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문화 검열이 예술의 퇴보를 부른다는 지적이 계속된다. 뿔난 문화계 인사들은 최대 국영방송사가 여배우의 드레스 앞트임에 손을 댔다가 뭇매를 맞은 일화를 상기했다.
중화권 매체 자신가(資訊咖)는 최근 기사를 통해 배우 징톈(경첨, 36)의 드레스 앞부분을 감쪽같이 수정한 중국 중앙방송총국(CMG)의 해프닝을 재조명했다.
CMG는 2021년 단오절을 맞아 ‘단오호시절’을 방송했다. 문제는 프로그램을 예고하는 포스터 속 경첨의 사진이었다. 경첨은 가슴 앞부분이 살짝 트인 우아한 하늘색 드레스를 착용했는데, CMG는 이 트임을 굳이 가공한 뒤 포스터에 실었다.
방송 직후 웨이보 등 SNS에서는 한바탕 난리가 벌어졌다. ‘단오호시절’을 접한 시청자들은 중국 정부가 예술을 지나치게 검열하고 억누른다고 개탄했다. 한 시청자는 “아무렇지도 않은 드레스에 손을 대니 의도가 더 의심된다”고 혀를 찼다. 30대 여성 시청자는 “이 정도 트임을 합성했다는 건 국영방송사가 꼰대임을 인증한 꼴”이라고 비꼬았다.
중국 정부가 국민 문화 소비에 지나치게 관여한다는 비판은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재킷 안에 흰색 티셔츠와 목걸이를 매치한 TFBOYS 출신 이양첸시(이양천새, 24)의 사진이 목 바로 아래까지 뒤덮는 검은색 티셔츠로 둔갑한 적도 있다. 영화와 드라마, 책, 음악은 물론 스타들의 의상까지 당국이 규제하는 건 문화를 퇴보시킬 뿐이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CMG는 관영 CCTV 등이 포함된 중국 최대의 미디어그룹이다. 징톈의 드레스 합성 논란에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다가 시청자 항의가 계속 쏟아져 경첨의 드레스가 한때 웨이보 핫키워드 1위에 오르자 진땀을 뺐다.
SF 영화 ‘퍼시픽림: 업라이징’과 ‘콩: 스컬 아일랜드’ 등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한 경첨은 솔직하고 자유분방한 성격으로 유명하다. 과거 생방송에서 쌍꺼풀 성형을 고백한 점을 못마땅하게 여긴 관영 방송사가 그의 옷을 일부러 검열했다는 주장이 여전하다.
서지우 기자 zeewoo@sputnik.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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