전력감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열심히 훈련하겠다고 말하고 싶어요.

다른 친구들과 비교했을 때 본인만의 장점이 있다면요?
모든 툴을 고루 지녔지만, 특히 어떤 공에도 밀리지 않는 콘택트 능력을 갖추고 있어요.

1년 후의 박준순을 상상해 볼까요?
바로 1군 명단에 들어갈 수 있다면 좋겠지만, 어떤 팀이든 쟁쟁한 실력을 갖춘 선배가 많잖아요? 제가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데뷔 무대에 오를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 서두르지 않고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인사 부탁해요.
팬분들이 올해 열심히 응원하고 지켜봐 주신 덕분에 이마트배와 황금사자기라는 큰 대회에서 우승과 MVP라는 선물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자만하지 않고 올해 잘 마무리하겠습니다. 열심히 준비해서 내년엔 1군 무대에서 인사드리겠습니다. 항상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고교선수 중 어느 하나 꿈을 향해 반짝이는 눈을 갖고 있지 않은 선수가 있을까. 땀방울이 맺혀 땅을 흠뻑 적시는 순간까지 그들은 자신의 목표를 향해 열정적으로 나아간다. 하지만 박준순의 끈질긴 노력은 단지 본인의 목표만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의 야구엔 팀과 함께 성장하며, 모든 친구와 함께하는 행복한 순간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

‘더그아웃 리포트’ 코너에서 만난 모든 학생 선수의 이야기가 박준순과 다르지 않다. 팀의 우승을 목표로 동료들과 함께 승리한다는 깊은 의미를 손에 쥐고 뛰고 있기에 말이다. 그 과정에서 친구들을 위해 헌신하며, 이에 필요한 땀과 노력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토록 고교선수들의 밝은 에너지는 필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인터뷰를 통해 짧게나마 접하는 노력과 열정, 헌신에 그들처럼 반짝거렸던 시간을 회상하며, 때론 무뎌지고 무너진 마음을 돌아보기도 한다. 우리도 이들처럼 자신의 희망을 향해 무던히 나아가 보는 건 어떨까. 목표를 향해 애쓰며 나아가는 걸음 하나하나가 빛나는 것처럼, 우리의 작은 노력도 그 과정만으로 충분히 값지다는 사실을 마음에 새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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